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 처음으로 흑자 전환…9달러까지 급락했던 주가는?
‘올해 흑자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쿠팡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14년 시작한 쿠팡의 로켓배송이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결과다. 활성고객 역시 크게 증가했다. 손실 폭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줄었다. 쿠팡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김범석 쿠팡 의장이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21%까지 급등했다.적자를 감수하면서 외형을 확장해 온 쿠팡이 올해 목표로 삼은 단어는 ‘효율성’이다. 쿠팡이 흑자경영에 시동을 걸자 곤두박질친 주가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장 첫 날 최고 69달러까지 올랐던 쿠팡의 주가는 올해 9달러선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5월 9일 9.35달러까지 떨어졌다. 쿠팡의 주가가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것은 처음이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11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69달러까지 치솟았던 상장 첫날과 비교하면 7분의 1토막이 났다.
쿠팡은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각종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서 계속 흑자를 기록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올해 출발은 좋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51억1668만 달러(약 6조1653억 원)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 적자는 2억570만 달러(약 262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당기 순손실 역시 지난해 상장 이후 최소치다. 당기 순손실은 전년 1분기(2억9503만달러)와 비교해 29.1% 감소한 2억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쿠팡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부문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이 287만 달러(약 36억원)로, 첫 흑자를 냈다. 쿠팡이츠 등 신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쿠팡페이·해외사업 등에서 발생한 1분기 매출은 1억 8100만달러(약 2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쿠팡은 지난해 최대 매출과 최대 적자를 동시에 냈다. 지난해 매출은 22조원을 기록하며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를 뛰어넘었다. 유료 회원제인 와우 가입자도 900만 명을 확보했다.
매출과 함께 적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 적자는 14억9396만 달러(약 1조8000억원)로 창사 이후 가장 큰 출혈이 있었다.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약 3563억원)과 코로나19 방역비용(약 1569억원)도 영향을 미쳤다.
은 올해 성장보다 수익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계획된 적자' 전략에 변화를 줬다.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한 만큼 점유율 싸움을 위한 출혈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은 이를 위해 멤버십 이용료를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대폭 올렸다. 2분기부터는 쿠팡은 멤버십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만큼 흑자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쿠팡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묻지 마 반품’ 서비스도 중단했다.
신사업에도 속도를 냈다. 쿠팡의 강점이었던 물류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택배업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에서 화물차 운송 자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이어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전국 배송 운전사·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서는 경영진도 재편했다. 미국 아마존이 ‘제3자 물류(3PL)’로 수익 창출에 성공한 것처럼 택배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최근 오픈 마켓 판매자 대상의 풀필먼트 서비스 ‘제트배송’도 확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성장 둔화, 아마존마저 손실 쿠팡이 아마존 등 세계적인 이커머스 성장 둔화 속에서 손실을 대폭 줄이자 외신도 쿠팡의 호실적에 주목했다. 쿠팡이 사업 ‘롤모델’로 삼았던 아마존은 올해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 7년 만에 영업 손실을 냈다. 아마존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순손실 38억 달러를 기록해 적자 전환됐다.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 대한 투자 손실 76억 달러를 반영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매출 증가율 역시 급격하게 줄었다. 아마존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7%로 전년 동기(44%)와 비교해 크게 줄었고 2001년 닷컴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마존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9.4%)부터 두 분기 연속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이커머스의 핵심인 ‘상품 판매’에서 타격을 입었다. 1분기 상품 판매 매출은 565억 달러로 전년(575억달러)보다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줄었다.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은 36.5% 증가해 실적을 방어했다. 아마존은 2분기에도 회사가 영업 손실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존이 타격을 받자 ‘아마존 모델’을 표방하던 쿠팡의 성장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예상외의 성적표를 들고나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마존 등 세계적인 이커머스의 성장 둔화 속에서 쿠팡이 비용 절감을 통해 손실을 대폭 줄였다”고 전했다. 한국 이커머스 IPO 앞두고 ‘쿠팡 행보’ 주목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쿠팡의 주가는 21% 급등(11.9달러)했지만 여전히 공모가(35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성장이 둔화된 한국 이머커스 시장에서 쿠팡이 올해 안에 뚜렷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현금 창출원도 보유하고 있지만 쿠팡은 아직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수익 창출원마저 없는 상황이어서 쿠팡의 흑자 전환에 의문이 따라붙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매출만 보면 쿠팡의 압승이지만 거래액 기준 점유율 면에선 절대 강자가 없다. 네이버 17%, 신세계(SSG닷컴+G마켓글로벌) 15%, 쿠팡 13%, 롯데온이 5% 정도다. 업계가 출혈 경쟁을 이어 오는 것도 ‘점유율 30%’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신선식품·패션·명품·중고 거래 등 분야마다 뚜렷한 강자 없이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모든 틈새에 강한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은 백화점을 보유한 신세계와 롯데에 이어 무신사·W컨셉·지그재그 등 신흥 강자들이 버티고 있고 신선식품이나 최저가 장보기 역시 쿠팡뿐만 아니라 마트를 보유한 유통업계와 마켓컬리 등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퀵커머스’를 내세운 편의점 업계마저 배송 경쟁에 나서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말 그대로 격전지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쿠팡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쿠팡의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해 9월 약 2조원에 5700만 주를 매각했고 올해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5000만 주를 팔아 치웠다. 쿠팡의 최대 주주인 비전펀드는 쿠팡 뉴욕 증시 상장 후 줄곧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매각 소식은 비전펀드가 쿠팡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비전펀드 임원이자 쿠팡 이사회의 일원이었던 리디아 제트는 쿠팡이 상장한 직후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서 쿠팡이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쿠팡의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토대로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리디아 제트 이사가 사임하며 비전펀드가 쿠팡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의혹에 불이 붙었다.
쿠팡의 뒤를 이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던 국내 이커머스업계 역시 쿠팡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쿠팡의 시가 총액이 향후 국내 이커머스 기업 IPO에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강점을 보이는 상품 유통 부문에서라도 실적이 개선돼야 지속 가능성 인정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거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회사들이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SSG도 지금 상황에서는 상장을 통해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