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근무시간 유연 조정...워케이션 지원도

MZ세대 잡아라...재택근무 넘어 '풀 리모트' 시대
개발자 구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재들이 원격근무(재택근무)를 선호하면서 IT 업종에서는 '풀 리모트(100% 원격근무)' 등 파격적인 근무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자유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근무 조건을 내걸고 인적자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IT 대표기업 네이버는 이달부터 주3일 이상 사무실 출근과 원격 기반의 근무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를 시행 중이다.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의 경우 회사에 출근하는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 네이버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형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5%가 원격근무 타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워케이션’으로 일정 기간 휴양지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기는 근무 형태도 도입했다. 일본 도쿄와 강원 춘천 등 국내외 거점 도시에서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5일의 워케이션을 지원한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도 이달부터 한국시간 기준으로 시차 4시간 이내의 해외 지역에서 근무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워크 2.0’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현금성 포인트 ‘하이브리드 워크 포인트’도 지원한다. 약 200여만원의 현금성 포인트를 활용해 원격 업무 환경 구축에 쓰거나 사무실 근무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도 이달 전면적인 상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재택근무제를 실시해왔으나, 이번에 전면 재택근무제를 공식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을 적용하면서 부서원들과 상시 음성연결과 주 1회 대면회의를 권장한다. 아울러 격주 단위로 금요일에 쉬는 '놀금' 제도도 도입한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2020년 10월 창업 이래 사무실이 없고 100% 원격근무인 '풀 리모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워케이션 기간을 따로 두지 않고,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로 떠나 일할 수 있다. 실제로 부산, 제주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물론 미국, 홍콩 등지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많다. 재택근무 환경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해서는 △카페 이용 시 음료 비용 △공간대여(회의실, 공유오피스 등) 비용 등을 지원한다. 근속 1주년 기념으로 더 효율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위한 Up그레이드 지원비 50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내년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 근무지 자율선택제는 원격 연결만 되면 장소는 국내든 해외든 직원들이 알아서 정할 수 있다. 근무시간은 주 32시간 기준으로 월 단위의 총 근무시간 안에서 자율로 정할 수 있다. 필수 협동 근무시간인 ‘코웍타임’은 지켜야 한다.

야놀자도 지난해 6월부터 따로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상시 원격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직원들이 사무실,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중 선호하는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당근마켓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면서 근무시간을 개인이 스스로 관리해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업무 시작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를 ‘코어타임’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같이 재택근무를 늘리는 이유는 실제로 유수 인재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플러스의 경우 재택근무 도입 후 입사지원율이 30% 늘었다. 총 인원이 100명이 안 되는 업스테이지의 경우 창립 후 현재까지 누적 지원자가 2000명을 넘을 만큼 지원자가 몰리고 있어 구인난은 커녕 반대로 채용 프로세스를 강화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스타트업일수록 인력 한 명에게 주어지는 자율과 책임이 크기 때문에 실력을 갖추고 자율업무를 잘 활용하는 인재 검증을 통해 좋은 인력들이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