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도 맞붙는 제약사…축구·야구·골프부터 LoL까지, 각양각색

[비즈니스 포커스]
유한양행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 사진=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 사진=유한양행 제공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대회에 출전한 미국 선수들은 암스테르담 대회 기간 동안 계속해 특정 음료를 마셨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미국 선수들이 마시는 음료’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음료는 ‘코카콜라’였다. 이를 계기로 코카콜라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림픽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심어졌고 올림픽 참여 기업이라는 이유로 선호도가 올라간 것이다. 코카콜라와 올림픽의 동맹은 9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강력한 효과를 가져다준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구단을 후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었던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스포츠‧게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유명 대회 타이틀 스폰서 자리를 꿰차거나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건강기능식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골프에 관심을 갖자 유한양행은 올해 처음 김민주·이연서 선수를 후원하며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들은 유한양행의 유산균 제품 ‘엘레나’가 적힌 모자를 쓰고 골프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앞서 유한양행은 2019년 손흥민 선수를 소염진통제 모델로 발탁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한양행은 올해 6월 손흥민 선수와 광고 모델 계약을 연장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9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여자 골프 대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의 올해 총상금을 10억원으로 올렸다.
LoL 팬덤 홀리는 제약사
게임 대회 후원에 뛰어든 제약사도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프로게이머’와 ‘게임 리그’ 개념을 확립하고 ‘게임 전문 TV 채널’도 만든 나라다. 특정 게이머와 팀을 응원하는 팬덤이 빠르게 커지면서 게임 대회는 e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다. 팬덤을 공략하기 위해 JW중외제약과 광동제약 등은 대회 지원, 프로게임단 운영 및 게이머 후원 사업에 속속 뛰어들기 시작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8월 세계적인 e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LCK 공식 경기장과 중계 방송을 등을 통해 JW중외제약 기업 로고와 인공 눈물 제품 ‘프렌즈 아이드롭’이 노출된다. 롤파크와 결승전 현장에서는 프로모션 부스를 통해 프렌즈 아이드롭 등 자사 제품을 홍보한다. 지난 8월 28일 강원도에서 열린 LCK 결승전에는 1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JW중외제약 부스에는 약 5000명 정도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LCK는 북미(LCS)·유럽(LEC)·중국(LPL)과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4대 메이저리그로 불리며 해외 시청률 또한 높다. 롤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비타 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은 지난해 12월 e스포츠 게임단 ‘아프리카 프릭스’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게임단 이름은 ‘광동 프릭스’로 변경했다. e스포츠 게임단에 제약사 이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8월 29일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동아시아 지역 통합 대회가 열렸는데 광동 프릭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광동제약 로고도 덩달아 홍보되는 셈이다.

또 광동제약은 게임-e스포츠용 액티비티 음료도 선보였다. 광동 프릭스 소속 현직 프로게이머들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식의 홍보로 팬들에게 알렸다.
“손흥민 파스 있나요?” 스포츠‧게임 마케팅에 힘주는 제약사
‘골프’로 젊은층 공략
골프가 젊은층 사이에서 대중화하면서 골프단을 창단하거나 유명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마케팅은 소소한 컬래버레이션 굿즈 제작부터 대회 개최까지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회 운영 비용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정규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진입 장벽이 높다. 올해 제약사 이름이 붙는 대회는 ‘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와 ‘KPGA 챔피언스리그 케이엠제약 시니어 오픈’ 등 손에 꼽힌다.

골프단 창단이나 개인 프로 골프 선수 후원은 적은 돈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망주 후원이라는 콘셉트로 홍보가 가능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보톡스 등 전문 의약품 위주의 라인업을 가진 휴온스는 2018년부터 골프단을 운영 중이다. 정슬기·김소이 프로 등이 휴온스의 후원을 받아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할 때마다 모자나 유니폼을 통해 휴온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제품을 노출시킨다.

오랜 세월 ‘그린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청해 온 제약사도 있다. 동아제약은 한국 최초 스폰서 대회 ‘오란씨 오픈’를 개최했다. 이후 포카리스웨트 오픈, 박카스배 SBS 골프 전국시도학생골프팀 선수권대회 등을 개최하며 차세대 골프 인재 발굴 및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유명 선수들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203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KPGA 박상현 선수를 2015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올해 초 동아제약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박상현 선수와 동아오츠카 후원 선수인 이동민·함정우 선수가 ‘3인 3색 골프 토크쇼’ 에 출연해 원포인트 레슨과 경기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동아제약 공식 유튜브 ‘3인3색 골프토크쇼’ 방송 화면. 동아제약 박상현(왼쪽부터), 동아오츠카 함정우, 이동민 선수. 사진=동아제약 제공
동아제약 공식 유튜브 ‘3인3색 골프토크쇼’ 방송 화면. 동아제약 박상현(왼쪽부터), 동아오츠카 함정우, 이동민 선수. 사진=동아제약 제공
구단과 계약하고 스타 선수 광고 모델로 발탁
야구 마케팅도 방식은 비슷하다. 제약사들은 특정 구단과 스폰서 계약을 한다. 동광제약·휴온스·현대약품·HK이노엔 등은 키움 히어로즈를 후원한다. 안국약품은 KT위즈, 대화제약은 두산 베어스를 지원한다. 구장 내 자사의 제품 광고하거나 선수들의 유니폼에 브랜드를 노출시킨다.

조아제약은 2009년부터 프로 야구 대상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규 시즌 동안 주간·월간 MVP를 선정해 상금과 조아바이톤을 증정한다. 연말에는 시상식도 연다. 비용은 연간 1억~2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축구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유한양행은 2019년 손흥민 선수를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2020년 손흥민 선수를 제품 패키지 모델로 선정하며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안티푸라민 파스가 ‘손흥민 파스’로 불리기도 했다. 손흥민 선수가 모델로 나온 뒤 안티푸라민 매출도 증가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