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배스킨라빈스·던킨·쉐이크쉑 대히트…특화 제품 개발과 콘셉트 차별화가 ‘비결’
[비즈니스 포커스] SPC그룹이 프랑스의 유명 샌드위치·샐러드 브랜드 ‘리나스(Lina’s)’의 새 주인이 됐다. 2002년 한국에 마스터 프랜차이즈(현지 가맹 사업 운영권) 방식으로 리나스를 들여와 운영한 지 20년 만에 리나스를 한국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리나스는 현재 프랑스·한국·콜롬비아·레바논 등 4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리나스가 더 빠르게 성장해 아예 인수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SPC만의 경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리나스뿐만이 아니다. SPC는 배스킨라빈스·던킨·쉐이크쉑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온 후 본국에서보다 더 크게 성공시켰다.
SPC 관계자는 “충분한 자본만으로 해외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78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식품 원천 기술과 1년 평균 5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투자, 오랜 점포 운영 경험과 마케팅 혁신이 그 비결”이라고 밝혔다. 제빵 기술력 아이스크림에 접목, 배스킨라빈스를 살리다
1985년은 SPC가 계열사인 비알코리아를 앞세워 미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를 들여온 첫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한국 사업 운영권을 따낸 SPC는 활발한 가맹 사업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열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한국 소비자들은 바닐라나 초콜릿 등 단조로운 맛의 아이스크림에 익숙했다. 31가지라는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구비한 배스킨라빈스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다소 비싼 값도 장벽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상품이 가진 한계였다. 여름이면 몰라도 추운 겨울에 아이스크림이 장사가 잘될 리 없었다.
겨울만 되면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매출 하락으로 인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SPC가 내놓은 해답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였다.
물론 미국 배스킨라빈스도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 도입해 판매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SPC는 본사의 케이크가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뭉쳐 놓은 형태에 불과해 상품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SPC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며 쌓은 제과·제빵 노하우를 아이스크림에 접목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수년간의 R&D 끝에 1987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매년 더욱 화려한 모습을 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꾸준히 개발하며 매년 50%가 넘는 케이크 카테고리 매출 성장을 이뤄 냈다. 현재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배스킨라빈스 점포 매출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가맹점의 연간 매출 균형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말·연초가 되면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배스킨라빈스는 ‘계절 비수기’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졌을 만큼 겨울철에도 가맹점 매출이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12월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점포들이 더 많아졌을 정도다.
나아가 자체 개발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개발 노하우를 해외로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알코리아는 현재 중동 5개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수출하고 있다. 2009년 처음 수출을 시작했는데 현재 매출은 당시와 비교해 20배 이상 늘었다.
차별화된 매장 콘셉트와 마케팅으로 위기 돌파SPC가 1993년 도입한 던킨 또한 본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다. 점포 수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전국에서 78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SPC에 따르면 정확한 해외 매장 수는 집계하기 어렵지만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점포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던킨은 한국에서 매출 상승세가 돋보인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던킨의 지난해 매출은 약 1800억원을 돌파했다. 던킨의 매출이 18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비결로는 점포의 차별화와 마케팅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던킨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대로에 ‘던킨 라이브’를 오픈하며 한국 프리미엄 도넛 시장에 불을 지폈다. 던킨 라이브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완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 내 오픈 키친을 따로 두고 셰프가 도넛을 만들어 직접 선보인다. 고품질의 커피를 판매하며 공간 디자인도 새롭게 구성했다. 던킨은 이 같은 형태의 매장을 강남대로점을 넘어 선릉·건대입구·망원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이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하며 지난해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매달 ‘이달의 도넛’이라는 이름의 신메뉴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꾸준히 점포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도 같은 전략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제품 혁신도 있었지만 점포 차별화와 마케팅 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배스킨라빈스도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형태의 콘셉트 매장을 출점하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청동에 자리한 한옥 매장, 서울 잠실에 있는 핑크퐁 협업 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한국에 도입한 쉐이크쉑은 SPC그룹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로 손꼽힌다. 도입 초기 쉐이크쉑은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2~3시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6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서울과 수도권, 전국 주요 광역시에 매장을 연 쉐이크쉑은 여전히 문전성시다.
한국 매장 수만 22개에 달한다. 도입 이듬해에 방한한 쉐이크쉑의 창업자 대니 마이어 회장은 “강남역에 있는 쉐이크쉑 한국 1호점이 전 세계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라고 극찬한 바 있다.
SPC그룹의 제조 역량과 마케팅 실력을 인정한 미국 쉐이크쉑 본사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사업권까지 위임했다. 이에 따라 SPC그룹은 쉐이크쉑의 범아시아 권역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운영 경험이 많은 SPC그룹의 노하우에 토종 효모 등 식품 원천 기술을 접목한 햄버거 번 제조 역량 등이 쉐이크쉑 미국 본사의 신뢰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SPC그룹의 캐시카우인 파리바게뜨도 진출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교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초국적 기업이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제조 원천 기술과 축적된 시간”이라며 “SPC그룹이 도입한 브랜드 역시 이를 앞세워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나스도 본사 인수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점포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나스는 도입 초기만 해도 샌드위치 식사가 생소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꾸준히 메뉴를 개발하고 입지를 잘 선택해 버틴 결과 새로운 세대의 생활 패턴과 맞아들었고 성장하게 됐다”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