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이디어에 접근성 높여 운용 계획에 도움…펀드 운용과 수익률 기여 따라 정량 평가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가 말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가 말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는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실제 서비스 수요자인 연기금·자산운용사·공제회·은행·보험·투자자문사의 펀드매니저들이 대한민국 증권사의 리서치 서비스와 영업력을 평가해 최우수 증권사를 선정하는 조사다.

이번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에도 주식·채권·자산배분 담당 펀드매니저 1058명이 32개 증권사와 37개 부문 580명(섹터별 중복 포함)의 애널리스트를 평가했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우수 애널리스트를 선정할까. 또 어떤 이유로 애널리스트 조사에 참여할까.

설문의 숨은 공로자이자 실제 심사위원인 펀드매니저들을 특집에 초청했다. 다음은 그들이 말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다. 향후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소속 기관과 이름은 가명으로 표기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어떤 관계인가요.

(박진영) “악어와 악어새(서로 이익을 취하는 관계를 뜻함)죠. 아, 체급 차이가 나는 표현이라 딱 맞는 표현을 찾고 싶은데…. 여하튼 우리는 공생 관계입니다.”

(윤종신) “매니저는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업무이고 애널리스트는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되는 의견 논리 정보를 제공하니 전쟁으로 치면 같은 조직 소속은 아니지만 장군과 참모에 가깝습니다. 양쪽 다 유능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승철) “축구로 예를 들면 스트라이커(펀드매니저)와 미드필더(애널리스트)?”

편집자 주 > 금융권에서는 역할에 따라 크게 바이 사이드(buy side)와 셀 사이드(sell side)로 역할이 구분된다. 전체 금융업계에서 바이 사이드와 셀 사이드는 서로 다른 일을 한다. 애널리스트의 기본 업무는 자산 운용사 혹은 연기금 등 투자 기관에 소속된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펴내고 이를 직접 설명하는 일이다. 산업 분석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분석 대상 기업을 직접 찾아가거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숫자,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보고서로 펴낸다. 그러면 리포트를 읽고 펀드매니저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살지, 팔지 결정한다. 이후 주식 거래 주문을 증권사에 낸다. 증권사는 펀드매니저들이 사고파는 주식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대개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쪽에 있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셀 사이드, 불특정 다수에게 모은 투자 자금을 운용해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등 회사가 발행하는 금융 상품을 사는 구매자 관점의 펀드매니저를 바이 사이드라고 한다.

-한경비즈니스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가 어느덧 24년 차입니다. 펀드매니저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승철) “매니저가 시장의 모든 애널리스트를 알지는 못합니다. 증권사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세일즈를 해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과정을 통해 지난 반기 동안 어떤 애널리스트가 어떤 주장을 해왔는지 한번 돌이켜 보거나 몰랐던 혹은 놓치고 지나갔던 아이디어에 대해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이효리)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운용 계획을 수립할 때 전망 세미나를 여는 데 이때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자료를 참고해 초빙하고 있습니다. 평소 세미나 진행 시에도 그렇고요.”

(박진영) “사전적 의미보다 사후적 의미가 더 커요. 상반기와 하반기 펀드를 운용하면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에 직간접적으로 받은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는 게 큰 것 같아요. 또한 바이 사이드와 셀 사이드 간 유기적 결합을 더 강하게 맺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보아) “간혹 시장의 관심에서 좀 멀어진 업종이나 새롭게 뜨는 업종은 파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나 세미나를 통해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받습니다. 다양한 애널리스트를 만나는 게 가장 좋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만남이 편중될 수 있어요.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로 우리가 몰랐던 빈 공간에 정보를 채우는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 같아요.”

-반대로 애널리스트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박진영) “애널리스트는 이 조사를 통해 ‘평판’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거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상품 가격은 프리미엄이 붙잖아요.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죠.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면 인지도가 올라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리포트를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고 트래픽이 많아지면 당연히 연봉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애널리스트 관점에서 보면 기회나 시장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싸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어요. 평판도 올라가고 그를 통해 스카우트가 될 수도 있고요. 연봉도 올릴 수 있죠.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수단으로서의 순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일반 투자자에게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한 번에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어떤 점을 중심으로 선정하나요.

(이승철) “펀드매니저마다 다르겠지만 애널리스트의 관점이 발표 당시 시장 내에서 소수 의견이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시장의 컨센서스 아이디어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 혹은 하락 여력이라는 차원에서 투자에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즉 종목 주가 흐름의 변곡에 대한 아이디어는 시장에 늘 희소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종신) “첫째는 올바른 분석과 타당한 논리, 둘째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 제공, 셋째는 펀드 운용과 수익률에 기여한 정도입니다.”

(이효리) “애널리스트가 주장하는 논리에 공감이 가는지 여부에 따라 선정합니다. 리포트도 좋지만 아무래도 세미나를 통해 직접 설명을 듣는 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박진영) “투표 결과가 합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정성 평가보다는 정량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에게 투표합니다. 그의 리포트나 세미나 등이 도움이 되니까 앞으로도 도움을 계속 받고 싶기 때문이에요.”

(보아) “두 가지를 보는 것 같아요. 객관적인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지 정보의 신속성 부분과 신속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핵심적인 부분을 얼마나 심도 깊게 짚어줄 수 있는지를 봅니다.”

-앞으로 한경비즈니스 조사가 어떻게 개선되기를 바라나요.

(박진영) “시대가 변했으니 섹터도 그에 따라 빠르게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과거에는 의미 있는 섹터였지만 지금은 산업적 의미가 많이 약해진 섹터도 있으니까요. 실제 신사업군은 평가 대상에 없어 찍어 줄 애널리스트가 있음에도 후보에 올라오지 않아 찍어 줄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섹터 조정을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싸이) “조사 결과와 증권 시장의 움직임이 상이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증권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해 조사에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한경비즈니스는 자본 시장의 흐름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평가 영역을 매년 조정한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얽힌 만큼 평가 영역 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