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CSP 새로운 ‘캐시카우’로…OCI는 폴리실리콘 뚝심 결실
[비즈니스 포커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동국제강의 기업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거둔 호실적을 반영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13년 만의 최대치였다. 이익 가운데 대부분이 동국제강이 미래를 보고 투자했던 브라질 제철소(CSP)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CSP는 지난해 7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사의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기업들은 울고 웃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였던 사업이 어느 순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하는 것이 요즘 시대다.
여기 세간의 우려 속에서도 자사의 결정을 믿고 뚝심 하나로 묵묵히 기다린 끝에 골칫거리였던 사업을 결국 ‘황금알’로 만들어 낸 기업들이 있다. 동국제강과 OCI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동국제강의 실적 개선에 큰 공을 세운 브라질 CSP 제철소는 몇년 전까지는 큰 애물단지였다. 2016년 준공된 브라질 CSP 제철소는 2019년까지 막대한 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반등하며 보물이 됐다.CSP, 2019년까지 손실만 2조원CSP는 동국제강이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의 발레, 한국의 포스코와 합작해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 주 페셍 산업단지에 세운 연산 300만 톤급 고로 제철소다.
고로 제철소 설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주도로 2005년부터 추진돼 왔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 최대 외자 유치 사업으로도 꼽힌다. 완공까지 투입된 금액만 55억 달러(약 7조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약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6년 완공된 CSP는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생산했지만 기대와 달리 CSP는 막대한 손실을 냈다. 철강 가격 하락과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가치 급락이 악영향을 미쳤다. CSP는 준공 4년 차인 2019년까지 누적 손실 2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CSP 설립이 동국제강의 실수였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장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CSP가 훗날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믿음은 현실이 됐다.
2020년을 기점으로 헤알화 안정과 철강 시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슬래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CSP는 단숨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CSP는 2020년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했다. 오랜 기다림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지난해에는 중국발 호재도 이어지며 CSP는 대박을 냈다. 배경은 이렇다.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 기업이 수출할 때 품목별로 13%의 부가 가치세를 환급해 줬다. 국내 시장의 철강 공급 과잉에 대응해 수출을 장려하는 철강 수출 증치세 환급 제도를 활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철강 물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이는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슬래브 가격은 톤당 990달러까지 치솟았고 CSP는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CSP가 있는 브라질 세아라 주 수출촉진지대(ZPE) 내수 판매 제한이 7월 해제되며 내수 시장 공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CSP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사회 기반 시설 투자 예산안이 통과된 것과 유럽의 해상 풍력 개발 프로젝트 진행과 기계·건설 부분 경기 회복 등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OCI의 폴리실리콘 인내, 결실로 돌아오다철강 공급 불안도 동국제강엔 호재다. 슬래브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졌다. 주력 생산 국가인 러시아의 슬래브 수출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가격이 톤당 1100달러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도 CSP의 실적은 급등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동국제강의 신용도가 ‘A’급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솔솔 나온다.
OCI도 뚝심 하나로 버텨 온 폴리실리콘 사업이 최근 대박을 내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폴리실리콘은 태양 전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다. OCI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연산 3만 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운영 중이다.
OCI의 상황 역시 동국제강과 비슷했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하고 과거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한때 부르는 게 값일 만큼 폴리실리콘 가격이 치솟았고 이에 힘입어 OCI 실적 역시 쾌조를 이어 갔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업체들이 싼값의 폴리실리콘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폴리실리콘 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어느 순간부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2019년 OCI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적자로 전환됐다.
2020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고 신용 등급 또한 ‘A+’에서 ‘A’로 낮아졌다. 당시 한화솔루션 등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은 것도 이 같은 시장 환경 때문이었다.
하지만 OCI는 버텼다. 지난해 결국 기다림은 결실을 봤다.
기후 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불었고 수많은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밀려들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다. 2020년 kg당 6달러까지 저점을 찍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kg당 10달러 이상이 됐고 지난해 말에는 40달러에 육박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OCI는 10년 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폴리실리콘 가격은 3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OCI의 견고한 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T 역시 도심 곳곳에 있는 전화국을 호텔과 상업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탈바꿈시키며 자산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과거 KT는 원활한 통신망 연결을 위해 도심 주요 곳곳에 건물을 사들여 전화국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일부 전화국들의 활용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KT 관계자는 “과거엔 원활한 통신을 위해 여러 곳에 전화국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통신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KT는 부동산 전문 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앞세워 영동·을지·신사·송파지사 부지에서 호텔 개발·공급을 진행하며 자산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KT가 5성급 호텔과 프라임급 오피스 건물로 리모델링한 송파전화국은 이전 대비 평가액이 2배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KT 송파빌딩 2개 동은 최근 연례 감정 평가에서 약 8000억원의 감정가를 평가받았다. 전화국일 때 감정 평가액은 약 100억원으로 4000억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도 2배나 가격이 뛴 셈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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