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자 마진 개선으로 실적 상승세…여·수신 불균형 해소가 ‘최대 과제’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토스뱅크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토스뱅크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꾸라지들이 가득한 어항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의 생명력이 오히려 강해진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집단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메기 효과’라고 부른다.

지난해 10월 출범해 이제 창립 1년을 앞둔 토스뱅크는 은행권의 ‘메기’로 불린다. 덩치는 시중 은행들에 훨씬 못 미치지만 파급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파킹 통장을 시작으로 기존 금융권을 긴장시키는 혁신적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에서 다른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올리면서 토스뱅크만의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리 2% ‘파킹 통장’으로 인기몰이

토스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243억원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589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1분기 순손실 654억원에서 적자를 65억원 줄였다. 토스뱅크 측은 “2분기 충당금 전입 전 이익은 161억원 적자로, 1분기보다 적자 폭을 240억원 줄여 재무 안정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토스뱅크 당기 순손실의 주요 요인은 대손충당금과 판매관리비였다. 토스뱅크의 충당금은 673억원으로 손익의 절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사업 성장을 위한 지속적 인력 확충으로 판관비 492억원이 발생했다. 토스뱅크 측은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거나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쓰였다면서 “영업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은행의 통과 의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성과를 본 것이 순이자 마진(NIM)이다. NIM이 지속 개선돼 5월에는 예대 마진이 흑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전체 NIM은 0.12%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됐다. 2분기 NIM은 0.31%로 1분기 마이너스 0.21% 대비 0.52%포인트 상승했다. 상반기 원화예대 금리 차는 1.60%를 기록했다.

고객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고객 수는 44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개월간 매달 약 40만 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 8월 30일 기준 토스뱅크의 총수신 잔액은 약 26조4000억원, 여신 잔액은 약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예금 대비 대출 비율도 24%대로 높아져 여·수신 균형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스뱅크는 이제 막 1년이 되가는 신생 은행이다. 또 다른 인터넷 전문 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차, 케이뱅크는 출범 5년 차에 흑자 전환됐다. 다른 인터넷 전문 은행의 사례에 비춰볼 때 토스뱅크 역시 ‘3년 후’를 흑자 전환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흑자 전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NIM의 개선과 여·수신 균형이 맞아간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금융 시장은 앞으로의 앞날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주식도, 코인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시대다. 뾰족한 수가 없다면 목돈을 보관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파킹 통장’이다.

초창기 토스뱅크를 성장시킨 것이 이 파킹 통장이다. 토스뱅크 통장은 정해진 만기 조건 없이 하루만 넣어도 1억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자유로운 입출금과 함께 어디서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이 무료라는 점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지난 3월 출시한 ‘지금 이자받기’는 출시 한 달 만에 상시 이용 고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에 한 번, 고객이 원할 때 즉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일 복리’ 혜택을 넓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범 1년’ 토스뱅크, ‘메기’로 남을 수 있을까

금리 올리는 경쟁자들 속 선택은
토스뱅크가 파킹 통장을 출시했던 시기만 해도 시중 은행들의 이율은 0%대였다. 자연스레 금융 소비자들은 토스뱅크로 이동했다. 하지만 8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가 2.50%로 급등하면서 시장에는 토스뱅크 통장의 이율을 뛰어넘는 여러 상품들이 출시됐다. 특히 2030 고객이 절반이 넘는 인터넷 전문 은행들은 더 적극적이다.

카카오뱅크는 9월 8일부터 파킹 통장으로 쓸 수 있는 ‘세이프박스’의 금리를 올렸다. 모든 세이프박스 계좌에 기존 금리보다 연 0.20%포인트 인상한 2.20%의 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토스뱅크가 1억원 한도 내로 연 2.0%를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해 1억원이 넘더라도 연 2.20%의 금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1개의 세이프박스의 한도는 1억원이지만 1개의 수시 입출금 통장마다 1개 세이프박스를 만들 수 있어 1억원 이상까지 보관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14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연 2.1%에서 2.3%로 0.2%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업계 파킹통장 중 최고 수준 금리다. 플러스박스는 케이뱅크의 파킹통장으로 돈을 임시로 보관해 언제든지 자유롭게 빼서 예적금과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루만 맡겨도 연 2.3%의 금리 이자가 적용되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쌓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대 3억원까지 적용된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물론 기존 금융권과 저축은행들도 금리 3%의 파킹통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스뱅크가 초창기 고객들에게 주던 혜택까지 축소하자 파킹 통장을 옮기는 고객들도 차차 생기고 있다.

토스뱅크는 6개월 주기로 체크카드의 혜택을 변경한다. 출시 초기 에피소드1은 대중교통 캐시백 300원, 건당 결제금 300원 이상일 경우 300원의 캐시백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제시했다. 3개월 후 에피소드 2에서는 대중교통 캐시백을 축소했고 300원 캐시백을 위한 건당 결제 금액을 상향 조정했다.

7월부터 도입된 에피소드3의 혜택은 더 크게 변화했다. 1만원 이상 결제 시 500원, 1만원 미만 결제 시 100원의 캐시백이 제공되는데 혜택 가맹점이 확대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토스뱅크 체크카드의 변화 방향은 초기 최대한의 고객 유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후 해당 고객으로부터 결제 금액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에피소드3의 방점은 건당 결제 금액이 클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토스뱅크는 여·수신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토스뱅크는 그간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 승인이 나지 않았던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를 위한 중·저신용 대출 공급에 주력했다. 또 올 초에는 인터넷 전문 은행 중 제일 먼저 개인 사업자 대출에 진출, ‘사장님 대출’을 선보였다. 출범 후 3개월간 가계 대출 규제에 막혀 여신 영업을 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할 때 토스뱅크가 향후 얼마만큼 여·수신의 불균형을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