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온라인 시장에서 전년 대비 매출 27%↑…멤버십 가격 인상 효과도 곧 반영
[비즈니스 포커스]쿠팡이 2022년 2분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시장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과연 쿠팡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혹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쿠팡이 언제 흑자 전환할지’ 여부에 더 관심이 큰 분위기다. 쿠팡의 흑자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약 6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약 5조원)보다 27% 증가했다. 영업 손실은 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정도 줄었다. 쿠팡의 영업 손실이 분기 기준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미국 증시 상장 후 처음이다.
2022년 2분기 전체 온라인 시장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쿠팡의 매출이 20% 넘게 증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투자 정보 전문 매체 더모틀리풀(The Motley Fool)은 쿠팡의 이번 실적에 대해 “한국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쿠팡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망도 밝다. 박종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커머스 시장의 승기는 사실상 쿠팡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향후 관전 포인트는 현재 20%대로 추산되는 쿠팡의 점유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지”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쿠팡이 3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향후 멤버십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쿠팡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쿠팡은 2022년 1분기부터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다. 이어 2분기에는 기존 회원들에게도 인상된 가격을 월회비로 받기 시작했다.
그 효과가 3분기 실적부터 반영된다. 이는 영업 손실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애널리스트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쿠팡의 영업이익은 분기당 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노려 볼만하다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이런 전망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0달러를 밑돌던 쿠팡의 주가는 최근 17달러 선까지 회복됐다.
물류 인프라 투자 뚝심 통했다쿠팡의 실적 개선을 두고 그간 물류 인프라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한 것이 마침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익일 배송을 기본으로 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꿈꾸던 비즈니스 모델은 택배 업체를 거치지 않고 24시간 이내 자체 직원이 직접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였다.
3만9000명을 새로 채용하고 물류 인프라 구축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와 택배 업체들 사이에서 무성한 뒷말이 쏟아졌다.
‘실현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저렇게 가다간 곧 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직후 쿠팡은 매년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적자 폭도 커졌다.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매년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지만 언젠가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며 계속 물류 인프라에 투자를 이어 갔다.
2021년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자금 조달에 성공했을 때에도 약 1조8000억원을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바 있다. 이런 전략은 최근에서야 결실을 보는 모습이다.
아낌없이 물류에 돈을 쏟아부은 지 약 8년이 지난 2022년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전국 단위의 익일 배송망 서비스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완벽하게 제공되고 있다. 대구·대전·광주 등에 2024년까지 물류센터를 대규모 확장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전국에서 완벽한 로켓배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물류 인프라 경쟁에 뛰어든 신세계·롯데·컬리 등이 현재 수도권 위주로 물류센터를 구축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쿠팡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물류망으로 갖춘 쿠팡이 마침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차 빠른 배송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생겨나는 등 이커머스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부분도 쿠팡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롯데온(ON)’을 앞세워 쿠팡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롯데는 더 이상 새벽 배송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쿠팡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 신세계도 비슷하다. 물류 인프라에 무리한 투자를 이어 가기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이커머스 사업의 내실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쿠팡의 물류 경쟁력을 뒤늦게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실상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되는 네이버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네이버는 직접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CJ대한통운 등 택배 회사와 손잡고 배송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확장하거나 더욱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쿠팡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춤해진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다. 매 분기 두 자릿수를 기록해 오다 2022년 2분기 한 자릿수(7.9%)로 떨어졌다.
엔데믹(주기적 유행)으로 인한 리오프닝에 따라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매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현재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약 37%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어느 수준까지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지느냐가 쿠팡의 성장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애널리스트는 무신사(패션), 오늘의 집(인테리어 소품), 오늘 드림(화장품)과 같은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을 쿠팡의 위협 요소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이 점차 많은 것을 온라인에서 찾게 되면서 ‘버티컬 플랫폼’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며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다루는 쿠팡엔 이들의 성장이 미래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 회원들의 이탈 움직임도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갑자기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70% 넘게 올린 만큼 일부 소비자들은 회원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소비자 이탈이 심각하지는 않다. 쿠팡은 빠른 배송에 더해 아마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발을 묶어 두겠다는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운영하는 OTT 쿠팡플레이에서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비롯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한산’ 등을 독점 공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멤버십 가격 대비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극대화해 고객들을 ‘락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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