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분기까지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중반 이후에 개선 가능

[머니 인사이트]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오른쪽)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왼쪽)이 10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중간에 있는 사람은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오른쪽)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왼쪽)이 10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중간에 있는 사람은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AFP연합뉴스
투자자에게는 2022년 매크로는 대응하기 힘든 경제 환경이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수준까지 상승했다. 좀더 길게 보면 지난 15년간의 매크로 환경이 다소 특이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2.5%에서 1.8%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부실과 가계와 정부 부채가 원인이다. 잠재 성장률 하락을 반영해 실질 금리도 낮아졌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질 금리는 실질 성장률에 수렴하는데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실질 금리는 성장률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실질 금리 상승은 성장률에 맞춰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미국 고용과 성장 둔화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정상화로 표현할 수 있지만 경기 순환 관점에서 보면 금리가 상승하면 경기 둔화 압력이 발생한다. 모기지와 오토론 금리는 기준금리와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므로 금리 인상 이후 주택과 자동차 시장이 둔화되고 해당 부문에서 고용이 줄어들 것이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중앙은행(Fed) 위원들은 자신들이 전망한 숫자보다 실업률은 더 높은 리스크가, 성장률은 더 낮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Fed는 2023년 4분기 실업률을 4.6%로 추정하고 있는데 경제 활동 참가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지금처럼 취업자가 늘면 실업률은 4.6%를 밑돈다.

2023년 1분기까지 Fed가 미국 노동 시장 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기준금리(terminal rate) 시기의 평균 실업률은 5.2%다. 또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이 3% 이하에 그쳤던 얕은 침체 시기에 실업률은 저점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를 지금 대입하면 Fed는 5% 실업률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현재 실업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높은 구인 건수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이 구인 공고를 내린다고 해서 그만큼 해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미국의 고용 시장 상황은 기업이 사람을 더 뽑아 그만큼 웹사이트에 올려 놓았던 구인 공고를 내리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구인 건수가 줄어드는 것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취업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발생 후 미국 노동 시장 과열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지난 40년간 잘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특히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중앙은행의 주된 관심은 디플레이션 탈피였기 때문에 당시의 접근 방식으로는 최근의 시장 금리 흐름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선행지수와 거의 같은 궤적을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된 후에는 경기 둔화가 시장 금리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가 지연되는 것도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은 3차례 파동(wave)이 있었는데 1차 파동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을 때는 10년물 금리가 동행해 하락했지만 2차 파동과 3차 파동에서는 각각 9개월, 18개월 후 10년물 금리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 기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빗나가면서 당시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월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 상승률은 고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Fed가 내년 중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해당 시나리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중국 부동산 경착륙이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 진입이 당시 Fed 통화 정책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당시 일본과 비슷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 조정이 1990년대 일본처럼 더디게 진행된다면 Fed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다. 반면 중국 부동산이 2007년 미국처럼 경착륙으로 간다면 Fed 통화 정책을 바꿀 것이다. 중국 주택 시장의 시가 총액은 60조 달러로 미국 국채 시장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2019년 미국의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나 2022년 영국 연기금 채권 손실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채권 시장은 재정 정책 불안정, 중앙은행 불개입, 느슨한 금융 규제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가 없다. 최근 영국의 국채 시장 혼란은 영국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 축소(QT)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세안이 발표되면서 발생했다. QT를 진행 중이라면 무리한 재정 확대를 운용하기 어렵다.

세 가지 조건을 현재 미국에 적용해 보면 첫째, Fed는 시중 은행에 대해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30일간 순유출될 수 있는 현금)을 일정 수준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런 규제가 없다면 어느 순간 급박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QT는 지속되고 있다.

셋째, 남은 조건인 재정 정책을 불안정하게 운용하면 미국 국채 시장의 안정성도 확보되지 못 한다.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재정 지출이 줄어든 가운데 재정 수입이 늘면서 올해 들어 미국 재정 적자가 감소했다.

현재 채권 시장 안정에 미국은 금융 규제와 재정 정책 등 두 가지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킨 상태로 보인다.

현재 Fed의 목표는 경기 둔화와 자산 가격 조정으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경기 둔화는 통화 정책 전환의 근거가 아니라 통화 긴축으로 바라는 결과로 봐야 한다. 주요국 부동산 가운데 글로벌 통화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인데 2007년에는 미국의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Fed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빠르게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당시 주택 가격 하락은 선진국 전반적으로 진행됐는데 명목 가격이 급락했다. 인플레이션을 제거한 실질 주택 가격이 하락한 사례는 다수 있어도 1970년대 이후 명목 주택 가격이 급락한 사례는 당시가 유일하다. 현재 미국은 가계 부채가 당시보다 적은 상황이므로 Fed로서는 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보다 자산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의 우선 순위로 고려할 것이다.지난 10년보다 비용이 올라간 시대미국과 한국 모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이슈에 직면해 있는데 2023년 중반 이후에는 의외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3~3.0% 밴드에서 움직였다.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시차를 2년으로 추정하는데 2021년 3월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재정 지출이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2023년 1분기까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의 시차 효과가 마무리되는 2023년 중반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점에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이를 반영할 것이다. 짧게 보면 지금이 격동기이지만 길게 보면 지난 15년간 낮게 유지된 금리가 좀더 올라간 수준으로 되돌아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연말에 형성된 컨센서스가 다음 해 봄에 실제로는 그와 다른 경우가 다수 있는데 이런 사고로 접근하면 2023년 중반에는 금리 안정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