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핀 딜레마

1950년대 미국에서 장기간 이어진 경상 수지 적자 때문에 처음 이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은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미국이 경상 흑자로 돌아서면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경상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적자 상태가 지속돼 미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준비 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도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축 통화인 미 달러화는 무역 적자를 시정하지 않고서도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 수지 적자 폭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세계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창출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를 넘어서는 달러의 역설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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