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력·참여도·흥미 내세워 1300조 쇼퍼테인먼트 시장 정조준
[이커머스 강자 된 틱톡①] #지난해 2월 미국 전역의 마트에서는 페타 치즈가 완판됐다. 한 미국인 셰프가 틱톡에 올린 페타 치즈 파스타 레시피가 인기를 끌면서 ‘페타파스타(#fetapasta)’ 관련 영상 조회 수가 11억 회를 달성한 영향이었다.#한 여성이 누워서 바밤바 노래를 부른다. 본인이 재미로 작사 작곡한 노래다. 15초짜리 이 영상은 틱톡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며 유행이 됐다. 틱톡은 이를 캐치해 바밤바의 제조사인 해태아이스크림에 해시태그 챌린지를 제안했다. ‘#바밤바송’ 챌린지 영상은 빠르게 확산되며 3일 만에 조회 수 2400만 회를 기록했다. 이용자가 재미로 올린 영상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밈’이 돼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진 사례다.
짧은 동영상(쇼트 폼) 시대를 연 틱톡이 강력한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넘어 K팝 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역할을 해 온 틱톡은 커머스 시장에서까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유튜브 누른 틱톡, 커머스 시장 강자로 틱톡의 가장 큰 강점은 파급력이다. 틱톡은 이미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서비스로 선정됐다. 2021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틱톡이 구글을 누르고 방문자가 가장 많은 사이트 타이틀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짧은 영상을 무기로 내세운 틱톡은 올해 사용시간 면에서 유튜브도 제쳤다.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조사 기관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1분기 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안드로이드폰 조사, 중국 제외)은 23.6시간으로, 23.2시간을 기록한 유튜브를 앞섰다. 2년 전보다 140% 늘어난 수치다. 페이스북은 이보다 한참 떨어지는 19.4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비즈니스오브앱스는 전 세계 틱톡 사용자 중 63%를 10·20대로 추정한다. 이런 파급력을 등에 업고 틱톡에서 유행한 노래는 단숨에 음원 사이트 순위가 올라간다. K팝 스타들 역시 틱톡을 활용해 전 세계와 소통한다. 틱톡이 쇼트 폼 시대를 열며 전 세계 10대와 20대를 그러모으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도 뒤늦게 쇼트 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앱 사용자와 사용 시간 면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뛰어넘으며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 틱톡의 다음 목표는 커머스 시장이다. 플랫폼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커머스 시장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브랜드가 틱톡에 모인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쇼트 폼 마케팅을 이어 가면서 틱톡의 광고 매출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틱톡의 광고 매출이 올해 120억 달러(약 16조728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소셜 미디어 트위터(약 7조원)와 메신저 스냅챗(약 6조원)의 연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1300조 ‘쇼퍼테인먼트’ 시장 노린다 틱톡이 내세운 커머스 전략은 ‘쇼퍼테인먼트’다.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을 내세워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대신 이용자가 재미와 유익함을 느껴 구매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틱톡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쇼퍼테인먼트 시장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1조 달러(약 1320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BCG가 발간한 ‘APAC(아시아·태평양)에 1조 달러 가치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줄 쇼퍼테인먼트’ 보고서는 한국 쇼퍼테인먼트의 총 시장 가치가 2025년까지 2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한국·인도네시아·일본 등 아·태 지역 내 높은 영향력을 가진 상위 3개 시장에서는 쇼퍼테인먼트가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가 ‘쇼퍼테인먼트’를 집중 조명한 이유는 이용자들의 온라인 체류 시간이 길어졌지만 소비자를 사로잡기는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BCG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소비자들은 매일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하루 평균 6.7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하지만 디지털 채널이 쏟아지고 온라인 광고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서 소비자의 34%는 기업 광고 콘텐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BCG는 이런 온라인 소비자들의 특성상 구매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온라인 광고 대신 향후 재미와 흥미 등 정서적 수요를 자극하는 쇼퍼테인먼트가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CG 조사 결과 온라인 소비자들은 60%가 현실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했고 40%는 정서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했다.
