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 축제’ 장미 축제, 누적 관객만 6000만 명…28종의 ‘에버랜드표’ 신품종 개발

[비즈니스 포커스]
1985년 6월 서막을 연 ‘장미 축제’는 국내 최초로 꽃을 테마로 한 축제로 뒤이어 탄생하는 한국의 여러 꽃 축제의 시초이다.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1985년 6월 서막을 연 ‘장미 축제’는 국내 최초로 꽃을 테마로 한 축제로 뒤이어 탄생하는 한국의 여러 꽃 축제의 시초이다.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알리는 것은 ‘개화’다. 개화 시기에 맞춘 전국 팔도의 꽃 축제의 인파는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장미는 5월의 주인공이다. 5월에서 6월 사이 수많은 이들이 장미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에 집결한다.

한국 최초로 장미 축제를 선보인 에버랜드는 그간 장미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 왔다. 2013년부터 장미 국산화를 추진해 연간 1500회 이상의 인공 교배를 통한 육종 등을 진행하며 총 28품종의 ‘에버랜드표’ 신품종 장미를 개발했다.

오후에도 향기 지속되는 정원 장미의 탄생
국제 장미대회 최고상을 수상한 에버랜드 장미 품종 '퍼퓸 에버스케이프'.(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국제 장미대회 최고상을 수상한 에버랜드 장미 품종 '퍼퓸 에버스케이프'.(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꾸준히 ‘장미에 진심’이었던 에버랜드의 노력이 최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8월 18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장미 품종 ‘퍼퓸 에버스케이프’가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국제 장미 대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기후 국제 장미 대회’는 약 80만㎡ 부지에 장미 약 6000품종을 전시해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기후 장미원이 주최하는 콘테스트다. 1968년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장미협회(WFRS)가 이 대회를 공식 인증하고 있다.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 프랑스 델바드, 독일 코르데스 등 세계적인 장미 육종 회사들이 우수 품종 선정과 보급을 위해 매년 참가한다.

올해 기후 국제 장미 대회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41개의 장미 품종들을 대상으로 2년여간 전문가들의 세심한 관찰과 심사 과정을 거쳐 수상작을 발표했다. 그 결과 에버랜드 장미 품종인 ‘퍼퓸 에버스케이프’가 내병충성, 연속 개화성, 전반적 인상, 수세, 향기 등 평가 항목 대부분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대회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특히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심사 점수 합계 최고점에 수여하는 세계장미협회상과 기후현 주지사상은 물론 내병충성이 가장 우수한 품종에 수여하는 카니시장상 등 특별상까지 4개 부문을 휩쓸며 올해 장미 대회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에버랜드가 2015년부터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퍼퓸 에버스케이프’ 품종은 향기가 강하고 꽃잎 수가 많으며 핑크빛의 탐스러운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피어 오랜 기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병충해와 추위에 강하고 가지가 많이 자라지 않아 계절별 전정 관리가 필요 없는 ‘저관리형 품종’이다. 퍼퓸 에버스케이프 개발에 참여한 하호수 에버랜드 프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에버랜드 장미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외 많은 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K 장미 육성 프로젝트’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미 국산화를 위해 연간 1500회 이상의 인종 교배를 통한 육종 등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28품종의 에버랜드표 신품종 장미를 개발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농업기술원 등에서 중점적으로 국산화를 추진 중인 절화장미(꽃다발용)보다 향기와 함께 한 줄기에서 많은 꽃들이 피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정원 장미의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초창기 에버랜드가 세운 신품종 육종 목표는 ‘오전뿐만 아니라 오후에도 강한 향이 오래 지속되는’ 장미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향기가 강하다고 알려진 해외 품종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그중 몇 품종을 구입해 교배했다. ‘에버로즈(에버랜드 장미)’의 시작이다.

