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리셀 시장서 웃돈 300만원
싼타페·니로는 3년 타도 차값 90% 유지

[비즈니스 포커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현대차 캐스퍼가 생산 중인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현대차 캐스퍼가 생산 중인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신차를 받는 데 필요한 대기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인기 차종은 최대 1년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계속된 신차 부족 사태에 중고차 시장이 활황세다. 신발이나 명품 백의 ‘오픈런’처럼 되팔기(리셀) 시장에서 신차 값에 웃돈을 얹어 중고차를 파는 모습도 보인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된 현대차의 캐스퍼는 신차보다 200만~300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차종과 비교해 2개월이라는 짧은 대기 기간에도 높은 인기에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캐스퍼 1.0 가솔린 터보 인스퍼레이션의 신차 가격은 1960만원이다. 반면 엔카닷컴에 등록된 주행 거리 100km 미만급의 신차 가격은 2200만~2300만원이다. 구입 가격 대비 10% 정도 마진을 볼 수 있다. 일부 리셀족들이 캐스퍼를 활용한 ‘캐테크’에 나선다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는 매장이나 딜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이 아니다”며 “온라인으로 비교적 쉽게 주문이 가능한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리고 차를 구매한 후 되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 캐스퍼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만큼 이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퍼의 판매량은 한국 경차 중 1위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올해 1분기 경차 판매량은 3만189대다. 이 가운데 캐스퍼는 36.4%인 1만977대가 팔렸다.
1년 타도 더 비싼 쏘렌토, 웃돈 붙는 캐스퍼
다른 인기 중고차도 신차 출고 지연에 높은 잔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의 더 뉴 니로는 3년을 탄 후 되팔아도 신차 가격의 90%를 받을 수 있다.

올해 4월 기준 2019년형 현대차 싼타페 TM(가솔린) 중고차의 평균 잔존 가치는 신차의 90%(주행 거리 6만km 기준)다. 캘리그래피 트림의 신차 가격은 3839만원이었는데 3년을 탄 후 되팔아도 3455만원에 팔 수 있는 셈이다.

더 뉴 니로(하이브리드)는 싼타페보다 잔존 가치가 더 높다. 91.6%로 최고위 트림인 시그니처(3306만원)를 3년 타고 팔면 3028만원이 생긴다.

3년이 아닌 1년으로 기간을 좁히면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싼 것도 있다. 쏘렌토 디젤 2.2 4WD 시그니처의 신차 값은 4117만원이다. 반면 2021년식 중고차(주행 거리 1만5000km 기준)의 시세는 4301만원이다. 신차보다 200만원 비싼 셈이다.

쏘렌토는 ‘패밀리카’의 대명사로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유지한다. 현재 출고 예상 기간은 디젤·가솔린 모델은 14개월 이상, 하이브리드는 18개월 이상이다. 비슷한 체급의 패밀리카인 카니발의 대기 기간이 △하이리무진 8개월 △가솔린 10개월 △디젤 14개월 등인 점과 비교하면 쏘렌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