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ESG 먼 이야기 아니다”
의무공시, 기후공시의 핵심은 연결기준의 스코프3
10월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주최한 ‘2022년 중견기업 ESG 플러스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스코프3(직접 배출량 외에 제품 생애주기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처음 개최된 ESG 플러스 포럼에서는 공급망 실사 확대와 함께 수출 공급망을 관리해야 하는 중견기업들을 위한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전략과 수출확대 전략을 중심으로 각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유정열 코트라 사장은 “이번에 열린 첫 ESG 플러스 포럼은 중견기업이 수출에 필수적인 ESG를 스스로 준비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하게 되었다. 코트라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호준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우석훈 화승케미칼 대표, 백인규 딜로이트 ESG 센터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스코프3, 중소기업 탄소배출량 70%
첫 번째 세션에는 딜로이트 내 전문가들이 말하는 글로벌 ESG 동향과 전략, CDP 담당자들이 이야기하는 중견·중소 기업의 넷제로 전략과 스코프3 관리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첫 강연은 니콜라 위어 딜로이트 수석의 ‘EU 공급망 실사법 동향’으로 시작됐다. 위어 수석은 다양한 글로벌 표준이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되고 있는 현황을 언급하며 지역별 지배구조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조언했다. 한국의 경우 가치사슬이 복잡하고, 공급망 내 중소기업이 많은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더욱더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한 나라다. 위어 수석은 “특히 스코프 3의 경우 중소기업 탄소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이에 중견·중소기업의 ESG 공급망 관리를 위해 필요한 5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우선 명확한 이행행동을 만들고, 공급망 자체에 대한 이해와 분류를 시작해야 한다. 이후 자가 평가와 실사, 실사에 따른 실천까지 이어져야 한다. 위어 수석은 “ESG는 대대적인 체제 변화를 요구한다.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비용과 같은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경흠 딜로이트 수석위원이 ‘글로벌 공급망 ESG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ESG 정보 의무공시, 기후 공시, 공급망 실사 등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은 결국 ‘스코프3’ 정보에 대한 관리와 공시다. 협력사가 포함되는 이유는 기준이 계열사, 자회사, 협력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을 기반한 공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실천이다. 연 수석위원은 “기업 내부 협력사들의 불만접수 등 올바른 채널 운영을 통해 바른 실천을 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소송 등을 비롯한 강력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는 토탈에너지의 우간다 송유관 사업의 소송이다. 소송 결과 사업지역 범위 축소, 개발권리 포기 등의 사업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 수석위원은 “딜로이트에서는 5가지 액션 포인트를 제안한다. 탄소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순환경제, 보건과 안전, 책임있는 소싱이다. 주요 지표를 데이터화 시키고, 관리하는 노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권 기여도는 낮음 수준 대디 마하디카 CDP 동남아대양주 SBTi 부문 담당자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코프3와 탈탄소를 언급하며, “지리적으로 아시아 권은 SBTi에 대한 기여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는 즉, 아시아권이 더 많은 기회를 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도 크다. 아시아 권역의 기업은 글로벌 시장 시가총액의 약 35%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SBTi에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 LG전자 등을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올바르게 확립하기 위해서는 단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5년, 10년 단위의 과학기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후 잔여배출량을 중립으로 맞춰가야 한다. 스코프3의 경우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부문이다. SBTi는 이를 위해 공급사와 협력을 도울 수 있는 툴킷을 개발하고 있다. 공급망 기후 목표 설정 및 충족, 교육 및 동료 기업 학습 등을 통해 구체적인 스코프 3 관리 가이드를 2023년 중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배희은 CDP 아태지역 캐피털 마켓 리더가 ‘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CDP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CDP는 현재 기후변화, 수자원, 산림에 관련된 기업의 질의서 답변을 취합해 평가와 방법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평가는 A등급부터 D-까지. 작년 기준 총 CDP 기준으로 공시한 13000여개 기업 중 A등급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은 200여개에 그쳤다. 국내 기업은 4개사가 진입했다.
배 리더는 “스코프3 배출량은 기업 운용에서 나오는 배출량의 평균 11.4배 많다. 특히 리테일의 경우 28.3배로 가장 많고, 별개로 금융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 내 배출량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약 700배 이상이 스코프3에서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스코프3 공시 수준은 매우 낮다. CDP에 공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중 71%가 스코프1과 2를 모두 공시하고 있으나, 제품과 서비스 부문 스코프3 공시 현황은 20%로 차이가 크다. 배 리더는 “리스크 규제의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략 수립 관점의 요소로 포함하고 기회로서 관리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기업 공급망 관리 전략]
재규어&랜드로버
- 블록체인 활용해 원자재 트래킹 및 관리
- 사업 모델과 플랫폼의 단순화로 탄소배출과 비용 감축
포스코
- 협력사 ESG 자격심사 실행
- 공급망 관계관리(SRM)에 ESG 평가 강화
LG에너지솔루션
- EU 배터리 규제 법안 실행 시 폴란드 공장이 규제 대상
- 공급망 ESG 적용 의무화, 탄소발자국 규제, 메탈 리사이클 의무 비율 충족, 배터리 패스포트 법안 대응
한화솔루션
- 81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 조직 녹색 기술 관련 중견·중소 기업 지원
- 상생결제 시스템으로 협력사간 원활한 자금 운용 지원, 1000억원 대금 조기 지금(2021)
- 이크레더블과 협력사 ESG 평가모델 지원
고영테크놀로지
- 중견기업으로서 선제적인 ESG 리포팅. 2019년 ESG 리포트 발간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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