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톡' 세미나에서 "시장 불확실성 큰 상황에 서두를 필요 없다"고 밝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경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경제]
SSG닷컴이 기업공개(IPO)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올 상반기 상장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상장을 계획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상장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강희석 SSG닷컴 대표와 임원들은 지난 27일 직원들과 분기마다 진행하는 ‘오픈톡’ 세미나를 통해 상장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강 대표와 임직원들이 참여해 직원들이 익명으로 올린 질문에 강 대표가 답을 하는 자리였다. 세미나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날 한 직원은 강 대표에게 “SSG 상장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했고 강 대표는 상장을 주관하는 임원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담당 임원은 “어찌됐든 IPO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게 중요한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CEO가 있는 자리에서 내부에 상장 시기를 조율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 직원들은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올해 상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국내외 시장 여건상 SSG닷컴 연내 상장이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SSG닷컴은 2018년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을 유치하면서 2023년까지 상장하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상장을 약속한 막바지 기한은 2023년이지만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작업에 속도를 냈다. 목표 기업 가치를 10조원으로 내걸었던 SSG닷컴은 지난해 8월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서며 IPO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경쟁사들의 잇따른 상장, 우호적 시장 여건 등이 SSG닷컴이 상장을 서두른 요인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하며 5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2022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자 SSG닷컴 역시 당초 2023년이었던 상장 시기를 올해로 앞당기며 속도를 냈다.

당초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빠르면 올해 4월 중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거래액이 빠르게 성장하며 6조원에 육박해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졌었다. 2019년 2조8732억원이었던 SSG닷컴 거래액은 지난해 5조7174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뛰었다. 회사가 목표 거래액으로 잡았던 4조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였다. 이커머스 기업의 거래액은 상장 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SSG닷컴이 상장시기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IPO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와 달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550대로 내려앉자 증시 부진 여파로 IPO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식었다.

올해 공모기업들 대부분은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이 지연됐고 공모가가 낮아지고 있다. 컬리 역시 당초 올 초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계획했으나 대표 지분율 등과 관련 거래소와 협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지난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데뷔한 쿠팡의 부진도 한몫 한다. 상장 첫날 최고 69달러까지 치솟았던 쿠팡 주가는 올해 9달러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공모가였던 35달러와 비교하면 약 73% 급락한 수치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대어’로 꼽현던 쿠팡 주가가 부진하자, SSG닷컴 역시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SSG닷컴 측은 “IPO 주관사 선정 당시부터 복수의 주관사가 몰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지만 지금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IPO를 앞당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언제든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지만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