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금리 3% 시대 개막…예·적금 금리 올리는 시중 은행들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10월 12일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은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만큼 통화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는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는 물가와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문을 열어 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도 경제 전망을 통해 추가 인상으로 최종적으로는 3.75%의 금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에서 예·적금으로…‘돈의 흐름’이 바뀐다

금리가 오르면서 재테크 공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간 주식과 암호화폐에 몰렸던 돈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은행의 예·적금으로 돌아오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빚을 내 투자하는 게 당연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부동산 시장도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역머니 무브’ 현상은 통계가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금융 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 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 예금이 32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 입출식 예금에서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자금이 정기 예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월에도 예금 잔액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10월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776조2859억원이었다. 9월 말의 760조5044억원과 비교하면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15조7815억원이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개의 정기 예금과 27개의 적금 금리를 10월 13일부터 최대 1.0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예금 상품은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을 최고 연 3.80%에서 최고 연 4.80%로 1.00%포인트 인상하며 그 외 다른 정기 예금 상품의 금리는 0.30~0.50%포인트 인상한다. 적금은 ‘우리 페이 적금’과 ‘우리 매직(Magic)적금 by 롯데카드’가 1.00%포인트 인상하고 그 외 대부분의 적금 상품 금리가 0.30~0.80%포인트 인상된다.

신한은행은 10월 14일부터 예·적금 39종에 대해 수신 상품의 기본 금리를 최고 0.8%포인트 인상했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은 최고 0.8%포인트, 적립식 예금은 최고 0.7%포인트 인상된다. 이번 인상으로 신한은행의 대표 적금인 ‘신한 알.쏠 적금’ 12개월제는 0.5%포인트 인상돼 최고 연 4.45%가 적용되며 첫 거래 고객을 위한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은 최대 연 5.2%, 그룹사 고객 우대 상품인 ‘신한 플러스 포인트 적금’은 최고 연 5.0%가 된다. 정기예금은 대표 상품인 ‘S드림 정기예금’ 12개월제의 기본 금리가 0.6%포인트가 인상되고 은퇴 고객 대상 ‘미래 설계 크레바스 연금예금’의 기본 금리는 기간별 0.6~0.8%포인트 인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상승에 발맞춘 신속한 금리 인상으로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10월 20일부터 정기 예금 15종과 적립식 예금 23종의 금리를 인상한다. 정기 예금은 최고 0.5%포인트 인상되고 적립식 예금 중 KB국민프리미엄적금은 최고 0.6%포인트 인상된다.

인터넷 전문 은행들도 금리 인상 기조에 합류했다. 토스뱅크는 수시 입출금 통장인 ‘토스뱅크 통장’ 금리를 0.3%포인트 오른 연 2.3%를 제공한다. 정기 적금 상품인 ‘키워봐요 적금’은 1.0%포인트 오른 연 4.0%로 금리가 인상된다.

카카오뱅크도 예·적금의 기본 금리를 최대 1.20%포인트 인상했다. 변경된 예·적금 금리는 10월 19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파킹 통장 세이프박스의 기본 금리는 0.40%포인트 대폭 인상돼 연 2.6%의 금리가 적용된다. 또 ‘26주 적금’의 금리는 0.30%포인트 인상됐다. 26주 동안 자동 이체에 성공하면 0.50%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해 최대 연 4.00%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연 5%대를 넘어 6%대 상품도 등장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0월 19일부터 회전 정기 예금 금리를 최대 연 6%로 인상한다. 이는 저축은행업계 최고 금리다. 가입 기간은 최소 2년에서 5년으로 12개월 주기로 금리가 조정된다. 1년 만에 해지해도 연 5.81%의 금리가 보장되는데 이 역시 높은 수준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10월 13일부터 비대면 정기 예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0.6%포인트 올린 연 5.0%를 적용하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Fi 리볼빙 정기예금’ 금리는 10월 14일 0.85%포인트 상향 조정되면서 연 5.20%까지 올랐다. 한국투자·키움·고려·HB 저축은행 등도 10월 13∼14일 연 5%대 수신 상품을 선보였다.
3년 이상 정기예금·저쿠폰채권 눈여겨봐야
발 빠른 금융 소비자들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예·적금 상품을 눈여겨보고 있다.

공통적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오는 11월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한 번 더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3~6개월의 단기성 상품에 가입하거나 혹은 조건에 맞는 상품을 더 찾아볼 것을 조언했다. 금리가 한동안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예금을 추천하기도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중간에 상품을 해지하는 것은 예·적금에 들지 않는 것보다 못 하다”며 “만약 1년짜리 상품에 가입했는데 6개월 이전에 환매한다면 예상 금액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름세에 있으니 3개월짜리 상품을 네 번 운영하는 식으로 자금 스케줄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전영미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서울센터 PB팀장은 “금융 소득 종합 과세 대상자가 아니고 장기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면 3년 이상의 정기 예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강효진 우리은행 TC프리미엄청담센터 차장은 "최근 급격하게 금리가 상승해 가입한지 2~3개월 이내 상품은 재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리상승을 반영한 5년 확정금리 장기 상품인 저축성 보험과 신종자본증권이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분류된다. 강 차장은 "높아진 변동성으로 인해 쿠폰금리가 상승한 ELT도 대안 상품으로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만약 금융 소득 종합 과세 대상자라면 장기로 정기 예금에 들고 동시에 저쿠폰 채권(채권 당시 발행 가격보다 많이 하락한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영미 팀장은 “저쿠폰 채권은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어 채권 매매 차익이 크다”고 말했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지금은 금리 인상의 초창기가 아니라 중기에서 후반기”라며 “금리가 높은 시기에 가입한 상품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채권”이라고 말했다. 또 정 부센터장은 지금 막 발행한 채권보다 1~2년 전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 발행된 채권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