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활용 가능한 6억 미만 불과 7.7%
정부, 6억→8억 조정 카드 만지작
올해 5월 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486가구다. 대선이 치러진 3월 9일 5만131가구 대비 20.7%(1만355건) 늘었다. 매물이 없어 집을 사기 힘들었던 2020년과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금 부족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가능한 대출 금액은 집값 9억원 미만은 40%, 9억원 초과는 20%다. 8억원 아파트를 살 때 대출 가능 금액은 3억2000만원으로 본인 자금이 4억8000만원 있어야 한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인 12억원으로 보면 대출 가능 금액은 4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9억원까지는 40%인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지만 초과 3억원에 대해선 20%인 60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보금자리론, 집값 70% 대출 가능
투기지역 지정의 여파로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서 자금 부족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이들은 보금자리론에 집중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정책성 주택 담보 대출이다.
주택 가격 6억원 미만인 집에 대해 70%,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5억9000만원의 집을 산다면 본인 자금 2억3000만원, 대출금 3억6000만원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다만 누구나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구주와 가구원이 무주택자이거나 처분 예정인 1주택자로서 부부 합산 기준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가능 금액은 규제 지역 60%, 비규제 지역 70%이지만 실수요자라면 규제 지역에서도 70%까지 가능하다. 올해 4월 기준 이자율은 3.55~3.95%다. 신혼 가구는 0.2%포인트 금리가 인하된다.
많은 이들은 보금자리론을 활용할 때 3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을 선택한다. 체감식(원금 균등) 분할 상환과 체증식 분할 상환도 가능하지만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일정하고 이자 부담이 적당한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을 택한다.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은 대출일부터 만기일까지 매달 상환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동일한 방식이다. 체감식은 대출일부터 만기일까지 매달 동일한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는 대출 잔액에 따라 계산돼 상환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줄어든다. 이 방식은 원리금을 갚아 가는 초기 단계에서는 부담이 크다. 반면 체증식 분할 상환은 매달 상환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갈수록 증가한다. 초기보다 상환 마무리 단계로 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신혼 가구 우대 금리를 선택해 3.75%로 3억6000만원을 30년 대출할 경우 매달 납입해야 하는 금액은 약 167만원이다. 총이자는 2억4000만원으로 원금 3억6000만원과 합하면 갚아야 할 금액은 6억원이다.
이자까지 합한 총금액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기존 대출과 비교해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높은 것이 보금자리론의 장점이다. 일반 금융권에서 9억원짜리 집을 살 때보다 대출 가능 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 7.7%, 정부 보금자리론 상향
보금자리론이란 좋은 기회가 있지만 사실상 서울에서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좀처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시세 현황을 조사한 결과 6억원 이하 아파트는 4월 29일 기준 9만3474가구다. 전체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인 121만4938가구 중 7.7%에 불과하다.
6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의 비율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60% 수준에서 7%대로 급감했다. 2017년 5월 26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78만7277가구로 전체 아파트(127만5928가구)의 62.7%를 차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예전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상향하고 있다”며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율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억원 아래의 아파트가 없다는 것은 보금자리론을 서민이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론은 최근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도 받았다. 실수요자인 서민을 위해 만든 정책 금융 상품인데도 해당 매물을 찾을 수 없어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최근 보금자리론의 주택 가격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현실을 반영해 신청 요건 손질에 나선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2억원대지만 중위 가격은 10억9062만원이다. 중위 가격은 표본이 되는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말한다. 서울 전체 아파트 중 가격 순으로 중간 정도 되는 매물이 10억9062만원이란 얘기다.
보금자리론의 상한선이 9억원으로 오른다면 중위 가격 미만의 아파트까지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다. 이 정책이 확정된다면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절벽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전용 면적 59㎡는 서울 도심 근처에서도 9억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서대문 냉천동의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59㎡의 현재 시세는 8억6000만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보금자리론 주택 가격의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등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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