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x 한국언론진흥재단
“코로나19 쓰레기, 비닐봉지보다 더 큰 위협”…꽃피우는 마스크에 키토산 필터까지 ‘지속 가능’ 실험

[비즈니스 포커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미국 해안가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 사진=UN·Brian Yurasits 제공
미국 해안가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 사진=UN·Brian Yurasits 제공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가 플라스틱 오염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키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 보고서가 지적한 마스크의 나비 효과다. 2년여 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로 마스크 사용량이 급증하며 미세 플라스틱의 침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플라스틱 섬유로 제작되는 마스크의 전 세계 생산량은 2019년 기준 ‘1년간 80억 개’에서 2020년 이후 ‘1개월간 1290억 개’로 급증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일회용 의료 장비, 일회용 키트 검사 등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기 위한 안전 도구들은 모두 플라스틱 사용률을 크게 늘리고 있다. 남덴마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를 포함한 개인 보호 장비(PPE)로 인한 ‘코로나19 쓰레기’가 비닐봉지보다 더 큰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안전의 역습이다.

일상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면 환경까지 생각하는 ‘슬기로운 방역 생활’이 필요하다. ‘환경과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한경비즈니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세 플라스틱 주범 마스크, 오명을 벗고 ‘꽃’피우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2020년 2월과 2020년 11월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 9개월 사이 마스크 폐기량이 급증했다. 사진=해양보호단체 ‘오션즈아시아’ 제공
2020년 2월과 2020년 11월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 9개월 사이 마스크 폐기량이 급증했다. 사진=해양보호단체 ‘오션즈아시아’ 제공
한 달 430억 개, 미세 플라스틱 생산

‘부직포, 폴리프로필렌 피복 철사, 폴리프로필렌 부직포, 탄성 중합체 필름.’

이제는 필수품이 된 마스크. 마스크의 성분을 본 적이 있는가.

일회용 마스크의 주성분은 부직포다. 겉감·안감·중간재·필터 등이 부직포로 돼 있다. 특히 필터 부분은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프로필렌 부직포로 구성돼 있다. 끈과 코편 등에도 폴리프로필렌 성분이 들어간다. 일회용 마스크의 주성분인 폴리프로필렌은 PP라고도 불리는데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다. PP는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아 플라스틱 중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이런 장점 때문에 음식물을 담는 포장 용기부터 마스크처럼 우리 몸에 직접 닿는 제품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PP 역시 플라스틱이다. 분해되는 데 수천년의 시간이 걸리며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마모와 풍화 과정을 거쳐 점점 작은 입자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5mm보다 작은 것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물고기의 아가미도 걸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바다 생물들이 무심코 삼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져도 플라스틱의 특성은 유지되기 때문에 썩지도 녹지도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강과 바다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고 결국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생물을 인간이 다시 섭취하는 먹이 사슬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총 2144종의 종들이 서식지에서 플라스틱 오염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전체 바닷새의 90%, 전체 바다거북의 52%가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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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각하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그린란드 면적의 2.5배가 넘는 해양 지역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50배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보고서는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생태적으로 생명이나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위협을 받는 ‘생태적 위험 한계선’을 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해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가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중해·동중국해·황해·북극 해빙 지역과 같은 오염이 집중되는 특정 ‘핫 스폿’에서는 이미 상당히 생태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임계치를 초과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생태적 위기를 촉발하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 농도가 한계치를 넘으면 최악의 경우 개체 수 감소 등 생물종 멸종은 물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지중해의 몽크바다표범이나 향유고래와 같은 핫 스폿 지역에 사는 멸종 위기 종에게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돼 이들을 멸종으로 내몰기도 한다.

하이케 베스퍼(Heike Vesper) WWF 독일본부 해양보전프로그램 국장은 “일단 바다에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 플라스틱이 계속해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면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보다 오염의 원인 해결을 목표로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모든 증거가 해양 오염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암시하고 있지만 정부·기업·지역 사회가 함께 나선다면 여전히 이 위기를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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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용량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일회용 마스크의 엄청난 생산량은 페트병과 비슷한 규모로, 한 달에 430억 개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 병은 이 중 25%가 재활용되지만 마스크는 재활용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이 없어 고체 폐기물로 처리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환경부의 ‘재활용품 분리 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반 쓰레기로 구분한다. 즉,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뒤 소각된다.

