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기술 패권 전쟁 중…한국도 산업 기술 유출 시 보다 강력한 조치 필요해

[지식재산권 산책]
산업 기술 보호에 더 높은 규제가 적용돼야 하는 이유[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미국의 주도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칩포(Chip 4) 동맹’이 논의되고 있다.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반도체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지난 2월 신규 제정돼 8월부터 시행된 ‘국가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흔히 ‘반도체 특별법’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법률은 2042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한 한시법이다. 물론 반도체만 보호하는 법률은 아니다. ‘국가첨단전략기술(공급망 안정화 등 국가·경제 안보에 영향 및 수출·고용 등 국민 경제적 효과가 크고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현저한 기술로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정한 기술)’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인 대상은 현재 지정 작업 중에 있는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외에 디스플레이가 여기에 포함될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첨단 전략 기술과 구분해야 하는 개념으로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업 기술’, ‘국가 핵심 기술’,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업 비밀’이 있다.

산업 기술은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생산·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 중에서 행정기관의 장이 산업 경쟁력 제고나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지정·고시·공고·인증하는 기술’로서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국가 핵심 기술은 산업 기술 중에서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지정된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조선·원자력·생명공학·로봇 등의 분야로, 해당 분야의 기술이 모두 국가 핵심기술인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D램에 해당되는 적층 조립 기술 및 검사 기술’이라는 방식으로 특정돼 있다.

영업 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영업 비밀, 산업 기술, 국가 핵심 기술, 국가 첨단 전략 기술의 순으로 대상 범위가 좁아지고 그만큼 규제의 강도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영업 비밀이나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의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 국가 핵심 기술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15억원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

국가 첨단 전략 기술의 경우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20억원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 이 밖에 국가 핵심 기술이나 국가 첨단 전략 기술은 이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해당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국가 첨단 전략 기술을 보유한 전략 기술 보유자에게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구역을 설정하거나 출입 시의 휴대품 검사를 해야 하고 나아가 전략 기술 취급 인력의 이직을 관리하고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등의 의무가 더해져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고 전 세계가 자국의 산업 보호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5년간 반도체나 자동차 등 국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 36건, 산업 기술 유출이 109건 적발됐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기술 유출 형사 사건에서 1심 선고 81건 중 34.6%에 달하는 28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데 반해 실형 선고는 5건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집행 유예는 32건, 재산형은 7건).

대만은 산업 기술 유출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반도체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해 한층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도 기업도 신경 쓰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 세상에는 내 것을 지키는 것도 쉽지가 않으니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든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