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1호’ 도전 나선 골든트리투자자문, 글로벌 상품 제공과 FA 전용 플랫폼 개발로 고객 맞춤 관리 시도

[비즈니스 포커스]
김유상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김유상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과거엔 장수가 복이었어요. 지금은 돈 없는 장수는 재앙이에요. 누군가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5년’ 금융 외길을 걸어온 김유상 골든트리자문 대표가 고령화 시대 한국인의 현주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개인 고객의 대부분이 자산 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된 한국 시장에서 이제는 독립 투자 자문업자(IFA)를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도가 정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금융 외길을 걸었다. 삼성화재 보상기획팀장, 삼성자산운용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거쳐 삼성자산운용의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35년 삼성금융그룹에 몸담은 그는 그룹 내에서도 재정과 마케팅을 아는 손꼽히는 금융 전문가로 통했다.

그랬던 그가 2022년 3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IFA 1호’를 향해 도전하는 골든트리투자자문의 수장에 올라 한국 자산 관리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돼 있는 전속 자문업자와 달리 금융회사나 금융 상품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자문, 상품 추천, 체결 대행이 가능한 투자 자문업자를 뜻한다. 은행·증권사 등 칸막이를 없애 금융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어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글로벌 금융 선진국이 IF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2016년 3월 ‘자문업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2017년 5월 IFA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적 문제에 부딪쳐 IFA 등록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김 대표는 초고령화 시대 해법 찾기로 ‘IFA’ 제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10월 7일 김 대표를 만나 한국 자산 관리 시장의 현주소와 그가 찾은 해법에 대해 물었다.고령화 시대 문제가 된 ‘재무 컨설팅’ 부재“‘김 대표,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컨설팅을 받아 본 적이 없어.’ 1년 전 지금은 은퇴한 금융계 임원 분이 제게 ‘환율이 내려갈 것 같은데 달러를 사야 하나’ 물으셨어요. 다시 질문했죠. 투자 기간은 어떻게 되고 자산 비율은 어떤지. 그랬더니 대답을 못하셨어요. ‘사장님, 제가 투자 시나리오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죠. 현시점에서 자산 비율과 앞으로 기대 수익, 지출 시나리오 등을 설계해 향후 장·단기적으로 얼만큼 투자할 수 있는지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한 번도 컨설팅을 받아 본 적이 없대요. 깜짝 놀랐죠. 재무 교육을 그 누구보다 많이 받은 자산가도 이렇다면 다른 일반인들은 어떨까.”

김유상 대표는 한국 자산 시장의 문제점을 깨달았던 순간을 이같이 기억했다. 자산 관리는 그 사람의 나이, 자산 현황, 투자 성향 등에 맞춰 계획하는 서비스다. 한국의 자산 시장은 투자 권유 대행인(FA) 등 비전통 채널은 확대 중이지만 시스템과 교육 체계가 취약한 실정이다. A증권사는 개인 고객 중 4%만이 프라이빗뱅커(PB)의 관리를 받을 정도다. 김 대표는 개인 고객의 대부분이 자산 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되면서 각종 금융 사고가 터지고 고령화 시대에 해결책이 부재한 상황이 한국 금융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 저는 한국에 제대로 된 자산 관리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해요. PB는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지만 인센티브를 받는데 고객들이 오지 않는 거죠. 창구에 온 사람은 보수적인 성향의 할아버지 할머니밖에 없었어요. 근로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 그저 수익률이 좋은 고위험 상품을 좋다며 추천한 거죠.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물은 적이 없을 거예요. 그들 역시 불행하게도 한국의 자산 관리 시스템 때문에 모럴 해저드에 빠진 거죠. 보수 기반의 피 베이스(Fee-based)가 아닌 매출에 따른 커미션 위주의 영업 패턴이 문제가 된 거예요.”

은행 지점은 2014년 말 4768개에서 2021년 말 3532개로 26% 감소했다. 증권 지점 또한 같은 시기 1267개에서 924개로 27% 줄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비대면 채널의 감소는 옵티머스 펀드 피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6070대 노후 세대의 자금이 된 원인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의 개인 투자자 판매액 중 70대 이상이 697억원(29.0%)으로 가장 많고 60대 591억원(24.6%), 50대 657억원(27.3%)이 뒤를 이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한국 자산 관리 시장의 선진화를 꾀할 수 있는 IFA 구상하게 됐다.

