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3년 만에 비어마스터클래스 진행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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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많이 알수록 더 맛있죠.” 강남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에서 10월 31일 진행된 ‘오비맥주 비어마스터클래스’의 강연자로 나선 이예승 오비맥주 커머셜 역량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맥주에 대해 몰랐던 사실과 역사, 한국 맥주에 대한 편견 등을 강연했다.

이 팀장은 “최초의 맥주가 만들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라며 “채집한 낱알에 물이 닿아 발효되면서 고대 맥주가 탄생했다. 맥주 원료인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 농경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인류가 정착을 시작했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맥주를 대가로 줬다. 중세 교회는 술에 관대했는데 사순절 기간 빵을 대체할 수 있는 영양원인 맥주를 섭취하기 위해 아예 수도원에 양조장을 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클래스에선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10년 전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라는 칼럼이 실렸다. 한국 맥주는 맥아(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 말린 것) 함량이 낮고 옥수수나 쌀을 사용해 맛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팀장은 이는 편견이며 한국 맥주 스타일인 ‘아메리칸 부가물 라거’의 특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칸 부가물 라거는 보리에 옥수수와 쌀 등을 섞어 일반 라거보다 오히려 깔끔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한국식 라거의 오명을 지우기 위해 지난해 ‘한맥(HANMAC)’을 출시했다. 쌀을 넣어 만드는 아메리칸 부가물 라거 스타일이면서도 진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쌀은 무색무취의 곡물이기 때문에 맥주 양조 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당질과 높은 발효율로 깔끔한 맛을 낸다”며 “맵고 짠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맥주”라고 부연 설명했다.

비어마스터클래스는 오비맥주가 맥주의 기원과 역사·종류·음용법 등 맥주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됐다.

알수록 흥미로운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오비맥주와 함께 정리해 봤다.


Q1. 맥주가 소주보다 살이 더 찌는 술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오히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가 살이 찔 확률이 더 높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주 1병(360ml)의 평균 열량은 408kcal, 맥주 1병(500mL)은 236kcal다. 이를 50mL 용량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소주는 56.7kcal, 맥주는 23.6kcal다. 같은 양이라면 소주를 마셨을 때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다는 것이다.

맥주를 마셨을 때 더 살이 찌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안주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맥주와 함께 먹는 안주는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이 많다.

Q2. 유통 기한이 지난 맥주는 절대 마시면 안 된다?

맥주 제품에는 ‘유통 기한(expiration date)’ 대신 ‘품질 유지 기한(best before date)’을 표시하고 있다. 유통 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한다. 품질 유지 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한다.

품질 유지 기한이 적용되는 맥주는 유통·보관만 잘된다면 미개봉 시 추가 발효나 미생물 문제가 없어 시간이 지나도 마시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기한이 지나면 상품의 신선도 등 품질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품질 유지 기한에 맞게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Q3. 맥주잔 내 기포가 많아야 신선한 맥주다?

맥주잔 내 기포의 양은 맥주의 신선도와는 무관하다. 기포는 맥주잔의 종류, 맥주를 따르는 방식, 맥주잔의 청결도에 따라 발생하는 양이 달라진다.

특히 맥주잔에 세제나 기름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 기포가 금방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기포가 기름과 접촉하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Q4. 맥주 거품이 트리오 찌꺼기가 남아 올라오는 것일까.

앞선 질문에 이어 설명하면 맥주 거품은 트리오 찌꺼기와는 무관하다. 주방 세제(계면 활성제) 등 이물질이 잔에 묻어 있다면 오히려 기포가 올라오는 과정에서 이런 이물질들에 흡착하기 때문에 거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벽면에 하얀 거품이 금방 사라진다면 깨끗한 잔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방 세제가 정말 많이 남아 있다면 계면 활성제에 의한 거품이 올라올 수는 있다. 다만 맥주잔 관리 시 기름때가 묻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어도 세제가 잘 씻기지 않아서 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통상 음식점에선 식기 세척기를 활용해 고온으로 잔을 씻어 내기 때문에 세제의 잔존물로 인한 거품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맥주 거품은 홉(hop)에 의해 발생한다. 맥주 용액 안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흩어지는 과정에서 맥주 안에 포함된 단백질이 이 기체를 둘러싸며 기포가 올라오며 거품이 발생한다.

Q5. 캔맥주의 보관 장소는 어디든 괜찮다?

맥주는 빛과 온도 변화에 약한 예민한 술이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둡고 저온 보관이 가능한 장소에서 보관해야 한다.

캔맥주는 알루미늄으로 돼 있어 염분이나 산에 매우 약한 것이 특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염분과 산을 포함한 조미료 옆에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맥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된 시음용 맥주 10종. 사진=한경비즈니스
맥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된 시음용 맥주 10종. 사진=한경비즈니스
Q6. 다크비어는 무조건 쓴맛인가.

맥주의 쓴맛은 맥주 주원료 중 하나인 ‘홉’ 함유량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맥주의 색상과는 무관하다. 다크비어에 함유된 ‘맥아(malt)’가 까맣게 타면서 어두운 빛을 내는데 맥아는 오히려 캐러멜과 같은 단맛을 내기도 한다.

Q7.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는 맥주도 있나.

살균 과정은 맥주를 상하게 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제거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수명을 늘려 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살균하지 않은 맥주도 존재한다. 이는 콜드체인(cold chain : 냉장‧저온 유통)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또 일반적으로 병‧캔맥주와 달리 생맥주는 여과 과정에서 저온 살균하지 않는다. 맥주 내 포함된 효모가 계속 작용해 보관 기관이 짧고 맛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Q8. 맥주의 맛은 온도에서 시작해 거품에서 완성된다?

맥주는 주 원재료인 홉·효모·맥아·물 배합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다만 맥주는 종류에 따라 권장하는 서빙 온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통상 라거는 에일보다 차가운 온도로, 도수가 높은 맥주는 낮은 맥주보다 높은 온도로 제공하는 것을 권장한다.

맥주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직접 접촉되는 것을 우선적으로 막아 향과 맛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양에 따라 더 맛있는 기준은 없다.

Q9. 첨잔은 맛을 떨어뜨리나.

맥주병 뚜껑을 열고 잔에 따른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통상 동일한 원주의 맥주를 첨잔하는 것이 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Q10.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자가용을 운전하면 음주 운전인가.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가 1% 이하면 무알코올 또는 논알코올(비알코올)로 표기할 수 있다. 0.05% 이하의 극소량의 알코올이라도 함유되면 논알코올,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면 무알코올이다.

아직 명확한 판례 등 기준은 없지만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운전했을 경우 현재 법리적 측면에서는 음주 운전이거나 위법 사항은 아니다. 논알코올 음료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 어쨌든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