환경학자이자 남덴마크대의 엘비스 겐보 시 교수는 “마스크는 플라스틱 폭탄”이라며 “우리는 매일 1분마다 300만 개의 마스크를 버리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통하는 비닐봉지보다 마스크가 오히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1~10마이크로미터 사이즈의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분해될 때 비닐봉지와 같은 부피가 큰 플라스틱보다 더 쉽고 빠르게 더 많은 마이크로 사이즈의 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 차에 접어들며 다수의 국가가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했다. 한국 역시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완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감염 우려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롯데카드가 5월 27∼28일 4082명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2.1%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쓴다’고 답했다.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72% 이상이 ‘쓴다’고 답했고 20대는 58.9%로 조사됐다.

앞으로도 마스크 없는 삶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예언해 화제를 모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험은 줄고 있지만 우리는 또 다른 팬데믹을 겪게 될 것”이라며 향후 제2, 제3 코로나를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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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 쓰레기 전사

사용량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릴 수 없다면 해결책은 하나다. ‘마스크 반대(안티-마스크)’를 넘어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의료 장비, 일회용 키트 검사 등 개인 보호 장비가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국내외에서는 마스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코로나19 쓰레기 전사(Covid-19 Waste Fighter)’들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급하게 다뤄야 할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코로나19 쓰레기 문제를 꺼내 들며 생분해성 마스크를 개발하거나 폐기물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예컨대 한국의 한국화학연구원(KRICT) 황성연·오동엽·박제영 박사 연구팀은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 성분을 활용해 100% 분해되면서도 습기에 강해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폴리프로필렌과 비슷한 강도를 가진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 섬유를 겹쳐 부직포로 만들고 이 부직포에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나노 입자로 만들어 코팅한 것이다. 키토산 나노 입자는 양전하를 띠어 주로 음전하를 띠는 바이러스나 미세먼지를 달라붙게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한국 기준인 KF94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사용과 생분해도 가능하다.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45회 이상 재사용해도 차단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필터는 흙 속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50도 이상 열을 내는 조건에서 28일 내에 생분해됐다. 단, 연구팀의 마스크 필터는 상용화까지 독성 여부 평가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은 현재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용 철사, 마스크 풀림 방지용 연결 고리, 마스크 고무줄 등 마스크에 달린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단장은 “최근 쓰레기 문제가 불거지며 기업들과 정부에서 최근 생분해성 마스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엄청난 양의 마스크가 쓰레기로 나오고 있는데 생분해할 수 있는 소재를 모아 이를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도 있다. 네덜란드에 있는 마리비블룸(Marie Bee Bloom)이란 마스크 제조 업체가 개발한 ‘라이스 페이퍼 마스크’다. 라이스 페이퍼로 만들어진 이 마스크는 수백 개의 꽃씨를 겹겹이 사이에 끼우고 있다. 끈은 양털로 만들어져 있다. 마스크 착용 후 공원이나 화분에 이 마스크를 심으면(?) 종이가 곧 분해돼 씨앗이 발아해 꽃을 피운다. 의료 인증을 받은 마스크는 아니지만 꽃씨 마스크는 일회용 플라스틱 섬유 마스크에 대한 ‘메시지’를 바꾸는 데 역할을 한다. 이 마스크를 개발한 마리비블룸의 창업가 마리아너 더흐로트폰스(Marianne de Groot-Pons)는 “일회용 마스크가 지구와 인간에게 가져오는 해로운 결과를 보며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며 “꽃씨가 들어 있는 생분해성 마스크가 꿀벌의 행복과 자연의 행복, 결국 인간과 지구의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쓰레기 없는 세상’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환경 스타트업인 테라사이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 폐기물에 신개념 해법을 제시하는 ‘제로 웨이스트 박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박스는 기존에 재활용할 수 없거나 처리가 불가능한 폐기물에 솔루션을 적용해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테라사이클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마스크나 코로나 보호 장비 등을 제로 웨이스트 박스를 통해 수거해 분리하고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등 쓰레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순환 경제에 도전한다.

한국·네덜란드·미국 등에서 활약하는 코로나19 쓰레기 전사들의 사례는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와 일회용 안전 장비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코로나19 쓰레기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시작하는 작은 날갯짓’을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