“선진국에서 왜 IFA가 발달했을까요. 갑자기 태동한 게 아니에요. 미국에서는 ‘리먼 사태’ 이후 기존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우수 PB들이 IFA로의 독립을 선언했어요. 영국은 생명보험사의 불완전 판매 이슈로 보험 설계사들이 IFA로 대거 유입됐습니다. 자산 관리 시장에서 생긴 문제점에 대한 자구책으로 IFA가 탄생한 겁니다.”

김 대표는 한국 시장에도 더 늦지 않게 IFA 제도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9년 때마침 ‘한국 1호 IFA’를 꿈꾸는 골든트리투자자문에서 그를 찾았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에 동의해 ‘1호 탄생’을 기원했지만 성공 소식은 쉽사리 들리지 않았다. 5년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럼에도 초고령화 시대에 빠르게 진입하는 한국에서 자산 관리 시장을 제대로 성장시키려면 독립 투자 자문업자, 즉 IFA로의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22년 3월 그가 직접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에 오르며 IFA를 향한 가시밭길로 뛰어든 이유다.
김유상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김유상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FA 전용 플랫폼+글로벌 상품+우수 FA 김 대표는 우선 설계를 다시 했다. 판매 채널은 물론 수익률이 검증된 우수한 상품,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핵심 인프라를 모을 자문 플랫폼(IFA 플랫폼) 구축이 IFA 사업 성공의 세 가지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첫째는 상품이에요. 과거 10년간 코스피200의 연평균 수익률은 4%입니다. 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은 12%예요. 12%짜리를 반만 섞어도 6%, 여기에 채권을 섞으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요.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상품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거죠. 그런데 해외 펀드를 한국에서 출시하려면 9개월에서 1년이 걸려요. 제약이 크다 보니 한국 상품 위주의 투자가 이뤄졌어요. 펀드가 아니라 자문으로 들여 오면 한 달 안에 출시가 가능하죠.”

골든트리투자자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콩 소재 글로벌 핀테크 회사인 프리베(Prive)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프리베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의 3만5000개 펀드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 운용사들의 전략을 제공하고 다양한 사모펀드 소싱뿐만 아니라 일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상품도 출격을 마쳤다. ‘골든트리 버퍼 EMP’, ‘골든트리 채권형 EMP 월지급식’, ‘골든트리 타겟인컴 월지급식’ 등을 선보였고 연말까지 추가 출시가 예정돼 있다.

투자 권유 대행인(FA)들이 제대로 고객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객 관리, 상품·계약 관리 등 FA의 자문 비즈니스 모든 과정을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는 ‘FA 전용 자문 플랫폼’이다. 2023년 1분기 출시가 목표다.

“FA들의 자산 관리 서비스가 지금은 다 수작업이에요. 고객별 정보를 엑셀 파일에 담고 고객이 수익률을 물으면 판매사에 전화해 수익률을 팩스로 받아 봅니다. FA마다 고객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비즈니스 확장에 상당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 역시 질 좋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기가 어렵죠. 골든트리투자자문의 플랫폼이 구축되면 모든 FA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상품을 무기로 활동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과 재무 전략, 글로벌 운용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모듈을 활용해 피 베이스의 자산 관리 비즈니스는 더 용이해질 거고요.”

김 대표와 골든트리투자자문이 구축하고 있는 자문 플랫폼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FA뿐만 아니라 고객·판매사·운용사 등 타 참여자를 연결하는 생태계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참여자들을 플랫폼에 모으고 그 안에서 월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다.

골든트리투자자문은 한국 최초의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현재 16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플랫폼을 참고해 개발에 한창이다. 또한 프리베와 계약이 체결돼 있는 글로벌 운용사의 상품 유니버스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상품과 플랫폼을 잘 만들면 판매 채널은 결과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상품 개발과 플랫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골든트리투자자문은 한국의 자문업계 최다인 870여 명의 등록 FA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6개의 대형 증권사와 제휴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10월 4일 한국재무설계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한국재무설계의 FA까지 플랫폼 안에 끌어왔다. 앞으로 플랫폼 안에 더 많은 FA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판매 채널은 양적 성장이 아닌 고능률 FA 위주로 리크루팅 또는 육성할 거예요. 고액 자산가(HNWI) 고객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자산 관리 사업을 진행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는 연금 사업 위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