특히 구매를 통해 영감을 받고 나를 위한 플렉싱을 추구하는 정서적 수요의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교육적 가치가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여를 위한 재미 요소를 추가하는 한편, 구매 결정을 강요하지는 않아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1%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의사 결정을 강요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틱톡의 가볍고 중독성 강한 콘텐츠는 이 같은 성향의 이커머스 이용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플라밍고의 연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들은 다른 플랫폼 대비 틱톡을 통해 소통하는 브랜드에 더욱 유대감을 느끼는(73%)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은 지난해 라이브 기능, 영상 내 상품 페이지로 연결하는 프로덕트 링크, 여러 상품을 하나의 영상에서 카드처럼 넘겨 보고 제품 페이지로 연결할 수 있는 컬렉션 애즈 등 이커머스 기능들을 지속 선보이며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시청을 넘어 ‘참여’를 이끌어 내는 틱톡의 특성은 쇼퍼테인먼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설윤환 틱톡 코리아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 제너럴매니저는 "기존에 가격 경쟁력, 인지도, 품질 등을 강조하고 알리는 것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향후에는 소비자의 정서적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브랜드가 쇼퍼테인먼트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 틱톡을 활용하면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규 브랜드들도 새로운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틱톡은 어떻게 커머스 시장까지 사로잡았나 틱톡이 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비결은 이용자들의 특성에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머터리얼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는 다른 플랫폼 사용자보다 플랫폼에서 발견한 제품이나 브랜드를 검색해 볼 가능성이 1.4배 더 높았다.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 역시 1.4배 높았다. 브랜드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하는 등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은 어떻게 온라인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을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재미
틱톡 이용자들은 필요해 하는 쇼핑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하는 쇼핑’을 한다. 틱톡의 영상 콘텐츠는 단순히 시청을 넘어 ‘참여’를 이끌어 낸다. 짧고 재밌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틱톡의 특성을 활용해 많은 기업은 쇼트 폼 마케팅에 나선다. 틱톡 피드를 통해 제품을 활용한 재미있는 영상, 크리에이터의 입소문, 실제 후기 등이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지며 제품의 발견부터 소비자 구매까지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미로 시작해 2400만 회 조회 수를 달성한 바밤바송 챌린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의 기능을 내세우며 구매를 유도하는 온라인 광고 대신 ‘챌린지화’해 참여를 이끌어 내는 영상은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된다. 일종의 넛지 효과다.
2. 몰입감 높이는 머신러닝
틱톡 특유의 추천 피드도 몰입감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다. 틱톡은 개인의 애플리케이션(앱) 활동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보고 싶어 할 것 같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하는 추천 피드로 구성돼 있다. 추천 피드는 제품 관련 영상이나 실제 후기 등이 빠르게 퍼지면서 제품의 발견부터 소비자 구매까지 영향을 미치기 쉬운 구조다. 실제 틱톡을 비롯한 소셜·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용자 과반(56%)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를 발견한다고 답했다. 3. 참여도
틱톡 이용자들의 높은 참여도는 곧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의 67%는 틱톡에 영향을 받아 계획에 없던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시태그인 ‘#TikTokMadeMeBuyIt(틱톡이 사게 만들었다)’ 영상들은 전 세계에서 226억 회 이상 조회됐다. 한국에서도 ‘#틱톡보고삼(조회 수 24억 회)’ 등 제품 구매 관련 다양한 해시태그들과 관련 영상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틱톡을 보고 샀다는 영상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주제가 돼 이용자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품 관련 영상이 입소문을 타 챌린지화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 메이블린의 마스카라 신제품은 틱톡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해 본 사용자들이 마스카라 사용 전후의 드라마틱 효과를 인증하는 영상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판매율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명을 딴 해시태그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skyhighmascara’ 영향은 조회 수 6억7000만 회를 기록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틱톡 이용자들은 다른 플랫폼 대비 좋아요, 댓글, 공유 등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 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이 아니어도 콘텐츠만으로 사용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10대와 20대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틱톡에서는 팔로워 규모와 상관없이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참여(좋아요, 댓글, 공유 등)는 10%를 넘었으며, 1000~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과 1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의 참여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틱톡 관계자는 “만들기 쉬운 쇼트 폼 영상 특성상 사용자들이 시청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구매 욕구를 느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콘텐츠에 참여하고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 인증하면서 이용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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