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 편의점 경쟁력 높인다
‘미래 먹거리’ 신소재 사업과 시너지 노려

[비즈니스 포커스]
홍정국 BGF 사장(왼쪽)과 홍정혁 BGF 부사장. 사진=BGF 제공
홍정국 BGF 사장(왼쪽)과 홍정혁 BGF 부사장. 사진=BGF 제공
BGF그룹 2세들의 형제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BGF그룹은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 사장이 주력인 편의점 사업을 이끌고 차남인 홍정혁 BGF 부사장이 친환경 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 그룹 지주사인 BGF가 소재 부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KOPLA)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지배 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형제 경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소재 사업 새 성장 축으로 키우는 동생


BGF에코바이오는 홍 부사장이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홍 부사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카네기멜론대, 일본 게이오 경영대를 졸업했다. 넥슨과 미쓰비씨, KPMG 싱가포르 아세안 지역 전략컨설팅 매니저를 거쳐 2018년 BGF의 신사업개발실장(상무)으로 입사한 이후 BGF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홍 부사장은 편의점 사업과 밀접한 친환경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자신이 이끌던 신사업추진실 프로젝트를 분사해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했다. BGF에코바이오는 지주사인 BGF가 8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50억원을 출자한 홍 부사장이 갖고 있다. 홍 부사장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출자에 참여했고 대표직도 겸임하고 있다.

BGF에코바이오는 친환경 용기 전문 브랜드 리버트(Revert)를 통해 발포 PLA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용기를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CU에서도 김밥·샌드위치·디저트·가공란 등을 리버트의 발포 PLA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 용기는 이용 특성상 음식물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하기 어려워 주로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는데 발포 PLA로 만든 용기는 매립 시 짧은 시간 내 생분해되며 생산부터 소각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기존 플라스틱 대비 75% 정도 적어 친환경적이다. 발포 PLA는 비(非)발포 PLA보다 내열성·내한성이 뛰어나 식품의 변질 방지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PLA 소재의 친환경 인증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홍 부사장은 지난해 코프라 인수를 주도하며 산업용 소재인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향후 금속을 대체하는 소재로 기계·자동차·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철강과 비철금속 대비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이 적어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따라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BGF는 코프라의 구주와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지분 44.3%를 약 1800억원에 인수하고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약 700억원을 포함해 총 2500억원을 투입했다. BGF가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BGF에코바이오의 리버트 PLA 용기. 사진=BGF에코바이오 제공
BGF에코바이오의 리버트 PLA 용기. 사진=BGF에코바이오 제공
코프라 인수는 BGF그룹의 소비재용 위주인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영역을 산업재까지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BGF에코바이오와 함께 코프라를 글로벌 플라스틱 케미컬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함께 BGF그룹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코프라와 BGF에코바이오의 합병도 검토 중이다.

BGF그룹은 코프라를 통해 향후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차, 우주 항공 분야 등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산업의 신규 판로를 개척하고 기능성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PCR)를 적극 개발해 환경 친화적 순환 경제 실현에도 힘쓸 예정이다.

홍 부사장은 친환경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BGF에코바이오 설립 직후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발포 핵심 기술을 보유한 KBF를 인수했고 2021년 5월 폐플라스틱 재활용 회사인 제이에코사이클을 설립했다.

그해 11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 기업 코프라를 인수했다. 최근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의 자회사로 편입하며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유통 사업 담당하며 지주사 이끄는 형

홍 부사장의 형인 홍정국 BGF 사장은 주력인 편의점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동시에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홍 사장은 1982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의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13년 미국 와튼스쿨 MBA 과정을 마치고 BGF그룹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경영전략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7년 만인 2020년 지주사인 BGF 사장에 올랐다.

편의점은 전체 점포 수 5만 개 이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BGF그룹은 주력인 편의점 사업과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인 소재 사업을 함께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홍 사장은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쓴맛도 봤다. BGF그룹 전략기획본부장 시절인 2018년 약 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헬로네이처가 대표적이다. 홍 사장은 5년 안에 신선식품 1위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으로 헬로네이처를 인수해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로 운영되는 새벽 배송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고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2021년 헬로네이처는 27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결국 새벽 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헬로네이처의 사업을 B2B로 전환했다. 경영전략부문장이던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편의점 CU의 이란 진출을 이끌었지만 1년여 만에 철수했다.
말레이시아 20호점인 CU 텐키아라점에서 고객들이 한국 식품을 먹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말레이시아 20호점인 CU 텐키아라점에서 고객들이 한국 식품을 먹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하지만 홍 사장은 실패를 딛고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1년여 만에 100호점을 여는 성과를 거뒀다. BGF리테일은 해외 단독 진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유통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류와 편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결과 현지 CU 전체 매출에서 떡볶이 등 한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

해외 사업 성과에 힘입어 BGF리테일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지정하는 전문 무역 상사 지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전문 무역 상사는 산업부와 무역협회가 해외 시장 개척, 신제품 발굴 등 수출 역량이 우수한 기업에 부여하는 자격으로, 전년 또는 최근 3년 평균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상 등 조건을 달성해야 획득할 수 있다.


[돋보기]

선대부터 이어 온 ‘형제 경영’ 전통

형제 경영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업계에선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시점에서 계열 분리는 시기상조이고 당분간 형제 경영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장남 홍정국 사장이 부친인 홍석조 BGF그룹 회장(53.34%)에 이어 지주사 BGF의 2대 주주로 BGF리테일을 지배하고 차남 홍정혁 부사장이 코프라 지배력을 확대하며 승계 구도를 굳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사장 형제는 범삼성가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BGF그룹은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투자해 세운 ‘보광’이 모태다. 1996년 삼성그룹 계열로 정식 편입됐다가 1999년 분리됐다. 이들 형제에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고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숙부다.

보광그룹은 홍석조 회장이 이끄는 BGF 계열과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보광 계열로 나눠져 사실상 독립 경영 체제다.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도 금융부문을 독립해 경영하고 있다.

형제의 부친인 홍석조 회장은 검찰 출신으로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해 CU를 편의점업계 선두 업체로 키우면서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주변의 만류에도 22년 동안 이어 온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을 버리고 편의점 브랜드 이름을 CU로 변경하면서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했다.

회사 이름도 BGF리테일로 바꿨다. CU는 ‘당신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뜻이다. ‘CVS for U’를 축약한 것으로 ‘시유(See you)’와 중의적 표현을 겨냥한 것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