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지스 시스템 갖춘 정조대왕함 진수…‘최신 잠수함 킬러’ 포세이돈 도입 필요성도 제기
[비즈포커스]한국이 해상에서도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진수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차세대 이지스함을 말하는 ‘광개토-Ⅲ 배치(Batch)-Ⅱ’ 1번함이자 해군의 넷째 이지스함이다. ‘광개토-Ⅲ’는 이지스함 사업명이고 배치는 성능 향상 단계를 의미한다. 즉 배치 숫자가 높아질수록 함정 성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배치에서도 나타나듯이 정조대왕함은 이미 전력화한 3척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광개토-Ⅲ Batch-Ⅰ)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이지스 방어 체계와 공격력을 갖췄다.
한국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 진수를 계기로 이지스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이지스함이 어떤 능력을 갖춘 군함이기에 한국이 계속해서 그 수를 늘려 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지스함은 1983년 처음 등장해 약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상을 지배하는 바다의 최강자로 불린다.방어와 공격 모두 탁월
이지스함은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대공 미사일을 갖춰 대공·대함 기능을 모두 갖춘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군함이다. 이지스 전투 체계는 미국의 군수 업체인 록히드마틴이 1983년 개발했다.
핵심은 ‘AN/SPY-1 고정형 레이더’다. 기계식 레이더처럼 돌아가지 않아도 전방위 탐색이 가능해 빠른 순항 미사일이나 저고도 비행 중인 전투기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공격 기능도 갖췄다. 이지스함은 수직 발사대가 주된 무기다. 이를테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적 항공기·함정·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128기의 각종 미사일을 수직 발사기에 장착하고 있다. 약 20개가 넘는 표적과 동시에 교전을 벌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이지스함마다 슈퍼컴퓨터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록히드마틴은 이지스 전투 체계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오류 수정과 성능 개선을 고려해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지스함의 성능도 계속해 발전해 왔다.
예컨대 최신 이지스함에 장착된 AN/SPY-1D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300km가 넘고 약 1000km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도 식별할 수 있다.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도 더욱 향상됐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장착된 SM-2는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정도에만 대응할 수 있었다. 탄도 미사일은 탐지나 추적만 가능했다.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쪽짜리 이지스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다르다. 차세대 이지스함으로 분류되는 만큼 뛰어난 레이더뿐만 아니라 탄도 미사일 요격 기능까지 갖췄다.
군 당국에 따르면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폭 21m에 경하톤수는 약 8200톤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7600톤급)과 비교해 덩치가 커졌다. 전투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이지스함 보유국은 전 세게 6개 나라뿐특히 이 함정에 탑재되는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 SM-6는 저층(35km) 방어 구간에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 요격까지 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은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된다.
해군 제독 출신인 이종해 충남대 국가안보융합부 교수는 “한국도 정조대왕함 진수를 계기로 직접 탄도 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을 넘어 요격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갖게 됐다”면서 “이런 이지스함을 갖춘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의 해상군 능력은 세계 ‘톱’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위상이 강력해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이지스함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110여 척 정도의 이지스 순양함·구축함이 실전 배치돼 있다.
이지스함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90여 척으로 가장 많다. 이어 일본이 8척을 운용 중이며 스페인 5척, 노르웨이 4척, 호주가 3척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력에서 실질적으로 미국의 뒤를 이어 2인자로 평가받는 중국은 자체 개발한 전투 체계 시스템을 탑재한 이지스급 군함 13척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은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해 그 수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위협에 대처함과 동시에 한반도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해상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해상 무역로를 지키는 대양해군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지스함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한국은 2028년까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2척을 추가로 취역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해상 방어 능력도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써 가며 이지스함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 맞닥뜨린 정세와 일치하지 않는 ‘보여 주기식 해군력 강화’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잠재적 미래 위협에 대비해 이지스함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실질적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이다. 그런데 북한은 미사일도 미사일이지만 뛰어난 성능의 잠수함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이지스함보다 p-8 포세이돈처럼 바다 밑을 장악할 수 있는 군사력 보강이 더 절실하다고 본다.” 남궁승필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잠수함 킬러’라고 불리는 포세이돈은 한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P-3보다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대잠 초계기다. 잠수함의 잠망경이나 바다의 이상 열이 감지되면 이를 추격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은 약 2조원을 들여 포세이돈 6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