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화그룹 제공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화약·방산 기계 등이 중심인 (주)한화의 사업 방향을 에너지·소재·장비·인프라 등 미래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한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통합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 재편은 유사 사업군을 통합하고 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고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한다. (주)한화는 7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2차전지 공정 장비 사업 본격화와 반도체 공정 장비 사업 기반 마련 등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한화정밀기계 및 유관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사회는 같은 날 (주)한화의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하고, (주)한화·방산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매각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주)한화는 화약·무역·방산·기계 등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 사업 방향을 에너지·소재·장비·인프라로 바꿔 미래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주)한화의 자체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강화하고 (주)한화가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가치(현재 (주)한화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율 33.95%)를 늘려 궁극적으로 기업과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게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변화가 가장 큰 건 (주)한화모멘텀이다. 2차전지·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공정 장비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한화/모멘텀은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LED 칩 마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정밀기계와 결합한다. (주)한화는 두 회사의 역량을 더해 친환경 에너지 공정 장비 사업에 속도를 낸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공정 장비 분야 전문업체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옥경석 (주)한화/모멘텀 대표는 “(주)한화/모멘텀의 장비 기술과 한화정밀기계의 정밀제어·소프트웨어 기술의 결합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주)한화/모멘텀의 친환경에너지·반도체 공정 장비 생산 과정에 자동화·무인화 등 스마트솔루션을 적용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한화/모멘텀이 ‘장비’에 집중한다면 (주)한화/글로벌은 ‘소재’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주)한화 글로벌은 올해 3월 약 14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미국 ‘REC실리콘’의 지분 12%를 인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소재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주)한화/글로벌은 이를 활용해 2차전지·반도체 등 고부가 소재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소재, 퍼스널·헬스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질산유도체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한화/모멘텀과 (주)한화/글로벌은 각각 ‘장비’와 ‘소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주)한화는 한화건설의 흡수합병을 통해 에너지·소재·장비에 집중한다는 (주)한화의 계획에 ‘인프라’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한화는 현재 진행 중인 태양광 셀·모듈 등 양산 장비 사업을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부품·장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2021년 90MW급 양양 수리풍력발전단지·76MW급 경북 영양 풍력발전단지·25MW급 제주 수망 풍력발전단지 등을 잇따라 준공했다. (주)한화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해 계열사 간에 발생하는 거래 비용을 줄이고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해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한다. 가스터빈 개조 기술과 수소혼소(혼합연소) 발전기술에 강점을 가진 한화임팩트와 산업용 공기·가스압축기 등 에너지장비 전문기업인 한화파워시스템 간의 기술협력으로 차세대 혁신 발전원을 개발하는 한편 적극적 해외진출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주)한화 방산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로 분산된 방산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이를 통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모든 엔진을 제작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술을 가진 항공·우주 전문기업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