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정부청사의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정부청사의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이 주요 20개국(G20) 중 17위로에 그쳐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주요국들의 투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주요국 대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주요 선진국 FDI 유치 정책과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2021년까지 G20 국가의 해외 직접투자 유입 순위에서 한국은 2017년 15위에서 2021년 17위로 순위가 2단계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G20 국가 중 2021년 한국보다 적은 FDI를 유치한 국가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튀르키예(터키), 이탈리아 3개국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던 남아공, 프랑스, 일본 등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7월 발표한 해외 직접투자 유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신고기준)은 110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6%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올해 1분기 한국에서 유출된 해외 직접투자(ODI)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123.9%) 늘어난 254억달러를 기록했다.

직접투자의 국내 유입보다 해외 유출이 더 큰 투자역조 현상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80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경련은 "2014년 이후 7년간 5배 증가한 수치로,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이 경쟁국에 비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최근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해외투자 유치 대응책을 위해 미국, 프랑스의 범정부 차원의 투자유치 활동을 벤치마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낸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은 2006년부터, 프랑스는 2018년부터 각각 셀렉트 USA(Select USA), 추즈 프랑스(Choose France)라는 이름의 국제 콘퍼런스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양국 모두 추진 첫해 해외투자 유입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미국 109%, 프랑스 116%), 현재까지 연평균 증가율로 글로벌 FDI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FDI 증가율은 캠페인 첫해인 ’06년부터 최근 ’20년까지 연평균 11.7%를 기록해, 4.4% 증가율을 기록한 글로벌 FDI를 크게 상회했다.

프랑스의 ‘추즈 프랑스’는 올해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대표 정책 중 하나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열리는 본 캠페인에는 세계 주요 기업의 CEO들이 초청되고, 대통령과 장관들이 직접 프랑스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발표한다.

올해도 이를 통해 67억 유로의 투자와 4000개의 일자리가 신규 유치됐다. 2021년 기준 누적 1607건의 투자, 4만5008개의 일자리가 이 캠페인을 통해 발생, 유지되고 있다. 실제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 기간 결정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시작된 미국의 ‘셀렉트 USA 서밋(Select USA Summit)’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매년 최고위층이 참석하며 올해는 51개 주의 정부 인사와 관계자, 기업인이 참여해 100개 이상의 투자 세션이 진행됐다. 올해 행사에는 70개 국가에서 2000명 이상의 해외 인사가 참석, 총 59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유치됐다.

전경련은 두 캠페인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①대통령이 일선에 적극 나서는 대표성 ②지역별 투자 혜택 등이 총망라된 정보제공 ③정부·기업·지자체 등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네트워크의 장 마련을 꼽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최근 한국의 투자 역조 현상은 기업 경영 환경의 악화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붐이 동시에 발생하며 심화된 것”이라며 “최근 아시아 정세를 고려해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들이 적극 투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직접 투자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