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통화하락 쓰나미…신흥국들 비상 깜빡이 켰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심화되면서 주요 신흥국들의 정책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신흥국의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 대응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주요 신흥국들의 정책 대응 현황에 대해 진단했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외화자금 유입을 촉진시키거나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며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

국가별 대응현황을 보면 인도는 인도중앙은행이 외국인 채권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역외차입 규제 완화 등으로 외화자금 유입 확대를 추진했다. 또한 수출입 경기 부양을 위해선 루피화 무역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인도는 역외차입 규제 완화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기업 역외차입 한도를 기존 75억달러에서 15억 달러 높이고,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차입비용 한도 역시 100bp(1.00% 포인트, 1bp=0.01%포인트)로 상향조정했다. 수출금융에만 허용하던 은행의 역외차입금 운용 대상도 일시적으로 확대했다.

중국은 인민은행 등 정책당국이 채권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한편 위안화 중심의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와 부동산 관련 불안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채권시장 개방 확대에 적극 나섰다.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거래소 채권시장 참여를 허용했는데 해당 투자자들은 한 달 전부터 채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파생상품과 중국 인민은행(PBOC)·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가 인정하는 상품들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지난 4일 중국과 홍콩간 상장지수펀드(ETF) 교차 거래를 개시해 자본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한편 홍콩을 경유한 금리 리스크 헤지가 가능하도록 이자율 스와프 시장 연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만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증시 부양을 위해 국가안정기금 투입 등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칠레는 중앙은행이 페소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등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이 나서서 루피아 환율 안정을 위해 보유 국채 매각 계획을 공개했다.

신흥국들이 잇따라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여건상 불안 여지와 대응 여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 신흥국들이 이러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환율과 금융지표 악화 흐름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대내외 여건 악화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긴축 속도 조절 발언에 주목하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강 위원은 "신흥국 통화 및 금융시장의 본격적인 회복도 연준이 통화정책 경로를 수정했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