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시총 63조 증발…2030 투자 기폭제 된 공모주도 반 토막
20대, 부채 증가 폭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아

“부의 사다리인 줄 알았는데”…2030 투자 잔혹사
“2000만원 날려도 살아지겠지요.”
한 네티즌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올라오자마자 더 큰돈을 잃었다며 이를 위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3000만원 날린 놈 여기 있소”, “작년부터 도합 6000입니다. 살고는 있습니다”,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 고통일 뿐이지…”, “아프겠죠 쓰라리겠죠 그치만 살 수 있겠죠”, “심장이 아파요 ㅠ”,”여기 1억이요”

1년반 전까지만 해도 주식과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무용담이 넘쳐나던 사이트였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2030 젊은 세대의 투자 실패담과 위로가 무용담을 대체했다. 이 사이트는 젊은 세대의 주식 투자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2030 눈물의 투자 일지는 애초 희망에서 시작됐다.

“2030 세대가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주식 투자뿐이다.”
2021년 3월 한경비즈니스가 2030 주식 투자자들 500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1년 7개월 전이다.

응답자의 60%가 2030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주식밖에 없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간절했다. 월급으로는 수도권에서 집을 살 수 없게 되자 주식 시장에 2030세대가 몰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답변이었다.

희망과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2030 투자자들은 개인의 매수 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증시를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응답자의 55.4%가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권 시장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2030 청년 세대가 자산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마지막 ‘부의 사다리’인 줄 알고 올라탔던 유동성 버블이 꺼지자 2030의 자산도 바닥으로 가라앉는 중이다. “유망하다고 해서 ‘장투’하는데 왜 떨어지죠?” “하, 묻어 두면 당연히 오르는 줄 알았죠.”

31세 직장인 이나연 씨는 지난해 초 시작한 주식 투자로 4500만원을 잃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은 자산 가격이 폭등했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돈방석에 앉은 주변의 성공담은 달콤해 보였다.

스마트폰을 켜면 투자 정보가 넘쳐났다. 시장에서 ‘유망하다’는 종목을 사 안전하게 ‘장기 투자’로 묻어 두면 자연스레 자산이 불어나는 줄 알았다. ‘서학개미’들이 유행처럼 달려들었던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X3배 ETF(SOXL)’와 한국 정보기술(IT) 대장주였던 네이버에 모은 돈을 전부 투자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수익률 ‘-56%’.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고 유동성의 시대가 가면 긴축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몰라 벌어진 일이었다.

2020년 초 주식 시장에 들어와 2021년 6월 주가가 꼭짓점을 찍기 전에 빠져나간 투자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2030세대는 이 씨처럼 제때 매도하지 못해 손실을 떠안았다.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에, 혹은 하락했다가 다시 오르면 본전만 찾고 떠나겠다는 의지에 주식을 움켜쥐고 있던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2030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도 위험 부담을 높인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30 투자자들은 고위험 상품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적극적 투자 성향을 띠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대형 기술주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에 대한 투자 비율을 과감하게 높였다.

지난해 말 기준 20대의 해외 계좌는 2년 만에 8.7배 증가했고 30대의 해외 계좌는 같은 기간 7.3배 늘었다. 이에 금감원이 20·30대의 레버리지 금융 상품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자산 버블이 꺼짐과 동시에 계좌에 찍힌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특히 2030세대 주식 투자 열풍의 기폭제가 됐던 공모주들의 성적이 처참하다. 2030 투자 기폭제 된 공모주 잔혹사
“부의 사다리인 줄 알았는데”…2030 투자 잔혹사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쓸어 모았던 공모주는 2030세대가 증권 시장에 대거 유입된 계기였다.

올해 초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공모주 배정 방식이 100% 비례 배분에서 50% 균등 배분, 50% 비례 배분으로 변경되며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2030 젊은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고 발표했다.

실제 삼성증권을 통해 카카오페이에 청약을 신청한 투자자 중 44.6%가 2030이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도 대형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2030 투자자 비율은 2020년 25.9%에서 지난해 8월 44.8%로 20%포인트 가까이 폭증했다.

하지만 올 들어 공모주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10월 1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54.5%), 카카오페이(-59.8%), 크래프톤(-63.8%) 등 지난해 IPO 대어였던 종목들은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곤두박질쳤다.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대박 신화를 꿈꾸며 수억원을 대출 받아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 역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난 9월 카카오뱅크 블라인드에는 우리사주로 4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을 쓴 직원은 “지금 카카오뱅크는 심각하다”며 “대리 운전사 투잡하시는 분, 이혼 준비 중인 분, 파혼하신 분 등 신용 불량자가 될 위기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 회사는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6일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전체 물량의 19.5%인 1274만3642주를 우리사주로 매입했다. 공모가 3만9000원을 적용하면 1인당 평균 약 4억9000만원(1만2500주)어치를 사들인 꼴이다.

