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범 후 법무법인들 대응 조직 신설 이어져

[비즈니스 포커스]
태평양이 신설한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 TF 소속 변호사들.   사진=태평양 제공
태평양이 신설한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 TF 소속 변호사들. 사진=태평양 제공
최근 검찰에 사의를 표명한 김락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장검사가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한다. 율촌에 따르면 김 전 부장검사는 조만간 정식 출근해 율촌 소속 변호사로 새 출발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약 15년간 형사·금융 분야에서 수사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2020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 시절 라임 사태 수사를 이끌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라임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의 ‘검사 술접대’ 의혹 등을 수사했다. 율촌 관계자는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다시 설립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김 부장검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5월 18일 서울남부지검의 기존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을 개편한 합수단이 다시 출범했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합수단이 2년 4개월 만에 부활한 것이다. 이 같은 검찰 행보에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대형 로펌들은 잇달아 합수단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발 빠르게 꾸리며 이들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 전 부장검사 또한 율촌이 합수단 부활에 맞춰 최근 새롭게 발족한 ‘금융 자산 규제·수사 대응 센터’에 합류하게 된다.

율촌은 금융 수사 및 공판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금융형사팀과 금융 규제 및 제재 등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금융규제팀, 가상 자산 등 신종 자산 관련 업무를 맡는 가상자산·블록체인팀의 핵심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관련 센터를 신설했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한국증권법학회·한국금융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학석 변호사가 센터장이다. 그의 지휘 아래 현재 2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포진해 있다. 율촌 관계자는 “가상 자산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다수 포함된 만큼 최근의 테라·루나 사태 등 가상 자산 관련 제재나 수사에 대해서도 신속한 전문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등 집중 수사 예상
2013년 첫발을 내디뎠던 합수단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20년 1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당시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이 ‘부패의 온상’이라며 합수단 폐지를 결정했다.

그 대신 추 전 장관은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이하 수사협력단)을 새롭게 출범시키며 합수단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를 줄곧 표명해 왔다. 수사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으로부터 고발을 받는 형태로 움직였던 합수단과 달리 수사협력단은 검사의 직접 수사를 배제했다.

수사협력단 내부에 있는 수사관실에서 1차 수사를 진행하고 검사는 기록 검토를 통해 수사관을 지휘하거나 송치 이후 보완 수사를 하는 형태였던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수사 체계는 수사 진행 과정에서 검사의 신속한 결정과 대응이 더욱 요구되는 금융 증권 범죄 수사에 적합하지 않아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수사의 성과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수단 부활은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증권 범죄에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위한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주식 등 현물 상품 위주의 전통적 불공정 거래 조사 영역을 넘어 장외 파생 상품과 가상 자산 등으로 수사 범위 확대가 예상돼 금융업계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연이어 합수단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이런 법률 자문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율촌뿐만이 아니다. 법무법인 화우는 마지막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변호사(연수원 30기)를 앞세워 팀을 꾸렸다. ‘금융·증권 수사 대응TF’가 팀 명칭이다.

화우 관계자는 “이번 합수단의 재출범에 맞춰 검찰·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출신의 금융 증권 범죄 전문가를 주축으로 ‘금융·증권 수사 대응TF’를 출범시켰다”며 “특히 합수단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 유관 기관의 활동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대응팀과 수사대응팀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 TF’를 만들어 합수단에 대응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등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김영모 변호사가 TF를 총괄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 시장 담당 부원장을 역임한 이동엽 고문을 비롯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팀장 출신 김영삼 고문과 자본시장조사국 근무 경험이 있는 진무성 변호사가 조사 초기 단계부터 밀착 자문에 나서 단계별 맞춤 전략을 제시한다.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재직 당시 합수단 창설에 관여한 정수봉 변호사도 이 TF에 소속돼 있다.

이 밖에 법무법인 광장은 합수단장을 지낸 바 있는 박광배 변호사와 함께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 조사 대응 TF’를, 법무법인 바른과 대륙아주도 각각 ‘금융·증권 범죄 수사 TF’와 ‘금융·자본 시장 대응팀’을 내부에 발족한 상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TF나 전담팀을 아직 꾸리지는 않았지만 합수단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앤장 관계자는 “금융이나 증권 범죄 대응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들이 사안의 유형에 따라 그때그때 맞춤형으로 팀을 구성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합수단의 출범으로 검찰의 수사는 물론 금융 유관 기관의 규제 활동까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신호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금융사 압수 수색 시 주가 등에 큰 타격, 선제적 대응 중요해”
추미애가 없앤 ‘합수단’ 부활에 대목 만난 로펌
법무법인 세종 역시 합수단 부활에 발맞춰 전담 부서인 ‘금융·증권 범죄 수사 대응센터’를 신설했다. 금융·증권 분야 수사 대응 전략 자문에 힘을 싣기 위한 결정이다. 검사 시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등에서 근무한 신호철 변호사가 센터장으로 신생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를 만나 합수단 부활의 의미와 금융사들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앞으로 어떤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나.
“합수단이 새롭게 부활한 만큼 자본 시장의 건전성 유지 및 일반 투자자들의 권리 보호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주식 등 현물 상품 위주의 전통적 불공정 거래 조사 영역을 넘어 장외 파생 상품과 가상 자산 등에 대한 수사 범위 확대 또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금융 범죄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중대 사건 직접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본다.”

금융사들의 리스크 대응 방법은 있나.
“향후 합수단의 수사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압수 수색이 따르는 강제 수사 및 임의 수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수사 개시 이전에 이미 금융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조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조사 대상과 논점 등을 잘 파악해 금융 당국에 설명하는 등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사로 이어져 회사에 대한 압수 수색 등이 이뤄질 경우 회사의 평판과 주가 등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므로 이런 리스크를 줄이도록 조사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조사 초기 단계부터 계속적으로 전문가와 상의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세종 대응팀의 강점은 무엇인가.
“세종은 전통적으로 기업 금융, 금융 규제, 금융 분쟁 등 금융 자문과 송무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서의 위치를 굳혀 왔다. 최근 더 많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인재 풀을 확대하고 있다. 세종 대응팀에는 금융 수사를 전담한 검찰 출신의 변호사,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출신의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자본 시장 불공정 거래 사범을 조사해 검찰에 이첩하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들이 다수 있어 불공정 거래 사범 조사에 대한 대응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를 토대로 한국거래소의 심리, 금융 당국의 조사, 조사 결과 조치 내용 결정 및 검찰 이첩, 검찰의 수사 및 형사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최적의 대응 방안과 자문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다.”

향후 계획은 세웠나.
“세종의 금융 증권 범죄 수사대응센터는 6월 8일 발족 이후 검찰·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 등 각계 출신의 전문가들이 서로 금융 증권 분야의 최신 이슈, 수사 동향 등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현재 여러 관련 사건을 수임해 대응 중이기도 하다. 한편 대응센터 역량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금융 증권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