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애플에 크게 밀려…반전 승부수는 ‘플립과 슈퍼 하이엔드’?
[비즈니스 포커스]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이 모토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1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고급화 마케팅’이다. 보통 후발 주자들은 가성비를 내세우지만 애니콜은 이러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품질과 이미지를 내세운 애니콜은 2008년 기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휴대전화 브랜드로 성장했다.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애니콜은 삼성의 새로운 브랜드 ‘갤럭시’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애니콜이 쌓아 놓은 고급 휴대전화 이미지는 ‘갤럭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애니콜이 갤럭시 성장의 자양분이 된 셈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갤럭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메인 모델) 시장에서 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스마트폰 시장 자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여기에 갤럭시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이 예년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27일 시장 조사 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에서 애플은 상위 모델 10개 중 1~4위를 싹슬이했다. 1위는 아이폰13으로 점유율 5.5%다. ‘아이폰13 프로 맥스’는 3.4%의 점유율로 2위, ‘아이폰13 프로’는 1.8%로 3위를 차지했다. 2020년 출시된 ‘아이폰12’도 1.6%로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울트라’가 판매 점유율 1.5%를 기록해 상위 10개 모델 중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순위였다. 갤럭시 S22 울트라를 비롯해 상위 4개 모델을 순위에 올렸지만 애플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20년 출시된 애플의 구형 모델을 갤럭시 신형이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는 지적도 있다. 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심적 문제는 삼성이 애플처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간 삼성은 출하량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러한 전략이 고객들에게 혁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갤럭시’ 브랜드가 시장에서 갖는 위치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서는 갤럭시가 가격 방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제품군을 지나치게 다각화했다는 점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애플은 상위권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는 반면 삼성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판매가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은 ‘폴더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플립3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메종키츠네, 우영미 등 Z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기술에 앞서 감성을 자극한 마케팅이 통한 것이다. 이상근 교수는 “MZ세대를 포함한 소비자층을 붙잡으려면 ‘플립’ 브랜드를 키우거나 ‘슈퍼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IT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위축된 스마트폰 시장엔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폴더블’을 앞세웠다. 오는 8월 10일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 Z폴드4(가제)’와 ‘플립4’ 언팩 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9월 아이폰14의 출시와 중국 샤오미 등이 폴더블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 시점에서 이번 신제품은 삼성엔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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