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열리는 제2의 인간관계…친구보다는 멀고 지인보다 가까운 사이

[서평]
육아보다 어려운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
박혜란 지음 | 마시멜로 | 1만5000원


여성은 결혼 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삶의 기반이었던 서울을 떠나 신도시로 오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처음엔 결혼 후 밥벌이의 엄중함에서 벗어나는 가벼움만 생각했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지 못한 채 그저 육아와 살림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가장 힘겨웠던 것은 육아도 살림도 아닌 바로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였다.

어른이 돼 아이를 낳고 기르며 아이의 어린이집과 학교 등에서 만나게 된 엄마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학교 다닐 때 겪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내가 사람을 사귀는 데 이렇게 숙맥인 사람이었나’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로 저자가 겪은 지난 7년간의 삶은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마음 상하고, 다시 정리하고, 또 사귀는 관계 맺기의 반복이었다. 그녀가 겪은 엄마들은 뒷말과 간섭이 많고 항시 기싸움 대기 모드였다. 그녀들의 행동이 다 기싸움에서 비롯된 것인지조차 몰랐던 초보 엄마 시절의 ‘순둥이’ 그녀는 사람에 지쳐 엄마들과 관계 맺기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좋지 않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으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힘이 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려고 하고 힘들다고 하면 서로를 안아주려고 하는 따뜻한 모습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해 준 것 역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결혼 후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에서 저자가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한다.

저자는 결혼 후 우여곡절의 계절을 두어 번 보내고서야 어렵사리 아이를 갖게 됐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무척 예뻤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다. 그야말로 육아 전쟁이 시작됐던 것이다. 예민한 성격이었던 아이로 인해 하루하루 무사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고 남들 다 간다는 그 흔한 문화센터조차 그녀에겐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외출은 초긴장의 연속이었기에 아기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민한 아기와 저질 체력 엄마의 생활 반경은 그렇게 집·놀이터·마트에 한정됐다.

아기가 태어나고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만 3년 동안 그녀의 대화 상대라고는 남편, 단 한 명이었다. 어른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의 퇴근 시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육아에 지친 그녀는 저녁이 되면 말할 기운마저 사그라져 그마저도 못하기가 일쑤였다. 이렇게 육아의 고단함도 고단함이었지만 친구 하나 없는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오롯이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고립감의 무게가 더해지며 육아와 일상의 피로함은 점차 커져만 갔다. 그러다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는 시기가 됐다. 이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남편 한 명만이 아닌 어린이집 엄마들로 확장된 것이다. 어린이집 엄마들을 새로 사귀어 맛집에서 브런치도 먹고 동네 산책도 같이 하고 놀이터에서는 애들끼리 놀게 하면서 육아 정보도 나눌 생각에 한껏 기대를 가지고 들뜬 마음으로 ‘아이 친구 엄마들의 세계’의 문을 열게 됐지만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혹자는 아이만 아니었으면 아이 친구 엄마와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오히려 아이 덕분에 만나서 다행일 수는 없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동안 여러 엄마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다정함과 위로를 받은 경험도 많기 때문이다.

한 선배 엄마는 자기 아이가 좋다고 하는 친구의 엄마가 자신과 잘 맞을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녀들과 잘 맞으면 물론 좋지만 잘 맞지 않아 이 책의 제목처럼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세계가 ‘험난한 세계’로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고 어떻게 마음먹는가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결혼 후 새롭게 시작되는 제2의 인간관계인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아이 친구 엄마들의 세계로 진출하게 될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많은 공감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험난한 세계가 아닌 따스한 세계가 될 수 있을지 알려줄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한경BP 노민정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