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고객 공략하고 ESG 경영 트렌드도 맞춰…금호는 캐릭터 사업까지 ‘스타트’

[비즈니스 포커스]
타이어, 패션‧게임·영화관과 손잡는 까닭은
타이어, 패션‧게임·영화관과 손잡는 까닭은
한국의 타이어 업체들이 패션에 손을 내밀고 있다. 패션의 대중성을 활용해 제품의 성능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또 의류·신발 등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버려진 고무를 재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도 노리고 있다.

패션업계는 타이어 제품의 성능을 상품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업계의 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패션‧게임과 함께 MZ세대 저격하는 한국타이어
패션업계와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는 기업은 한국타이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패션업계와 이색 컬래버레이션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에도 한 번 행사를 같이했고 세 번 제휴를 진행했다. 10월엔 한섬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시스템, 시스템 옴므와 함께 의류를 출시했다. 한섬은 소재·디자인·심벌 등에 타이어 패턴, 테스트 트랙 등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요소를 담았다. 로고에는 내년부터 한국타이어가 공식 후원하는 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 E’와 한국타이어 전기차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의 색도 더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 9월 ‘2022 마데 인 한국(MADE IN HANKOOK)’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타이어의 본사 ‘테크노플렉스’, R&D센터 ‘한국테크노돔’, 테스트 트랙 ‘한국테크노링’ 3곳을 모티브로 공간을 구성했다. 각 공간에서는 한국타이어의 현재와 미래를 형상화한 콘셉트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월과 7월에는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와 타이어 업사이클링 슈즈 스타트업 브랜드 ‘트레드앤그루브’와 협업했다. 특히 트레드앤그루브와 함께 타이어를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작은 흠집 등으로 판매가 어려운 타이어의 트레드를 신발 밑창(아웃솔)에 적용했다. 타이어 종류에 따라 밑창 모양이 모두 다른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두 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2700kg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성과를 얻었다”며 “총 200켤레 한정판으로 준비한 협업 상품은 사전 예약 판매 기간에 모두 소진돼 100켤레를 추가 생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로스펙스와 협업에선 빗길·눈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성을 갖춘 운동화를 선보였다. 한국타이어 올웨더 타이어 ‘키너지 4S2(Kinergy 4S2)’의 트레드 패턴을 운동화 밑창에 적용해 그립력과 배수 성능 등 타이어 기술력을 운동화에서도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는 게임 업체와도 이색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2월 넥슨의 온라인 레이싱 게임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풍선·전자파 밴드 등 제휴 아이템을 출시했다. 게임 속 대기 공간인 마이룸을 티스테이션 매장 분위기로 꾸미고 게임 곳곳에 브랜드 로고를 배치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한국타이어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아웃도어 입은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올해 처음 아웃도어 브랜드와 이색 협업에 나섰다. 최근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아이더와 함께 트레킹화를 출시했다.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무 잡동사니를 활용했다. 또 넥센타이어는 타이어를 만들 때 쓰는 컴파운드성 물질을 그대로 적용했다. 어떠한 지면 환경에도 잘 미끄러지지 않고 마모가 덜 되도록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또 아이더는 방수 기능이 뛰어난 고기능성 원단 ‘코듀라’를 적용해 외부 자극에 의한 찢김·부상 등을 최소화했다. 최적화된 투습성을 제공하는 고어텍스 소재가 착용 내내 발을 쾌적하게 만든다.

이번 협업 아이디어는 넥센타이어 사내 제안 제도인 N’dea의 최우수 수상작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참여해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고무 부산물을 재사용해 ESG 경영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시작한 ‘아이더X넥센타이어 등산화’ 펀딩은 오픈 1주일 만에 목표액의 2230%를 달성했다.
넥센타이어-아이더 ‘노마드 라이트 TT’ 등산화. 사진=아이더 제공
넥센타이어-아이더 ‘노마드 라이트 TT’ 등산화. 사진=아이더 제공
◆캐릭터로 효과 노리는 금호타이어
타이어 회사들이 이처럼 패션 회사와 협업하는 이유는 타이어를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패션업계와는 협업하고 있지 않지만 금호타이어는 TV 광고, 유튜브, 캐릭터 마케팅, 전시회,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으로 소비자와 소통 채널을 넓히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유튜브 공식 채널인 ‘엑스타 TV’는 론칭 2년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엑스타 TV는 기업·타이어·자동차·스포츠·모터스포츠 등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타이어나 자동차 등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스포츠·트렌디한 문화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또로로로’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친밀감을 높이고 타이어의 기능과 안전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금호타이어’라는 기업 브랜드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타이어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금호타이어의 마스코트 ‘또로’, ‘로로’는 2010년 개발됐다. ‘또로로로’는 또로와 로로 캐릭터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타이어가 순탄하고 힘차게 굴러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TV 광고, CGV 극장, 골프존 등의 비상 대피소 안내 광고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CGV 비상 대피소 안내에 타이어 브랜드를 적용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캐릭터는 미래의 잠재 고객인 아이들이 금호타이어를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 사업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에게 친밀감을 확대하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타이어 회사들의 노력은 검은색, 단순한 기능만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시도다. 타이어 성능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는 게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각인시켜야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마케팅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타이어, 패션‧게임·영화관과 손잡는 까닭은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