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인재 고민 해결사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

[인터뷰]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 사진=이승재 기자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 사진=이승재 기자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잇따르면서 ‘인재 검증’이 가능한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가 채용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다.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원천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한다”, “내 업무의 70%는 인재에 쓴다”고 밝힌 바 있다.

평판 조회는 직원의 인성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학력·경력을 검증하고 조직 융화력, 직무 수행 능력과 예상 기여도에 대한 평가까지 가능해 기업에서 채용 필수 과정으로 보편화되는 추세다. 최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공채를 폐지하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채용 기조가 변화하면서 경력직에 대한 평판 조회 수요가 늘고 있다.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감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재 제일’ 철학으로 삼성을 최고의 인재 양성소, 인재사관학교로 만든 이병철 삼성 창업자도 “사업의 승패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는 데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반반의 확률밖에 자신이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사람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대가는 가혹하다. 고위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핵심 인재 한 명을 잘못 뽑으면 경영 손실이 그 사람 연봉의 20~40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평가, 면접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을 검증하는 도구로 평판 조회를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평판 조회의 주목적은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이지만 채용에서의 시행착오를 막아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씨렌즈(C·Lens)센터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가 평판 조회와 인재 검증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전문 조직이다. 씨렌즈센터 평판 조회 서비스의 강점은 헤드헌터 출신의 컨설턴트들이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고 검증한 노하우로 만드는 양질의 보고서에 있다.

씨렌즈센터를 이끄는 배영 센터장(전무)은 “이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벤처·스타트업, 공기업에서도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를 거치고 있다”며 “평판 조회가 채용 필수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전무)은 “평판 조회가 채용 필수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전무)은 “평판 조회가 채용 필수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평판 조회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곳에서 10~20년 근무하기보다 이직을 통해 커리어 향상을 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평판 조회가 활성화되고 있어요, 특히 임원급에서 경력 조건이 비슷한 여러 명을 두고 그중 회사 조직 문화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기업의 최대 고민이죠. 이때 면접 이외에 사람의 면면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렌즈를 제공하기 위해 커리어케어의 평판 조회 서비스인 ‘씨렌즈’를 만들었습니다. 기업이 고른 사람이 정말 좋은 선택이었는지 마지막 필터를 통해 한 번 더 검증할 수 있는 도구가 평판 조회입니다.”

-최근 인재 검증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도덕성을 많이 보는 추세입니다. 면접에서 가장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도덕성이죠. 인성은 하나의 개성이라고 봅니다. 조직 융화력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더라도 다른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맞지 않았을 뿐이지 그 사람의 리더십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죠. 평판 조회는 해당 기업의 조직 문화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합니다.”

-한국보다 이직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평판 조회를 많이 합니까.

“해외에서는 비지정 레퍼런스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어요. 글로벌 기업에 평판 조회를 할 때, 예를 들어 메타(구 페이스북)에 있다가 구글로 이직하고 다시 아마존으로 이직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 3년 됐으니 옮길 때가 됐네’라면서 쿨하게 반응합니다. 해외에선 오히려 이직하지 않으면 ‘고인물’이라고 평가해요. 이직하면 회사에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고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죠.”

-어떤 직급의 평판 조회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C레벨이 대부분이지만 채용 절차에서 평판 조회가 보편화되면서 최근엔 대리급에 대한 의뢰도 들어오고 있어요. 기업들이 공채를 줄이고 수시·상시 채용으로 가는 채용 트렌드 변화에 따라 사람을 뽑는 일도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예전에는 대기업 C레벨이 많았는데 지금은 중견·중소기업, 공기업, 벤처·스타트업 등 직무, 직급, 모든 산업군을 총망라해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요.”

-평판 조회가 합격 당락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까.

“인사 담당자들이 평판 조회를 하는 이유는 후보자의 흠결을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보고서는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해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참고 자료이자 제2, 제3의 면접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업이 ‘우리가 정말 좋은 사람을 뽑았구나, 놓치면 안 되겠다’ 하는 핵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평판 조회를 담당하는 컨설턴트는 당락을 결정하는 평가자이자 수사관이 아닙니다. 후보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과 그 후보자가 선정한 사람을 통해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정리해 기업이 그 사람의 개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메신저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평판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다’는 점을 유념하며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평판 조회는 왜 중요한가요.

“평판 조회 보고서는 기업이 채용하려는 사람의 소프트랜딩과 대표이사의 확실한 판단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기업이죠. 사람에게는 정답이 없습니다. 팀이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서번트 리더십으로 평가받은 사람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성향을 인사 담당자가 단점으로 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맡은 업무를 기간 안에 엄수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평판 조회 시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없나요.

“주로 인성 부분에서 평가가 많이 엇갈리죠. 인성에 대한 평판은 굉장히 주관적이어서 활달한 성향의 후보자를 두고 A는 말이 너무 많아 피곤했다고 평가했는데 B는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후보자가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고 평가할 수 있거든요. 이럴 때 평판 조회 보고서를 통해 사람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죠.”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뭔가요.

“이력서에 경력을 부풀리거나 본사에 근무했다고 썼는데 검증해 보니 지사나 자회사 근무인 경우가 가장 많아요. 이럴 때는 ‘후보자의 이력서상 경력과 실제 경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조회처를 통해 전해 들었으니 한 번 파악해 보라’고 조언해요.”

-평판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요.

“평판 조회가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력직의 평판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가식적으로 행동하라는 게 아니라 맡은 일을 성실하게 잘하고 사람들과 융화하면 평판이 나쁘지 않겠죠. 평판 조회는 채용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검증 단계예요. 성실하게 조직 생활을 했다면 평판 조회를 통해 더 좋은 연봉을 제시받는 등 플러스 점수를 받게 될 수도 있어요. 부정적으로만 보기보다는 후보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