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경제 용어]
# 트리핀 딜레마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0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사진=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0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사진=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는 기축 통화가 국제 경제에 원활히 쓰이기 위해 많이 풀리면 기축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기축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돈이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역설을 말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장기간 이어진 경상 수지 적자 때문에 처음 이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은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미국이 경상 흑자로 돌아서면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경상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적자 상태가 지속돼 미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준비 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도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축 통화인 미 달러화는 무역 적자를 시정하지 않고서도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 수지 적자 폭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세계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창출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를 넘어서는 달러의 역설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