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우리 생명> 시리즈…'국민 생선' 명태는 왜 자취를 감추었을까

[신간 추천]
이성엽 글 | 정은선 그림 | 국립과학수산원 도움글
이성엽 글 | 정은선 그림 | 국립과학수산원 도움글
명태 없으면 오징어, 오징어 없으면 그다음은?

‘맛있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고, ‘서해 참조기, 남해 멸치, 동해 명태’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명태는 한국 사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고, 많이 먹어 왔고, 많이 잡았던 생선 중 하나다. 명태는 한국 사람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잡히는 시기, 잡는 지역과 방법, 가공 형태 등에 따라 60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봄에 잡히면 춘태, 동짓날 함경도 바다로 몰려드는 명태 떼를 뜻하는 동지받이, 강원도 간성 앞바다에서 잡은 것은 간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크기가 큰 왜태, 새끼 명태는 노가리, 꽁꽁 얼리면 동태, 말린 명태를 뜻하는 북어, 겨울철 얼리고 녹이길 반복해 빛깔이 누런색을 띠는 황태, 황태와 달리 거무스레하게 말린 먹태 등 한국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생선 명태가 1980년대까지는 개도 안 물어간다고 할 만큼 넘쳐나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 정부는 2019년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했다.

몇 년 전 강원도 바닷가에 희한한 현상 공모 포스터가 나붙었다. 지자체에서 붙여 놓은 ‘명태’를 찾는다는 포스터다. 우리 앞바다에서 명태를 잡아 오는 사람에게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죽은 명태도 받는다는. 어부들은 다들 배를 몰고 나가 명태를 잡아 보려 애썼지만 이미 떠나 버린 명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동해에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 대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멸치, 고등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과연 오징어와 멸치와 고등어는 우리 앞바다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까. 고향을 등지고 집을 나간 명태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신간 ‘명태의 이유 있는 가출’은 기후 변화로, 무자비한 남획으로, 무관심했던 해양 오염으로 동해 앞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바다 환경과 플랑크톤의 종류와 분포가 바뀌자, 그 옛날 지천이던 명태가 씨가 마르고 명태와 함께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있음을 오롯이 담아냈다.

명태잡이 배를 오징어잡이 배로 바꾸는 일로 바쁜 미현네 조선소, 너무 작은 그물코 그물은 팔지 않으려 한다는 일수네 어구점, 가장 큰 어선을 팔고 도시로 나가려는 민수네 가족, 어판장 식당에 사람이 없어 먹고살기 힘들어진 태인네,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이야기에는 안일했던 어른들의 반성과 우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선 아이들의 고민과 실천으로 가득하다.

모든 생태계의 구성 요소들은 각각의 생태계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생태계끼리도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되어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아무리 크고 높은 블록의 성을 쌓더라도 하나의 블록을 뺐을 때 한순간에 무너지듯이,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도 그 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거나 사라지게 된다면 지구의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 또한 지구 생태계의 일부이다. 그러기에 관심을 돌려야 하고, 고민해야 하며,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알지만 등 돌렸던 어른들을 움직인 동해 대진항의 어린이 명태 수색대처럼.

“끝없이 잡힐 것 같던 명태는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비석바위의 변신 뒤에 숨겨진 환경 파괴를 모른 척하듯, 명태를 잡기만 했지 명태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석바위를 잃어버린 오늘,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바닷길을 찾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집 나간 명태가 돌아오길 바라며 이렇게 숨겼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생태계의 적색경보와 위기에 처한 인간과 지구에 대해 생각하고 새롭게 써 내려갈 우리의 미래를 그려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도서출판 파란자전거가 기획한 <우리 땅 우리 생명> 시리즈의 신간 ‘명태의 이유 있는 가출’의 일독을 권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