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글로비스)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물류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하기 위한 것으로 앞서 설립한 베트남·인도네시아 물류 거점과의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

글로벌 SCM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태국 방콕에서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사장)와 코삭 차이라스미삭 태국 CP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법인 개소식을 가졌다고 19일 밝혔다.

방콕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전조영 주태국 한국대사관 공사를 비롯해, CP그룹 관계자 및 태국 주재 한국기업 관계자 총 70여명이 참석해 현대글로비스의 태국 진출을 축하했다.

법인 명칭은 ‘현대글로비스 로지스틱스 타일랜드’로 현지 자동차 부품 제조사 및 물류사와의 합작법인(JV) 형태다.태국은 물류 분야에 외국인 투자 지분 비율이 50% 미만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원활한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이 필요하다.

태국에는 세계 주요 식품, 전자·자동차부품 기업의 공장과 판매망이 있어 물류 수요가 높다.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항공 및 물류 산업을 12대 육성 산업의 하나로 포함하고 각종 물류 발전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에 주목해 현지 우량 식품·유통 기업과 파트너십 구축, 자동차 산업 공급망 구축, 글로벌 제조사 대상 3PL(제3자물류)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태국 재계1위 CP그룹 물류 수주
현대글로비스는 법인을 통해 태국 재계 1위 CP그룹의 계열사 물류 전반의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CP그룹은 식품 사업을 하는 CP푸드(CP Food), 유통회사 CP올(CP All), 통신/미디어 전문회사 트루(True) 등을 통해 전 세계 21개국에서 약 72조 원(21년 기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CP그룹이 태국 전역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7-Eleven)’ 약 1만 3000여개 점포를 포함해, 식료품전문 체인 ‘마크로(Makro)’와 대형 마트 체인 ‘로투스(Lotus)’를 운영하며 태국의 생활소비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내 전기트럭 150대를 투입해 현지 CP 물류센터에서 방콕 시내 전역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매장으로 상품을 나르는 배송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CP그룹이 친환경 물류에 관심이 높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전기트럭이라는 운송 전략을 내세워 사업에 참여한다.

또한 CP그룹이 물류업 전반에 걸쳐 매년 대량의 신규/교체 운송차량을 필요로 하는 만큼 향후 5년 동안 전기트럭 투입 대수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선식품 등 CP 그룹의 물량이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주변 동남아국가로 진출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양사는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고자 물류업 전반에 걸쳐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기차(EV)·수소차 등을 활용한 친환경 물류 서비스인 ‘그린 물류’, 도심형 물류센터·드론·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현지 대형 화주사 대상 영업 통한 ‘신시장 발굴’ 등을 골자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車부품·완성차 운송 등 泰 물류 공급망 구축
태국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지로 수출품 중 자동차 부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먼저 합작법인의 파트너사 중 하나인 서밋(Sumimit Auto Body Industry)의 자동차 부품 물류 사업에 참여한다. 서밋은 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제조회사다 현대글로비스는 서밋의 글로벌 완성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판매 운송 및 창고 물류 운송 사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등에서 태국으로 수입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물량을 차량운반트럭(TP)을 통해 나르는 사업도 추진 중으로 태국 내 자동차 물류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현대글로비스는 합작법인의 또 다른 파트너사인 EAL(이에이엘, Eastern Air Logistics)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3PL 영업을 추진 중이다. 3PL이란 전문업체를 통해 물류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EAL은 태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통관, 보관, 운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현지 유력 물류사다.

EAL의 태국 현지 물류 운영 노하우 및 네트워크에 현대글로비스의 유럽, 미주, 동북아 권역 대상 물류 경쟁력이 더해지면 태국-유럽/태국-미주 간 물류 사업 추진 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수출시 운송은 현대글로비스가, 태국 내에서 수입통관부터 조달운송, 보관, 판매 등의 과정은 EAL이 담당하는 식이다.

대내외 물류 인프라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동남아는 전세계를 잇는 물류 허브라 평가받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9년 베트남에 동남아시아 첫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활발한 물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성공적인 CP그룹 물류 사업 수행으로 태국 물류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라며 “향후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를 ‘삼각편대’로 주변 아세안 국가에 사업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선도 물류 기업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참고로 아세안은 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브루나이 등 동남아 10개국 연합체를 뜻한다. 권역 인구는 6억6000만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고 GDP는 3조 1062억달러(20년 기준)로 세계 5위권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