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손석구 주연 영화, ‘기생충’보다 빠른 속도로 흥행…OTT로 떠났던 관객 극장으로

2. 6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로 극장이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2. 6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로 극장이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1000만 관객 영화가 다시 등장했다.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역대 28번째, 한국영화로는 20번째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는 개봉 21일째인 지난 11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1000만영화의 등장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이다.

범죄도시2의 인기로 극장가도 들썩인다. 6월 들어 평일에 대략 20만명, 주말엔 50만명 안팎의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고무적인 평가가 나온다. ‘범죄도시2’의 흥행속도는 코로나19 전 마지막 1000만영화인 기생충보다 빨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떠났던 관객들이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돌아오자 극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로 주말에는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CGV 관계자는 “‘범죄도시2’의 흥행은 시장에 ‘콘텐츠에 대한 평가만 좋으면 다시 1000만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줬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침체됐던 영화 산업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데믹 직전 2019년 ‘1000만 영화’ 5편 나와
'범죄도시 1000만 돌파'에 극장가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 극장가는 전성기를 달렸다. 2019년에만 ‘기생충’을 비롯해 5편의 1000만 대작이 쏟아졌다. 한 해 동안 2억2700만 명(방문 횟수 누적)이 극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관객 수는 5952만 명으로 74% 줄었고 지난해에도 6053만 명만 극장을 방문했다. 관객들의 발길이 멈추자 제작사들은 손실을 떠안지 않기 위해 개봉을 미루면서 볼 만한 영화도 사라졌다. 관객은 극장을 찾지 않고 콘텐츠가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관람객이 줄자 수익성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조5093억원에 달했던 한국 영화 산업의 총매출은 2020년 1조537억원, 지난해 1조237억원으로 급감했다. 2년간 최소 3조원이 증발해 버린 셈이다.

극장에 찬바람이 불자 영화 투자와 배급에 이르는 수익 구조까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영화관은 영화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서 콘텐츠 수익의 80% 이상을 책임져 왔다. 영화 티켓 가격의 50%는 영화관이, 나머지 50%는 배급사에 영화 대금으로 지급한다(수도권은 55 대 45 비율). 배급사가 받은 대금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 구조여서 극장 관객 규모가 곧 영화 산업의 기반이 돼 왔다.

영화관 이용객 감소가 곧 매출 감소→새로운 영화 제작 연기(보류)→ 배급사(제작사) 위기→제작 감소로 연결된다. 영화관 매출 하락이 곧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 제작사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OTT로 발길을 돌렸다.‘해방일지 구씨’ 인기, ‘범죄도시’까지 이어져
영화 범죄도시 포스터[연합뉴스]
영화 범죄도시 포스터[연합뉴스]
극장 대신 OTT에만 콘텐츠를 배급하거나 극장 개봉과 OTT 공개를 동시에 병행하는 작품도 있었다. 2020년 여러 차례 개봉을 미뤄 왔던 영화 ‘서복’은 지난해 4월 극장과 티빙 동시 개봉을 택하며 개봉했다. 배우 김태리와 송중기 씨가 출연한 영화 ‘승리호’ 역시 지난해 2월 넷플릭스 독점 개봉을 택했다. 제작비 240억원이 투자돼 개봉 시기를 여러 차례 조율했지만 넷플릭스행을 택하며 2600만이 넘는 가구가 시청했다.

영화 ‘낙원의 밤’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화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제2의 ‘기생충’은 없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범죄도시2’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됐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극장가를 방문한 관객은 1455만4839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 1684만3695명 이후 28개월 만의 최대치다.

영화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의 ‘대체재’가 됐던 OTT가 다시 영화관의 ‘보완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범죄도시2’의 흥행에도 TV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손석구 역)’ 신드롬이 한몫했다.

‘범죄도시2’에 악역으로 나오는 배우 손석구 씨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팬층도 상당수였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콘텐츠가 OTT에 쏠리거나 영화관에 쏠리는 현상 없이 시즌제 드라마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OTT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며 “그 외에 블록버스터나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는 극장에서 각광받으면서 OTT와 극장이 상호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개봉작, ‘범죄도시2’ 흥행에 기대감 상승 ‘범죄도시2’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으면서 하반기에 개봉되는 작품들도 기대를 걸고 있다. 6월 8일 송강호·강동원·아이유 주연의 영화 ‘브로커’가 개봉됐다. ‘브로커’는 칸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만큼 ‘범죄도시2’의 열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6월에는 영화 ‘마녀2’와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도 개봉된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작품들도 속속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한민 감독의 ‘한산 : 용의 출현’,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등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봉을 연기했던 작품들이 ‘범죄도시2’의 흥행으로 속속 개봉 일정을 잡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잠잠했던 한국 영화 시장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