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벨트·캐나다, 글로벌 전기차 중심지로 뜬다
LG엔솔·SK온·포스코케미칼 등 투자 러시

미국 자동차노조(UAW). 사진=한국경제신문
미국 자동차노조(UAW). 사진=한국경제신문
전기차 시대를 맞아 K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이 투자 환경이 좋은 북미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총집결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수급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배터리 소재 업체들에게 생산 공장의 현지화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K배터리·소재 업체들의 생산 공장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은 북미 일부 지역에 몰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캐나다 합작 공장 설립 관련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캐나다 합작 공장 설립 관련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친기업 정책’ 캐나다,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부상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미국과의 외교, 경제 및 문화 교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북미 교역의 허브이자 선진국 중 사업하기 쉬운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미국·멕시코·캐나다의 신 북미 자유 무역 협정(USMCA)과 유럽연합(EU)·캐나다 간 포괄적 경제무역 협정(CETA)에 따른 무관세 혜택과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 공급 등에 힘입어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는 2025년 7월부터 발효되는 신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미국 시장 접근성이 좋아 북미 시장 공략을 추진하는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생산 공장 건립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는 지하자원이 풍부해 배터리 소재의 핵심 광물의 원활한 수급에도 용이하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리튬은 각각 전 세계 매장량의 3%가 캐나다에 매장돼 있다. 캐나다는 주요 광물의 채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력 전력 사용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조세 감면,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등의 투자 인센티브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장거리 수송이 위험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동차 조립 설비와 가까운 지역에서 제조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서 가까운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퀘벡주는 주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공장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한 미국 오하이오 주·테네시 주·미시간 주 배터리 공장에 이어 스텔란티스와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윈저에 4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배터리 미래 산업 몰리는 미국 선벨트

미국에서는 특히 주요 배터리·소재 업체들의 배터리 및 소재 생산 공장 위치가 동남부 선벨트(sun belt)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립 중인 배터리 제1·2 공장에 이어 포드와 함께 미국 켄터키주·테네시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이다.

선벨트는 미국 동남부의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뜻한다.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에서 조지아·텍사스를 거쳐 애리조나·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남부 신흥 산업지대를 일컫는다.

선벨트 지역은 낮은 법인세율과 최저임금, 저렴한 전력 요금, 각종 지원책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강성 노조가 없다는 점이 최대 이점으로 꼽힌다. 다른 지역 대비 경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 자동차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가 미시간주를 중심으로 한 북동부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 생산 공장을 구축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러스트 벨트는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중서부와 중북부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을 뜻한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체들마저 전통적인 자동차 중심지를 벗어나 선벨트로 생산 공장을 옮기는 추세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주요 활동지로 노조 친화적인 문화가 있는 러스트 벨트 지역과 달리 선벨트 지역은 강성 노조가 없고 유연한 고용 환경이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선벨트 지역은 노동자가 노조에 강제 가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 권리 법(right to work law)’을 상당수 채택하고 있다. 노동 권리 법은 파업할 권리에 대항하는 ‘일할 권리’에 대한 법이다.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선벨트에 잇따라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위치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결정한 데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효했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제1공장인 오스틴 공장 인근에 있으며 생산 능력은 오스틴 공장의 약 4배에 달한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테일러시가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도 10년간 90%, 그다음 10년 85%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향후 20년간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배터리 소재도 북미행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미국 2위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양극재 합작 회사 얼티엄캠(Ultium CAM) 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연산 3만톤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합작 공장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건립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을 필두로 한국의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앞다퉈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사인 배터리업체들의 북미 현지 생산 공장 건립에 발맞춰 양극재·분리막·전해질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미국·유럽 진출을 공식화한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부지를 확보한 데 이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 정부의 인건비 지원, 연구·개발(R&D) 지원, 토지 임대료 및 법인세 인하 등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동화기업의 계열사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미국 테네시주에 전해액 생산기지 신설을 확정하고 현지 법인 설립을 마무리했다.

한국의 전지용 동박 및 전지박 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도 오는 7월 캐나다 퀘벡주에 전지박(이차전지용 동박)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앞서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5월 일본 토요타통상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사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