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뺏긴 필립모리스, 일루마로 선두 탈환 노려
AI 탑재한 릴 에이블로 KT&G도 ‘맞불’

[비즈니스 포커스]
KT&G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에이블’을 공개했다. 사진=KT&G 제공
KT&G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에이블’을 공개했다. 사진=KT&G 제공
2조원대로 추산되는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의 1등 자리를 놓고 현재 점유율 1위인 KT&G와 현재 2위 한국필립모리스가 연달아 전자담배 신제품을 선보이며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전자담배 시장은 2017년 6월 아이코스 1세대 모델을 들여와 전자담배 시대를 열었던 한국필립모리스가 87.4%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KT&G가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전세가 역전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KT&G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릴 출시 첫해인 2017년 2.5% 점유율에 그쳤던 KT&G는 4년여 만인 2022년 1분기 45.1%로 한국필립모리스를 제쳤다. 올해 3분기에는 점유율 48.5%를 기록했다. ‘수성’과 ‘탈환’을 놓고 전자담배 빅2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신제품인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를 11월 10일 출시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필립모리스는 신제품인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를 11월 10일 출시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2조 시장 잡자’…신상 앞세워 총력전

한국필립모리스는 3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신제품인 ‘일루마(ILUMA)’ 시리즈를 내놓으며 1위 탈환에 나섰다. 아이코스 일루마는 스마트코어 인덕션 시스템이 적용돼 일루마 전용 담배 제품인 ‘테리아 스마트코어 스틱’ 내부에서부터 담배를 가열해 사용 후 잔여물이 남지 않아 기기를 청소할 필요가 없다.

일루마에는 테리아 삽입 시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스타트 등의 신규 기능도 탑재됐다. 고급형인 ‘아이코스 일루마 프라임’과 보급형인 ‘아이코스 일루마’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두 제품 모두 1회 충전에 2회 연속 사용할 수 있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는 기존 아이코스 모델과 마찬가지로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에 일반 담배 대비 유해 물질 배출이 평균 약 95% 감소됐다”며 “담배 연기 없는 미래 실현을 한층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T&G는 2020년 9월 ‘릴 하이브리드 2.0’을 선보인 이후 2년 만에 차세대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릴 에이블(lil AIBLE)’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고급형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과 보급형인 ‘릴 에이블’ 2종이다. 차별화 포인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KT&G의 새로운 전자담배 플랫폼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 1종과 ‘릴 에이블’ 기본 모델 4종, 전용스틱 ‘에임(AIIM)’ 6종 제품 이미지. 사진=KT&G 제공
KT&G의 새로운 전자담배 플랫폼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 1종과 ‘릴 에이블’ 기본 모델 4종, 전용스틱 ‘에임(AIIM)’ 6종 제품 이미지. 사진=KT&G 제공
‘스마트 AI’ 기술이 탑재돼 △프리히팅(Preheating) AI △퍼프(Puff) AI △차징(Charging) AI 등 총 3가지 기능이 담겨 예열부터 충전까지 최적의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KT&G는 릴 에이블에서 기술과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의 두 가지 혁신을 모두 이뤘다. 버튼 하나로 디바이스를 쉽게 작동할 수 있고 자동 가열, 청소 불편 해소, 3회 연속 사용 등 편의성을 높였다.

고급형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은 기본 모델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터치 스크린을 더해 편의 기능을 강화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메시지나 전화 알림, 날씨·캘린더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로 분실 시 ‘내 디바이스 찾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의 편의성과 제품의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릴 에이블은 하나의 디바이스로 3가지 종류(각초형·과립형·액상형)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용 스틱인 ‘에임(AIIM)’도 ‘에임 리얼’, ‘에임 그래뉼라’, ‘에임 베이퍼 스틱’ 등 3가지 카테고리로 총 6종의 제품이 출시된다. 다만 기존 스틱과는 호환되지 않는다.

임왕섭 KT&G NGP(넥스트제너레이션프로덕트) 사업본부장은 “KT&G는 올해 2월부터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10월까지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80% 이상이 릴 하이브리드 덕분인데 신제품인 릴 에이블이 출시되지 않았더라도 연말까지 1위 수성은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릴 에이블을 통해 연말까지 1위 수성에 자신이 있다”며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50%를 궐련형 전자담배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대세는 전자담배”…전기차 시장처럼 커진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올해 한국 시장 도입 5년을 맞이했다. 전자담배 시장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기차 전환에 비견될 정도로 매년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연초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3597억원이던 한국의 전자담배 시장(스틱 기준)은 2025년 2조413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담배 시장은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체 담배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9.6%에서 2019년 10.5%, 2020년 10.6%, 2021년 12.4%에 이어 올해 상반기 14.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KT&G에 따르면 한국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침투율은 2018년 12.4%에서 올해 1분기 17.6%까지 성장했다.

특히 2030세대에서는 연초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30대의 전자담배 이용률은 50세 이상의 2배에 달한다. 야첵 올자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는 “10년 이내에 말보로 담배가 영국 소매점의 진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전통적 연초 담배의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새로운 유형의 대안 담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0월 발간한 담배 폐해 통합 보고서는 “2008년 액상형 전자담배,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한국 시장에 도입된 이후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서 사용자가 늘어났고 현재 사용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러 종류의 담배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다중 담배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와 다중 담배 사용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