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석·전병조·서유석·김해준·구희진·강면욱 6파전, 나재철 연임 포기

[비즈니스 포커스]

증권·자산운용·신탁사 등 금융 투자업계를 대표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공식적인 일정은 12월부터 진행되지만 금투협 차기 회장직을 향한 회원사들의 표심 잡기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현재 전직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5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나재철 현 금투협 회장은 11월 1일 연임을 포기해 5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공식 후보 등록 기간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후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3일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6파전으로 흐를 양상이다.

금투협은 증권사 59곳, 자산 운용사 308곳, 선물사 4곳, 신탁사 14곳 등 총 385개사를 정회원으로 두고 있다. 자본 시장 경색으로 금투협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회원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 시장의 새 대표는 누구’ 막 오른 금투협회장 선거전
‘5파전’ 하마평 무성금투협은 12월 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6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선거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후추위가 회장 후보를 공모한 뒤 심사를 거쳐 12월 중순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면 이들이 약 한 달간 선거 운동을 펼치고 오는 12월 넷째 주쯤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6대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제6대 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현재 총 6명이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강면욱 전 국민연금 본부장 등 6인이다.

서유석 전 사장은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한 뒤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부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부문 대표를 맡았다.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에 선임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증권과 운용사를 두루 경험한 후보다. 대투 출신에 원만한 성격이어서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병조 전 사장은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이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등을 거쳤고 이후 민간으로 돌아와 NH투자증권·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KB투자증권(현 KB증권)에서 일했다. 투자은행(IB)과 자산 관리(WM) 전문가이자 민·관을 두루 경험한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서명석 전 사장은 1986년 구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입사 이후 리서치센터장·최고재무관리자·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쳤다. 2015년 금투협의 자율규제위원, 회원이사 및 자율규제 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으로, 충암고 출신 여의도 모임 ‘충여회’에서 적극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준 전 대표는 대우증권에 입사해 IB본부장·법인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교보증권으로 옮겨 200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13년간 교보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IB 전문가다.

구희진 전 대표는 대신경제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거쳤다. 이후 다시 친정인 대신증권에 돌아와 리서치센터장을 지냈고 2015년 대신자산운용에서 2022년 6월까지 7년간 대표를 맡았다. 서유석 전 대표처럼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경험한 후보다.

연임이 예상되던 나재철 현 협회장은 1일 연임을 포기했다. 나 회장은 불출마 선언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일부 회원사 CEO들의 재출마 권유 등에 고심했으나 새로운 회장이 자본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라고 운을 뗐다.

강면욱 전 본부장은 11월 3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 CIO 출신이 금투협회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여의도 안팎에 하마평과 유력 후보자가 적지 않이 회자되고 있지만 결과는 막판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최근의 자본 시장 경색 상황이 후추위의 결정과 정회원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이번 선거는 전직 CEO 5명과 현 회장이 맞붙는 구도다. 또 증권사 대 자산 운용사 출신의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서명석·전병조·김해준 후보자는 증권사 출신이고 서유석·구희진 후보자는 증권과 운용사를 두루 겪었다. 회원사들은 동종 업계 출신에게 표를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 역대 협회장은 모두 증권사 출신이다.

‘대신’ 표와 ‘미래에셋’ 표의 향방도 관심사다. 구 후보자와 나 회장도 대신 출신이다. 서 후보자와 김 후보자 역시 미래에셋(구 대우) 출신이다.

투표권은 1사 1표 균등 투표권(30%)과 함께 협회에 지급하는 분담금 금액에 따라 가중치를 둔 차등 투표권(70%)을 합산해 구성된다. 본선에서는 누가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 운용사들의 표를 받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에 주어지는 가중치에도 불구하고 회원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 운용사의 표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세 가족 통합…예산, 인원 ‘압도’전임 대표들이 앞다퉈 금투협 회장직에 도전하는 이유는 금투협이 금융 투자업계 민간 기구의 수장으로 상당한 위상을 떨치기 때문이다.

금투협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출범한 금융 단체다. 이전까지는 증권업협회·선물협회·자산운용협회가 별도로 있었지만 자통법 시행 이후 3개의 협회가 합병해 금투협이 출범했다. 당시 별칭도 ‘통합협회’였다.

‘한 지붕 세 가족’으로 통합된 이후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명실상부한 자본 시장의 대표 단체로 출범하면서 예산·인원 등 조직 규모면에서 타 단체를 압도했다. 출범 후 금투협의 규모는 정회원사 기준으로 처음 100여 개에서 현재 38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준회원(142개사), 특별회원(28개사)까지 더하면 금투협의 회원사는 총 555개사다. 실상 국내 금융 투자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연간 예산은 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금융계 최대의 예산 규모를 자랑한다. 당연히 협회장의 권한도 막강하다.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하고 230여 명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연봉은 기본급 3억원에 성과급 100%를 받으면 총 6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을 상대로 금융 투자업계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책 건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기에 금융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최근 자본 시장 경색으로 금융 투자업계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투자협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회장 선거에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를 지켜 줄 적임자를 찾고 있다. 금융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커질수록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래의 협회장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