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 아닌 ‘수익성’ 위해 만든 신림선…경기 남부에서 강남·북 이동 용이하게 만든 신분당선 연장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관악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림선 사진은 신림선 샛강역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림선 사진은 신림선 샛강역 사진=연합뉴스
올해 5월 28일 두 개의 중요한 지하철 노선이 개통됐다. 서울 경전철 신림선과 신분당선 북단 구간이다. 신림선은 서울에서는 우이~신설선에 이은 둘째 경전철로, 개통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인기 없던 기존 경전철과 다른 신림선

경전철은 중전철 대비 그동안 큰 인기가 없었다. 2012년 7월 개통된 의정부 경전철이나 2013년 4월 개통된 용인 경전철(에버라인) 등은 적자 누적으로 정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7년 9월 개통된 서울 우이~신설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들 기존 경전철 노선은 수익성보다 주로 교통 소외 지역을 위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이 개통 목표였다. 반면 신림선은 수익성을 노리는 최초의 경전철이다. 한국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로 환승 없이 곧바로 연결되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우이~신설선이 출발하는 강북구나 경유하는 성북구는 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이 각각 23.5%, 25.1%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 평균인 53.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은 일자리가 부족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많은 곳이다.

신림선도 우이~신설선과 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은 비슷하다. 출발하는 관악구는 23.1%, 경유하는 동작구는 26.8%다.

하지만 신림선이 도착하는 영등포구는 101.6%나 되는 전형적인 업무 중심지다. 영등포구에 사는 사람이 아기부터 노인까지 1000명이라면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1016명이란 뜻이다. 일자리 대비 거주자가 부족해 다른 지역의 사람이 영등포구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또한 여의도 업무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뿐만 아니라 신림역(2호선), 보라매역(7호선), 샛강역(9호선)에서 환승해 강남으로 쉽고 빠르게 출근할 수 있다. 대방역(1호선)을 이용하면 강북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우이~신설선보다 신림선의 기대 수익이 높은 이유는 영등포구와 강남 등 업무 중심지로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경전철이 1~2량으로 편성된 것에 비해 신림선은 3량으로 구성된다. 몇 년 전까지 지하철 9호선이 4량으로 구성돼 있던 것과 비교하면 중전철급의 교통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신림선의 교통 개선 효과는 어떠할까. 신림선의 출발지인 관악산역에서 종점인 샛강역까지 전철로 이동하면 17분이 걸린다. 같은 구간을 관악산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샛강역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버스(6513번)로 이동하면 출퇴근 시간대에는 40분 이상이 걸린다. 전철로 이동하는 것이 버스 이동 시간보다 절반 이상 절약된다.
신분당선 노선이 연장된 신사역 사진=연합뉴스
신분당선 노선이 연장된 신사역 사진=연합뉴스
신림·경기 남부, 지하철 개통 호재 지역

신분당선 북부 구간 연장선 개통도 상당한 호재다. 신분당선은 경기 광교에서 출발해 용인 수지, 성남 분당을 거쳐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급행 노선이다. 그런데 최근 강남역에서 북단으로 신논현역·논현역·신사역 등 3개역까지 연장 운행이 시작됐다.

연장 구간 자체는 세 개 역에 불과하지만 신논현역에서 지하철 9호선, 논현역에서 지하철 7호선, 신사역에서 지하철 3호선 등으로 각각 환승이 가능하다. 강남역에서 지하철 2호선, 양재역에서 지하철 3호선으로밖에 환승할 수 없던 것이 이제 강남·북 여러 지역으로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이 여의도에 있는 사람은 예전에는 분당이나 광교와 같은 경기 남부 지역에서 거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남역까지는 빠르게 접근한다고 해도 강남역에서 여의도역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쉽지 않아서다.

굳이 가려고 한다면 신분당선 강남역에서 내려 9호선 신논현역까지 15분 정도 걸어가거나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의 위치가 전철역과 멀다. 이로 인해 여의도까지 출퇴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분당선 북부 구간이 개통되면 경기 남부에 거주하는 사람도 신논현역에서 쉽게 9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신논현역에서 9호선 급행선으로 환승하면 여의도역까지 14분 정도 걸린다. 분당 정자역에서 출발하는 사람은 신논현역까지 18분이 걸리니 전철 대기 시간과 환승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더라도 40분이면 여의도역까지 출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지하철 개통의 수혜 지역은 어디일까. 경전철 신림선은 관악구와 신림동이 가장 큰 수혜 지역이다. 반면 여의도나 그 인근 지역의 개통 효과는 미미하다. 신림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사람이 여의도에서 신림동으로 출근하는 사람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만약 신림선이 오랜 시간 운행되지 않는다면 가장 불편한 이들은 신림동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경전철 신림선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신림동에 거주하면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신분당선 북부 구간 개통의 수혜 지역은 정작 이들 노선이 지나는 강남구나 서초구가 아니라 광교·수지·분당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론에 따라 일자리가 적은 지역끼리 개통되는 전철은 교통 수요가 적고 개통 효과도 미미하다. 반면 경전철 신림선이나 신분당선과 같이 일자리가 많은 주요 업무 중심지까지 접근성이 좋아지는 전철이 개통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같은 전철 노선이더라도 업무중심지 인근보다 그 업무중심지로 출퇴근 편이성이 개선되는 그 반대쪽 지역이 전철 개통 효과가 크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