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테이블·테이블매니저, IT로 외식업계 트렌드 주도

[비즈니스 포커스]
고객이 카카오 챗봇과 연동된 테이블매니저 더예약API를 통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있다.(사진=테이블매니저)
고객이 카카오 챗봇과 연동된 테이블매니저 더예약API를 통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있다.(사진=테이블매니저)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등 한 끼에 10만원이 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비싼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맛과 분위기 그리고 인증 샷까지 모두 얻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은 손님이 북적이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핫 플레이스가 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과거처럼 밖에서 기다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레스토랑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장’이 아닌 ‘대기’ 번호표를 받고 또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레스토랑이 유명 예약 플랫폼에 입점하게 되면 이는 곧 핫 플레이스임을 증명한다는 공식도 생겨났다.

미식가 사로잡은 레스토랑 예약 앱

8월 30일 포브스아시아가 발표한 ‘2022 포브스 선정 아시아 유망 기업 100’에는 15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운영하는 ‘와드’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수많은 아시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창의성·회복력·적응력 등의 역량을 고려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용태순 와드 대표는 “예약금과 노쇼(no-show) 방지 문화 등 캐치테이블이 한국에 성숙한 미식 문화를 안착시킨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 같다”며 “K-콘텐츠를 넘어 K-미식 서비스를 세계에 알리는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캐치테이블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을 위해 인기 있는 레스토랑을 모아 둔 플랫폼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고든램지버거’, 한남동의 ‘이속우화’, 유튜버 승우아빠의 ‘키친마이야르’ 등 최근 가장 인기있는 레스토랑은 캐치테이블에서 예약할 수 있다.

캐치테이블은 2020년 8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100만 명의 유저와 140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2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등록된 가맹점 수는 4월 기준 3000개로, 매월 200개 이상의 매장이 신규 가맹점이 합류하고 있다.

특히 미쉐린가이드스타를 받은 식당의 87.4%가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미식가’의 필수 앱이 된 것이다.

예약관리 솔루션 ‘테이블매니저’는 최근 점주들의 필수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테이블매니저의 강점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기존 포털이나 플랫폼에 접목돼 사용할 수 있는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테이블매니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채널에서 사용되는 외식 예약 전문 서비스가 됐다. CJ빕스·매드포갈릭·애슐리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2200개 이상의 식당을 KT·네이버·카카오·구글·SK텔레콤·신한카드 등의 채널에서 예약할 수 있다.

테이블매니저는 약 4년간 3000여 건의 업데이트를 진행해 현장의 높은 만족도를 갖춘 제품을 개발했다. 식당 업주들은 테이블매니저의 실시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중복 없이 체계적으로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다.

테이블매니저 관계자는 “테이블매니저는 2000만 건의 예약 및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1주일 뒤 예약을 예측하는 수요·예측 인공지능(AI)을 개발해 한국에서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캐치테이블)
(이미지=캐치테이블)
예약 채널 일원화·노쇼 방지로 진화 중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변화를 맞이한 외식 산업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우선 예약 관리를 AI가 맡게 되면서 외식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다.

테이블매니저의 경우, 유선 전화부터 카카오·네이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예약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점주들의 업무를 효율화했다.

외식업의 고질병인 노쇼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점주들의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이다. 캐치테이블은 레스토랑을 예약하려면 예약금을 미리 지불해야 하고 식당을 방문해야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또 ‘노쇼 없는 VIP’에 선정되면 ‘빈자리 알림’ 등의 서비스를 받게 돼 고객들도 차별화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말은 ‘축제는 끝났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스타트업 투자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들은 투자 유치 소식을 연일 전하고 있다.

테이블매니저는 9월 26일 KT에서 2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테이블매니저는 올 4월 KT의 ‘AI 통화 비서’ 공동 사업자에 선정돼 전화 예약 자동화 기능을 공동 개발해 왔다.

AI 통화 비서는 매장에 걸려 온 전화를 AI가 대신 받아 주는 서비스다. 매장의 유선 번호로 전화하면 AI 통화 비서 전용 앱에서 설정한 문구에 따라 자동으로 응대해 준다. 전화 예약 자동화 기능은 KT의 음성 인식 기술에 테이블매니저의 독자 기술 ‘더예약 API’가 더해져 탄생했다.

AI 통화 비서를 시작으로 테이블매니저는 KT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는 “AI 통화 비서는 KT와 사업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업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향후 KT와의 협업을 통해 식당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뷰티 매장 등 예약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치테이블은 이에 앞서 4월 16일 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투자는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한 가운데 기존 투자자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다올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오라이언자산운용 등도 추가 투자에 나섰다. 캐치테이블은 시리즈B 투자 유치 이후 1년 만에 새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약 425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했다.

캐치테이블 투자를 주도한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캐치테이블은 식당 점주들의 애로 사항을 반영한 B2B 서비스에서 출발했고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며 “B2C 서비스로 진출한 후 일반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는 진짜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 고충)’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찾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