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수장이자 영국의 정신적 지주, 96세에 서거…찰스 3세 국왕 계승

<YONHAP PHOTO-2393> Britain's Queen Elizabeth leads the lighting of the principal Jubilee beacon, as part of Platinum Jubilee celebrations, at Windsor Castle, Britain June 2, 2022. Steve Parsons/Pool via REUTERS REFILE - CORRECTING LOCATION/2022-06-03 07:27:0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Britain's Queen Elizabeth leads the lighting of the principal Jubilee beacon, as part of Platinum Jubilee celebrations, at Windsor Castle, Britain June 2, 2022. Steve Parsons/Pool via REUTERS REFILE - CORRECTING LOCATION/2022-06-03 07:27:0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영국연방(영국 본국과 구 영제국 내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로 구성된 연방체)의 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월 8일(현지 시간) 오후 96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찰스 3세로서 국왕의 자리를 계승했다.

재위 기간 70년, 영국 최장 집권 군주였던 그는 ‘기록의 여왕’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며 숫자로 본 그의 일대기를 전한다.70년 216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빅토리아 여왕 이후 최초의 여왕이자 영국 역사상 최장 기간 재위한 국왕이다.

여왕은 영연방 국가를 순방 중이던 1952년 2월 6일 아버지인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케냐에서 왕위에 올랐다. 그의 나이 25세 젊은 나이였다. 이후 2022년 9월 8일까지 70년 216일간 재위했다.

영국 최장 재위 군주일 뿐만 아니라 기록이 확인되는 독립국의 군주들 가운데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둘째로 긴 기간 왕위를 지켰다. 이 기간 영국 총리 15명이 거쳐 갔고 영국과 세계 역시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1945년 종결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궁핍한 시기와 1950년대 이후 냉전과 공산권 붕괴, 1993년 유럽연합(EU)의 출범과 2021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다난했던 세계사가 펼쳐졌다. 한국으로 따지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지금의 20대 윤석열 대통령까지 정상이 스무 번 바뀌는 동안 재위한 셈이다.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서 자리했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 단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영연방을 결속해 영국이 대영제국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했고 미국 대통령 14명 중 13명을 만나고 유엔 연설을 하는 등 외교 무대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YONHAP PHOTO-0312> (FILES) In this file photo taken on October 7, 2021 Britain's Queen Elizabeth II takes part in the launch of the Queen's Baton Relay for the Birmingham 2022 Commonwealth Games, from the forecourt of Buckingham Palace in London1. - After seven decades of relentless service, Britain's Queen Elizabeth II has reached a "turning point" after a night in hospital forced her to take advice to slow down and cut back on engagements. (Photo by Victoria Jones / POOL / AFP)/2021-10-29 04:54:35/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ILES) In this file photo taken on October 7, 2021 Britain's Queen Elizabeth II takes part in the launch of the Queen's Baton Relay for the Birmingham 2022 Commonwealth Games, from the forecourt of Buckingham Palace in London1. - After seven decades of relentless service, Britain's Queen Elizabeth II has reached a "turning point" after a night in hospital forced her to take advice to slow down and cut back on engagements. (Photo by Victoria Jones / POOL / AFP)/2021-10-29 04:54:35/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53개국 여왕은 가장 많은 나라에서 그를 ‘왕’으로 모시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해 영연방 국가는 총 53개국이다. 영영방 국가의 인구를 합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3억 명에 달한다. 이 영연방의 수장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국을 비롯해 영연방 45개국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을 화폐에 사용하고 있다. 캐나다 일부 지폐와 뉴질랜드 동전, 카리브해 8개국으로 구성된 동카리브해중앙은행(ECCB)이 발행한 모든 화폐에도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들어가 있다.

여왕의 서거로 국가 차원의 애도 기간이 끝나면 영국은 화폐·국가(國歌)·우표·깃발 등 곳곳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흔적을 찰스 3세의 것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영국 본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연방 국가에 흩어진 엘리자베스 2세의 각종 상징물이 모두 교체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채 유통되는 파운드 화폐는 총 80억 유로(약 110조3000억원) 규모다. 앞서 50파운드짜리 신권 발행 시 구권을 전부 회수하는 데 16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체 화폐를 교체하기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연방인 인도의 미디어 ‘민트’는 여왕 서거로 인한 여러 교체 작업에 총 80억 달러(약 11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4명국민적 사랑을 받았지만 평탄하지 않은 가정사로 슬픔도 겪었다. 여왕은 필립공과 슬하에 찰스 3세,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자녀 4명, 윌리엄 왕세자 등 손자녀 8명, 증손자녀 12명을 뒀다.

장남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의 이혼은 세계가 떠들썩한 이슈였지만 이후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사고로 사망했을 때 여왕의 성명문이 뒤늦게 나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당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 사망 사건에 왕실의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차남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력 혐의로 군 직함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이 발탈됐다. 손자인 해리 왕자는 2020년 초 “왕실을 떠나는 것이 나와 가족이 더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왕실에서 사실상 탈퇴했다.
<YONHAP PHOTO-0536> The hearse carrying the coffin of Queen Elizabeth II, draped with the Royal Standard of Scotland, passes on the Royal Mile, Edinburgh, Sunday, Sept. 11, 2022 on the journey from Balmoral to the Palace of Holyroodhouse in Edinburgh, where it will lie in rest for a day. (Jane Barlow/Pool Photo via AP) POOL PHOTO/2022-09-12 01:00:3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he hearse carrying the coffin of Queen Elizabeth II, draped with the Royal Standard of Scotland, passes on the Royal Mile, Edinburgh, Sunday, Sept. 11, 2022 on the journey from Balmoral to the Palace of Holyroodhouse in Edinburgh, where it will lie in rest for a day. (Jane Barlow/Pool Photo via AP) POOL PHOTO/2022-09-12 01:00:3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2일영국 정부는 ‘런던브리지 작전’으로 명명된 여왕 서거 시 계획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 이에 따르면 여왕 서거일을 포함해 약 12일간 여왕의 추도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여왕의 장례식이 열린 9월 18일에는 상점 등이 문을 닫았다.

전 세계 외교가도 분주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들이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영연방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왕실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 가전을 납품하는 삼성전자는 영국법인 홈 페이지에 추모 성명을 올렸다.

성명에서 삼성전자는 “우리는 여왕 폐하(HER MAJESTY THE QUEEN)의 죽음을 슬퍼하는 영국인과 마찬가지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왕실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사회를 위해 헌신한 여왕의 공헌을 기린다”고 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여왕의 국장이 치러지는 9월 19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대외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장 당일에는 현지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닫는다.

이 밖에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 또한 여왕의 서거 직후 공식 사이트에 추모 글을 게재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거래소는 여왕을 추모하는 묵념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74세여왕의 뒤를 이어 새 국왕에 즉위한 찰스 3세 역시 기록의 사나이다. 그는 74세에 왕좌에 오르며 영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국왕에 올랐다. 이는 곧 ‘가장 오래 왕좌를 기다린 왕자’이자 ‘가장 많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왕’이란 기록을 동시에 꿰찬 셈이다.

찰스 3세의 뒤를 따르는 ‘불신’ 역시 그가 짊어진 무게다. 찰스 3세의 현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는 2005년 재혼한 배우자다. 그가 1981년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과 결혼했지만 유부녀였던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6년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과 이혼했다.

1년 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찰스 3세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 생전에도 왕세자보다 왕세자빈이 더 주목을 받아 찰스 3세가 질투했다는 소문이 돌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지 못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