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FnC ‘지포어’·신세계인터 ‘필립 플레인’ 인기, 해외 브랜드 유통으로 시장 접수

[비즈니스 포커스]
제이린드버그 22SS 컬렉션.(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이린드버그 22SS 컬렉션.(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지난해부터 패션 시장의 한 축을 떠받쳐 온 골프웨어의 인기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골프복 시장 규모는 2018년 4조2000억원에서 2020년 5조125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6조33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단일 국가에서는 한국 골프웨어 시장이 가장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시장을 보고 패션 기업들부터 애슬레저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까지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레이어는 늘어났지만 결국은 트렌드에 적응한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 기업들이 초점을 맞춘 영역은 프리미엄 시장이다. PXG어패럴 등 해외 고가 브랜드가 문을 연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필립플레인.(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필립플레인.(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세계 최대 골프웨어 시장 된 한국

CJ ENM은 6월 10일 프리미엄 브랜드 ‘바스키아 브루클린’을 앞세워 럭셔리 골프웨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승완 CJ EN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올해 한국 골프웨어 시장의 트렌드를 ‘뉴럭셔리’, ‘캐주얼라이징’, ‘아이코닉 디자인’으로 꼽았다. 홍 CD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세대와 여성 골퍼가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웨어를 명품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럭셔리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골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취미가 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야외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소규모로 모여 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MZ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접근 장벽이 높은 취미로 여겨졌던 골프를 만나면서 골프 인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러한 골프족들은 골프웨어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는 시장 초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PXG어패럴과 마크앤로나 등이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 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본 한국 패션 기업들은 해외 브랜드의 공식 유통에 발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코오롱FnC는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미국의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지포어(G/FORE)’를 공식 수입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시모 지아눌리가 골프의 DNA와 통념을 깨뜨리며 201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론칭한 지포어는 ‘골프의 전통성을 존중하는 파괴적인 럭셔리’를 추구하는 젊은 감각의 골프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브랜드 캐치프레이즈처럼 골프에 대한 전통은 존중하면서 차별화된 접근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 아이템인 골프화와 골프 장갑 등의 용품은 물론 브랜드만의 특징 있는 로고 플레이로 풀어낸 필드 룩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 온라인 셀렉숍 ‘더카트골프’를 통해 정식 유통을 시작했고 올해부터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채널을 확장해 왔다.

지포어는 기존 골프웨어 마켓에서 찾기 힘들었던 ‘영 럭셔리 골프웨어’로 2030세대에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기와 맞물려 한국 론칭 이후 5개월 만에 연매출 목표 2배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24일에는 한국과 글로벌에서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강남구 도산공원에 오픈하며 ‘명품 거리’에 입성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철저히 VIP 고객에게 초점을 맞췄다. VIP 멤버십 고객을 위한 전용 라운지와 함께 프라이빗 바, 테라스, 라운지 공간, 피팅 룸 공간을 마련했다. 또 VIP 전담 직원을 통한 퍼스널 서비스와 간단한 주류·다과 서비스도 항시 제공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다양한 시즌 상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LF의 골프웨어 닥스 런던.(사진=LF)
LF의 골프웨어 닥스 런던.(사진=LF)

70만원대 피케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려
코오롱에프엔씨가 전개하는 프리미엄 골프웨어 '지포어'.(사진=코오롱에프엔씨)
코오롱에프엔씨가 전개하는 프리미엄 골프웨어 '지포어'.(사진=코오롱에프엔씨)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1% 늘었다. 본격적 라운딩 계절인 2분기에 접어들면서 매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제이린드버그는 대부분의 골프복들이 오버사이즈의 편안한 핏을 선보일 때 대담한 컬러를 바탕으로 슬림한 실루엣을 강조했다. 특히 모던한 디자인이 기능성 소재와 접목돼 골프웨어의 영역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제이린드버그에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유통하는 ‘필립플레인 골프’는 올해 골프웨어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브랜드다. 론칭 후 3개월간 매출이 목표 대비 200%를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필립플레인은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이 2004년 론칭한 스위스 명품 브랜드로, 매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하며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피케 티셔츠 35만~70만원대, 팬츠 40만~70만원대, 아우터 65만~90만원대, 클럽백 180만~200만원대로 가격대 또한 기존 럭셔리 골프웨어 수준을 뛰어넘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필립플레인은 ‘리얼 럭셔리’를 표방하며 스스로에게 아낌 없이 투자하는 3040 영앤드리치 골퍼부터 골프계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들도 리뉴얼을 통해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닥스골프에서 리뉴얼을 단행한 닥스 런던 골프는 기존 중·장년층을 겨냥한 선물용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넘어 MZ세대를 대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골프웨어’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중·장년층 고객은 물론 밀레니얼 세대까지 아우르는 ‘논에이지’ 브랜드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특히 이번 시즌은 버버리 출신의 뤽 구아다넌 CD를 영입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인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LF 관계자는 “이번 시즌은 전형적인 골프복에서 벗어나 일상에서도 스타일리시한 골프웨어를 제안한다”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체크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2세째 내려오는 코오롱의 ‘골프 사랑’
지포어의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코오롱에프엔씨)
지포어의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코오롱에프엔씨)
코오롱그룹은 골프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창업자는 11년간 대한골프협회장을 지냈다. 골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이 창업자는 우정힐스CC의 설계에 참여했다.

또 코오롱그룹은 한국에서 제일 큰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코오롱한국오픈의 주최사로 한국 골프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이 창업자가 “한국 선수들은 한국 골프복을 입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1990년 코오롱FnC는 패션 산업 노하우를 집약한 한국 최초 골프 브랜드 ‘엘로드’를 만들었다.

아버지 이동찬 창업자의 영향으로 이웅열 명예회장도 골프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FnC는 최근 럭셔리 프리미엄 라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포어를 비롯해 영 골퍼들을 겨낭한 골프웨어 브랜드 ‘왁(WACC)’ 등을 전개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명예회장은 6월 14일 코오롱그룹의 골프 관련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코오롱이 첨단 신소재로 개발한 골프공 아토맥스가 세계 최장 비거리를 기록했는데 이와 관련한 인증식 행사였다.

코오롱은 6월 14일 자체 개발한 신소재 아토메탈을 골프공에 적용해 세계적 기록 인증 기관인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에서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 타이틀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록은 코오롱의 신소재 전문 계열사 아토메탈테크코리아가 개발한 비정질 합금 ‘아토메탈’ 분말을 골프공에 적용해 만들어 낸 결과다. 그간 비거리를 앞세운 골프공은 많았지만 글로벌 인증 기관에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아토맥스가 최초다.

6월 14일 열린 인증식에는 이 명예회장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장희구 사장과 한국기록원, 미국 WRC 심사위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코오롱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아토메탈 소재 개발 방향과 이를 아토맥스 골프공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은 “이번 신기록에 머무르지 말고 우리 기록을 우리가 계속 깨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도전해 세계 최고 신기록을 이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