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x한국언론진흥재단|Covid19 Waste Fighter (2) - 마리비블룸
[비즈니스 포커스]
심으면 꽃이 피는 마스크라니, 이 황당한 생각을 현실에 실천한 이가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거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마리안 드 그루트폰즈(Marianne de Groot-Pons)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환경의 적이 된 것에 착안해 마스크를 심으면 꽃이 피는 100% 생분해성 마스크를 만들었다.
“2년 전 아이들과 바닷가로 여행을 갔어요. 아름다운 해변을 기대했는데 일회용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밀려와 있었어요. 줍고 또 주워도 다 치울 수 없었죠.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자연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그루트폰즈 디자이너는 환경 문제에 빠져들었다. 때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환경 오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쏟아질 때였다.

답은 금방 나왔다.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물건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명은 마리비블룸. 꽃과 벌처럼 자연에 이로운 물건을 만들어 세상을 꽃피우겠다고 다짐했다. 첫 타자는 해안가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였다.
2020년 초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필요성이 강조되며 품절 대란이 온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는 마스크 착용을 놓고 총리와 보건부장관의 방침이 엇갈릴 정도였다. 2020년 11월이 돼서야 ‘써야 한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퍼지며 그 무렵 네덜란드에서도 마스크가 동이 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구하는 사람도 많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길 위에 파란 일회용 마스크가 가득했죠. 버려도 괜찮은 친환경 마스크를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심으면 꽃이 피는 마스크요.”
그루트폰즈 디자이너는 머릿속 상상의 제품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마스크의 모든 성분을 100% 천연으로 만들고 마스크의 주재료 안에 ‘꽃씨’를 넣겠다는 안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높았다. 글로벌에 통한다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곧장 개발에 돌입했다.

가장 찾기 어려웠던 재료는 귀에 거는 끈이었다. 생활 주변에서 재료를 찾다가 들판에 방목 중인 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곧장 양털을 물레에 돌려 털실을 만들고 이를 꼬아 끈을 만들었다. 천연 털을 그대로 쓸 수 없으니 세척이 필요했는데 이 역시 화학 제품을 쓰지 않기 위해 흐르는 강물에 털실을 빨았다. 재밌는 것은 마스크마다 귀에 거는 끈의 색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양은 하얗고 어떤 양은 까맣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색깔의 마스크가 탄생한 것이다.
끈 길이를 조절할 재료도 필요했다. 달걀을 담는 상자를 잘라 꽃 모양으로 만들었더니 효과가 동일했다. 잘 썩을 수 있도록 달걀 상자에 일반적으로 쓰는 종이 대신 식물성 종이를 사용했다. 마지막 재료로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필요했다. 마스크 위에 마리비블룸의 로고를 찍기 위해 친환경 잉크를 썼다.
“쌀종이·양털끈·로고를 인쇄하는 데 사용하는 잉크와 꽃씨를 제자리에 고정하는 접착제까지 마스크의 모든 것이 친환경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였어요.”
곡절 끝에 탄생한 마스크는 생분해 효과도 탁월했다. 마리비블룸의 자체 실험 결과 마스크를 화분에 심고 물을 주자 3일 후 마스크 안의 꽃씨에서 싹이 텄다. 5일 후에는 마스크가 생분해돼 흔적을 감췄다. 100% 천연 소재로 생분해되는 친환경 마스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개당 3유로(약 4000원)로 값비싼 마스크인 데다 보건용 마스크로 인증받은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꽃피우는 마스크에 대한 호기심에 구매를 희망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 11월 개발 후 지금까지 8만여 장이 팔렸다.
“마리비블룸의 마스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원천 차단하거나 보건용 마스크로 인증받은 제품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마스크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환호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땅에 심어 꽃을 피운다는 그 메시지 전달에 지지 의사를 보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비블룸은 앞으로도 지구에 이롭고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꽃을 피운 마스크, 꽃을 피운 백넘버 등을 통해 사람과 지구는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마리비블룸이 바라는 세상입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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