그 후 에버랜드는 예비 품종 중에서 향기가 강한 5품종을 골라 2014년 말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했고 2016년 등록을 완료했다. 이 5품종은 ‘로지 브라이드’, ‘떼떼 드 벨르’, ‘채티 걸’, ‘포쉬 레이데’, ‘스위트 드레스’라고 이름 지어졌다. 대부분 오전에만 향기를 내는 장미들과 달리 오후에도 강한 향기를 내뿜는 특성이 있다.

향이 강한 장미 육종에 성공한 이후 2015년부터 내한성과 내병성이 강한 장미를 육성하기 시작해 ‘퍼퓸 에버스케이프’, ‘가든 에버스케이프’, ‘카니발 에버스케이프’ 등 연속 개화성과 내병성이 좋아 저관리형 정원용 장미에 적합한 에버스케이프 시리즈가 탄생했다.

15명의 식물 전문가, ‘꽃 콘텐츠’ 기획
에버랜드 장미 전문가가 '퍼퓸 에버스케이프' 품종을 돌보고 있다.(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장미 전문가가 '퍼퓸 에버스케이프' 품종을 돌보고 있다.(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수많은 꽃 중 에버랜드가 ‘장미’에 열과 성을 다하기 시작한 것은 당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라는 사전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또 진한 향기와 화려한 자태 외에도 식물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꽃이 핀다는 장점도 있었다.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는 늘 장미가 함께한다는 점도 고객들의 긍정적인 기억을 소환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용인 자연농원이 개장하던 1976년부터 현재의 장미원 지역에 122품종 3500그루를 심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에버랜드가 자리한 용인 지역은 장미를 재배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기후와 토양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 직원들은 땅을 1.5m의 깊이로 파내 다른 흙으로 채워 장미를 심었다. 또 한랭한 기후에 얼지 않도록 그루마다 짚으로 싸매는 노력도 해야만 했다.

이렇게 탄생한 장미를 활용하기 위해 에버랜드는 ‘장미 축제’를 시작했다. 그간 한국의 놀이공원은 놀이 시설과 동물원이 주력 콘텐츠였다. 에버랜드는 이러한 놀이 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장미를 모객의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 축제를 시작했다. 이렇게 1985년 6월 서막을 연 ‘장미 축제’는 한국 최초로 꽃을 테마로 한 축제가 됐다.

에버랜드 장미 축제에는 지난 37년간 약 7000만 송이의 장미가 선보였다. 약 6000만 명이 장미 축제를 즐겼다. 또 장미 축제는 기업과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한국 70여 개 꽃 축제의 시발점이 됐다. 에버랜드 장미 축제는 지자체들의 관광 사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장미’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은 에버랜드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장미뿐만 아니라 튤립·매화·국화·코키아 등 다양한 식물들을 사계절 전담 관리하는 ‘식물콘텐츠그룹’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식물콘텐츠그룹은 식물 분야별 전문가 약 15명 규모로 구성돼 있다. 고객들에게 계절별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전시 기획·연출·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퍼퓸 에버스케이프 개발에 참여한 하호수 프로, 배소정 프로 등 두 명의 장미 육종 전문가는 다른 부서원들과 함께 에버랜드 장미를 전담 관리하고 에버랜드만의 새로운 국산 장미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장미를 활용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에버랜드는 자체 개발한 장미인 에버로즈의 향기를 활용한 보디·헤어 케어 브랜드 ‘플로레비다’를 올해 새롭게 선보였다. 플로레비다 브랜드는 보디 케어, 헤어 케어 등 일상 속에서 에버로즈를 경험할 수 있는 20여 종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또 그간 개발한 28품종의 국산 장미를 에버랜드 장미원은 물론 연천 허브빌리지, 한택식물원 등 한국의 다양한 현장에 판매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재 시공 중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에도 자체 개발한 장미로 테마가든이 조성될 예정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향수·삼푸·로션 등 ‘플로레비다’ 브랜드 라인업과 같이 에버랜드 장미를 활용한 상품을 연계 개발하는 등 사업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