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간 기업 중 주식 보유량 가장 많아…자금 여력·KDB산업은행 판단이 변수

[비즈니스 포커스]
SM상선의 선박.(사진=SM상선)
SM상선의 선박.(사진=SM상선)
호남 지역의 건설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SM그룹이 인지도를 높인 때는 2016년이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SM그룹이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과 터미널을 인수하며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올해 SM그룹의 재계 순위는 전년보다 4계단 뛰어오른 34위로 자산 총액은 13조7000억원이다. 해운 시황이 좋아지면서 SM그룹이 보유한 해운사들의 실적이 향상된 것이 원동력이다. 이처럼 해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온 SM그룹이 지난해부터 HMM의 주식을 조금씩 매입하면서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큰 그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HMM은 6월 20일 SM상선과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특별 관계인 18인이 HMM 지분 5.52%(2699만7619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SM그룹은 HMM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8350억원을 썼다.

기업별 보유량은 SM상선이 1647만7790주(3.37%)로 가장 많은 HMM 주식을 보유했다. 그 뒤를 이어 대한상선(235만5221주), SM하이플러스(203만8978주), 우방(109만2315주), 에스티엑스건설(105만6000주), 대한해운(71만5000주), 삼환기업(70만주) 순으로 나타났다. 우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주식 매수 행렬에 동참했다. 우 회장이 128만7300주, 우 회장의 장남인 우기원 삼라 감사가 5000주, 김만태 대한해운 대표가 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사와 임원들까지 ‘총동원’돼 HMM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SM그룹은 민간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HMM 주식을 갖게 됐다. HMM의 최대 주주는 KDB산업은행으로 20.69%(1억119만9297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9.96%(9759만859주)를 보유 중이다.

SM상선 측은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우 회장이 해운사들을 여러 곳 인수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은 2013년 대한해운 인수를 시작으로 2016년 벌크 전용 선사인 삼선로직스(대한상선)와 한진해운(SM상선)의 자산 일부를 인수했다.

하지만 그간 SM상선이 추진해 온 M&A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덩치 차이가 너무 크다. 해운사들의 체급을 알 수 있는 선복량을 살펴봐도 SM상선은 HMM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6월 28일 기준 HMM의 선복량은 81만455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글로벌 선사 중 8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SM상선은 8만5407TEU로 22위를 기록 중이다.

SM그룹 전체로 봐도 그렇다. HMM의 자산 총액은 17조8000억원으로 SM그룹의 13조7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SM그룹이 인수에 나선다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이다.

HMM의 ‘새 주인 찾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KDB산업은행의 의지다. KDB산업은행이 강석훈 신임 은행장을 새로운 리더로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기가 곧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HMM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인수자를 찾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