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만·폭주 등 패배 종합세트 만들어…“국정 발목 구태 보이면 2년 뒤 또 심판”

홍영식의 정치판
‘民心 바다, 언제든 배 뒤집는다’ 보여준 지방 선거 [홍영식의 정치판]
‘6·1 지방 선거’는 국민의힘 압승, 더불어민주당 참패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곳을 차지한 반면 민주당은 5곳에 그쳤다. 4년 전 민주당이 14곳, 국민의힘 2곳, 무소속 1곳이었던 판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는 4년 전 24(민주당) 대 1(국민의힘)로 국민의힘은 참패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수모를 당했지만 이번엔 17 대 8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민주당에 매서운 회초리 든 ‘6·1 지방 선거’는 민의(民意)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여든, 야든 오만과 독선을 보이면 민심은 언제든지 혹독한 심판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민심은 영원한 균형추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당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 주고 폭주 모습을 보인 민주당에 견제구를 날린 것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에 걸친 민심의 심판 결과를 살펴보면 민심은 어느 한 세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민심을 거스르는 계파 간 공천 갈등으로 참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하는 노력은커녕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이면서 민심의 외면을 당했다. 4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 내리 4연패(連敗)라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재명 혼자 살고 당은 죽었다” 비판 쏟아져

민주당의 환희도 오래가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몰아준 민심은 1년 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패배의 원인은 쌓이고 쌓였다. 시장과 싸우다 집값 폭등, 세금 폭탄, 전세 난민을 부른 부동산 실정(失政), 숱한 부작용에도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외곬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입법 폭주’ 등이다.

그 결과는 2021년 4·7 재·보선에서 41 대 0이라는 참패다. 무능·오만·불공정·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분노한 민심의 폭발이었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민심과 거꾸로 갔다. 민심은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것이었는데 마이 웨이로 내달린 것이다. 당 지도부가 바뀌긴 했지만 친문(친문재인) 일색이었다. 입법 폭주도 그대로였다. 법안 처리 과정은 ‘입법 농단’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온갖 무리수와 꼼수를 동원해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깡그리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는 대선 패배였다. 민주당은 “결과를 받아들인다”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문조차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역시 절차적 민주주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팽개쳤다.

대선 패배자인 이재명 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승리한 사람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출마로 정치판에 다시 등장한 것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선거 막판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꺼내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득표에 도움을 얻었을지 모르나 민주당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급기야 당내에서조차 ‘자생당사(自生黨死)’, 즉 ‘이재명 혼자만 살고 당은 죽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민주당은 ‘팬덤’을 떨쳐내기는커녕 전위대를 자처하며 민심과 동떨어지니 지방 선거 패배는 당연한 귀결이다. 여전한 폭주·독주·오만·내로남불 등 선거 패배의 모든 악수(惡手), 종합 세트를 차려낸 결과다. 애초부터 질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졌다는 따가운 질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반성한다고 했지만 그게 진정성을 가지려면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직부터 약속대로 여당에 넘겨줘야 한다. 법안 처리의 핵심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한 당이 독식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어긋난다. 법안의 길목을 틀어쥐고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을 심산 아닌가. 거대 의석을 믿고 막무가내식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구태를 보인다면 2년 뒤 총선에서 다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여당도 국정 제대로 못하면 민심 뒤집힐 것”

국민의힘도 민심 앞에 겸손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선거에 이긴 것은 집권 1개월도 안 된 윤석열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 앞으로 제대로 하라는 채찍질 성격이 짙다. 민주당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 이익도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국정 역량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고용·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진짜 국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도 2년 뒤 총선에서 역시 심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 해당된다. 지방 선거 사상 역대 둘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여야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다.

이참에 여야 정치권 모두 되짚어 봐야 할 것은 지방 선거를 이대로 지속하는 게 괜찮느냐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부터 살펴보자.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중립적 위치에서 정책을 펴란 뜻에서 정당 공천을 없앴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준을 찾기 어렵다. 진보·보수 진영별 공약들도 엇비슷해 웬만큼 관심을 갖지 않으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자녀가 없거나 자녀들이 초·중·고 학업을 이미 마쳤다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15년째 교육감은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도 교육감이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중한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선거 제도가 타당한 것인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은 전국 2만여 개의 학교를 관할하고 57만여 명의 교사와 교직원의 인사권을 갖고 있으며 연간 82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른다. 진작부터 교육감 선출 방식을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바꾸거나 대통령 또는 시도지사가 임명하자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지방 의원 선거도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 지방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509명(비례대표 포함)에 달한다. 전체 4132명 중 12.3%를 차지한다. 무투표 당선은 기초의원이 유독 많다. 서울 구의원 선거의 경우 373명을 뽑는데 무투표 당선인은 3분의 1 정도인 107명에 달한다. 4년 전과 비교해 13배나 늘었다. 경쟁률도 1.4 대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투표 당선인은 선거 운동도 못하게 돼 있다. 당의 공천만 받으면 끝인 만큼 자질과 정책 검증도 건너 뛸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투표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엉터리 선거의 폐해는 유권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반면 당초 무보수로 시작한 지방의회는 기초의원까지도 연봉 수천만원을 받는 ‘꽃공직’이 됐다. 이권과 관련된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니 기초의원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런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여야 정치권 역시 돌아볼 일이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