상장 후 첫 한 달은 분위기가 좋았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회사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한 주가는 한때 9만원대까지 치솟으며 당시 주가수익률(PER)이 300배를 넘겼다.
300년을 벌어야 이 회사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당시 보호 예수 기간인 1년이 지나지 않아 퇴사하지 않으면 처분이 불가능했다. 이후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카뱅·카페 직원들, 우리사주로 1인 2억원 손실 10월 12일 주가는 1만7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공모가 이후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손실 금액을 단순 계산하면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지난 8월 보호 예수가 풀렸지만 당시에도 공모가 대비 16% 낮은 주가를 기록해 대규모 매도 물량은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직원들의 손실이 커지자 100억원 규모의 회사 기금을 조성해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모가 대비 60% 하락한 카카오페이 역시 849명의 직원이 1인당 평균 약 3억6000만원에 이르는 우리사주를 매입했다. 10월 12일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손실 금액은 약 2억1000만원이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의 보호 예수는 11월 3일 종료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도 지난해 11월 장중 최고가 24만8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평균 우리사주 평가액은 9억9499만원으로 공모가 대비 차익이 6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계좌상 6억원 차익이 다시 마이너스 2억원이 될 때까지 직원들은 주가의 롤러코스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진은 상장 직후 주식을 대거 팔아 치웠다. 작년 12월 초 류영준 전 대표 등 임원 8명은 자사주 44만여 주를 매도했다. 이들은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주당 5000원에 취득한 주식을 고점에 가까운 20만4017원에 팔아 총 878억원 규모의 차익을 거뒀다. 류 전 대표 혼자 챙긴 이익만 약 460억원에 달했다. 경영진의 ‘먹튀’ 사건은 카카오페이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IPO 버블’이었다”며 “IPO로 시중 자금을 다 끌어갔는데 내실 있는 성장보다 상장에 대한 관심만으로 초기 주가가 너무 크게 올랐고 IPO 이후에는 경영진의 매도로 주식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꼬집었다.

카카오그룹의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잦은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의 복수 상장 비율은 8.5%로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벌주의 경영 방식과 지배 구조 문제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더블 카운팅(이익 중첩) 효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이는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야기한다”며 “복수 상장 비율이 낮은 선진국 대비 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더블 카운팅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본질 가치는 그대로인데 상장만으로 자회사 기업 가치가 모회사에 중복 계산돼 합산 시가 총액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를 상장하면서 ‘문어발식 상장’ 논란이 일었고 카카오그룹의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도 나란히 추락했다.

향후 주가 역시 향방을 알 수 없다.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혁신과 성장성에 물음표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월 12일 카카오뱅크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5만6000원에서 3만원으로 내렸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금융의 주가 하락 원인은 주주 환원보다는 업황 악화와 할인율 상승, 차별화된 성장 부재의 심화에 기인한다”며 “카카오금융의 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자본 활용을 차별화된 성장성 제고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부의 사다리인 줄 알았는데”…2030 투자 잔혹사
2030이 사랑한 주식의 추락올해 모든 종목에 찬바람이 불었다. 연초 3000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2200선까지 떨어졌다. 수익률 하락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2030세대의 매수가 몰렸던 기술주와 성장주의 추락은 더 거셌다. 10여 년간 IT 기업의 성장을 봐 온 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성을 믿었고 엔씨소프트와 하이브 등 익숙한 종목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각각 37만8500원, 11만2500원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10월 12일 각각 16만2000원, 4만9850원으로 55% 넘게 하락했다. 이 기간 네이버의 시가 총액은 62조920억원에서 26조5760억원으로, 카카오의 시가 총액은 50조1500억원에서 22조1993억원으로 두 기업의 시가 총액을 합쳐 63조원이 날아갔다.

K-게임 대표주인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연말 64만3000원에서 같은 기간 33만7000원으로 주가가 반 토막 났다. 방탄소년단(BTS) 열풍을 타고 뻗어나갈 줄 알았던 하이브 주가는 BTS 군대 리스크로 같은 기간 67%나 빠졌다.

물론 2030의 선택이 맞았던 종목도 있다. 올해 1월 공모주 청약 당시 2030세대의 참여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와 올해 초 상장한 기업 중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다. 하락장 속에서도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공모가 30만원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최저가가 35만2000원으로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한 적은 아직 없다. 10월 12일 주가는 48만3000원으로 60% 올랐다. 예외적인 종목이다.
20대 금융 부채 증가 폭,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아젊은 투자자 대부분이 자산은 부족한데 손실을 안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부채가 늘어났다. 2020년 6월 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의 2030세대 신용 융자 잔액은 1조9000억원이었는데 불과 1년 사이(2021년 6월) 3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30세대가 계층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주식 투자로 당겨 쓴 대출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평균 금융 부채는 2018년 5539만원에서 2021년 6518만원으로 3년 만에 17% 증가했다.

특히 20대와 30대 가구주의 금융 부채 증가 폭이 심상치 않다. 20대 가구주는 같은 기간 금융 부채가 2375만원에서 3381만원으로 42% 증가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가계 증가율의 2배가 넘었다. 30대 가구주 역시 6775만원에서 9404만원으로 38% 늘었다. 20% 이하인 40~60대 가구주와 비교하면 이들의 금융 부채 증가 폭이 유독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자산 중 부채 비율도 20대와 30대 가구주에서만 증가했다. 20대는 26.2%에서 29.2%로 3%포인트 늘었고 30대 역시 25.7%에서 28%로 3%포인트 넘게 부채 비율이 증가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부채 비율이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20대의 월평균 소득은 221만원, 30대는 335만원 수준이다. 근로 소득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26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물가는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2030세대가 희망을 걸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도 끊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가 오를 때는 부채 비율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재테크 방법인데 뒤늦게 ‘영끌’로 투자에 뛰어든 청년 투자자들은 ‘완화의 시대’ 투자 공식을 ‘긴축의 시대’에 적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저출산·고령화 같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경제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2030세대의 이자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향후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나비 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