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형 디자인으로 주행 거리 늘리고
가격은 테슬라 모델3보다 약 2000만원 낮게

한국·유럽 흥행 북미서도 통할까

[비즈니스 포커스]
현대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차 제공
“한국형 포르쉐 아닌가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버즈는 현대자동차의 둘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디자인이 포르쉐와 비슷하게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픽셀 장식의 테일 스포일러와 후드 라인이 포르쉐 911의 디자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또 “테슬라 모델3가 걱정해야 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아이오닉6가 테슬라 모델3 만큼 매력적인데 가격은 더 착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나왔던 호평이다.

외신들은 아이오닉6가 유선형 디자인으로 전면부를 낮게 해 공기 저항을 낮춘 점을 극찬했다. 공기 저항이 낮을수록 전기소비효율(전비)이 높아진다. 오래, 더 멀리 달리는 데 유리하다.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톱기어는 “유선형 디자인은 미적으로 훌륭하지만 제작하기 어렵다. 아이오닉6의 디자인은 유선형을 잘 유지하면서 뛰어난 공기 저항 계수까지 자랑한다”고 평가했고,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어 운트 슈포르트는 “양산 차 중 최고 수준의 공기 역학 성능을 달성했다”고 호평했다.
◆비결은 ①주행 거리 ②가성비
호평과 인기의 비결은 주행 거리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 크게 2가지다.

주행 거리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전국 곳곳에 주유소가 많고 주유 시간이 빠른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충전소도 적고 충전 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아이오닉6의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500km 이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기준 524km(18인치 타이어, 롱레인지 후륜 구동 기준)를 달성했다. 전작인 아이오닉5(430km)보다 길고 테슬라 모델3와는 맞먹는다. 이는 서울~부산(361km)을 주행하더라도 중간에 충전하지 않아도 되고, 서울~서대구(251km)는 왕복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이다. 아이오닉6의 전폭은 1880mm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1865mm)과 유사한 반면 전고는 1495mm로 낮고 유려한 곡선으로 디자인돼 쿠페형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이와 함께 리어 스포일러,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휠 갭 리듀서, 박리 트랩, 휠 디플렉터 및 언더커버 형상 최적화 등 새로운 기술들을 대거 적용해 공력 성능을 극대화했다.

아이오닉6의 공기 저항 계수는 CD(Coefficient of Drag) 0.21다. 아이오닉5(CD 0.28)는 물론 공기 저항 계수가 낮은 차량으로 알려진 모델3(CD 0.23)보다 더 낮다. 공력 계수가 낮을수록 차량이 받는 공기 저항이 적다. 공기 저항이 적으면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는 좋아지고 전기차의 주행 거리가 늘어난다. 아이오닉6의 전비는 kWh당 6.2km다. 현존하는 전용 전기차 중 세계 최고 수치다.

다음은 가성비. 흔히 아이오닉6와 모델3를 비교한다. 두 차종은 모두 중형 세단형 전기차다. 모델3의 가격이 연이어 인상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오닉6는 세단 전기차로서 더욱 매력적인 차량으로 다가온다. 외신들이 아이오닉6를 테슬라 모델3의 저격수로 평가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그에 비례해 결정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국고 보조금의 경우 5500만원 이하 전기차는 보조금 100%(최대 700만원), 8500만원 이하 전기차는 50%(최대 350만원) 지원된다.

모델3는 가장 저렴한 후륜 구동(RWD)이 7034만원, 퍼포먼스는 9417만5000원이다. 그중 RWD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 50%를 받을 수 있다.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RWD는 6000만원 중반대에 살 수 있다.

반면 아이오닉6는 모든 트림이 보조금 적용을 받는다.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가장 긴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5605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서울시 기준)을 받으면 후륜 구동 모델은 47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모델3와 2000만원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 내부.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6 내부. 사진=현대차 제공
이 밖에 장점은 더 있다. 아이오닉6는 모델3보다 차체 크기도 크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길이(휠베이스는)를 최대한 늘려 뒷좌석 공간을 넓혔다. 체급이 한 단계 더 높은 그랜저와 비슷하다. 다만 뒷자리 승차감은 그랜저가 더 낫다는 평가다.

편의 품목도 다양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350kW급 초고속 충전, 외부 충전 시스템(V2L) 등이 탑재됐다. 사선 주차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도 있다. 핸들 열선, 통풍·열선 시트 등을 작동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에서 여러 단계를 터치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5.1초다. 아이오닉5(제로백 5.2초)보다 빠르고 테슬라 모델3(제로백 4.4초)보다는 느리다.
◆한국에선 전기차 판매 1위
유럽에선 ‘하루 만에 완판’

인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진행된 아이오닉6의 첫날 사전 계약 대수는 약 3만7446대다. 아이오닉5가 보유한 역대 최다 첫날 계약 대수(2만3760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흥행은 이어졌다. 아이오닉6는 지난 9월 2652대가 팔리며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정식 출시된 지 한 달 만이다. 10월에는 3667대가 팔렸다. 기아 EV6(2367대), 아이오닉5(2241대)를 가뿐히 제치며 1위를 유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월 자동차 산업 동향을 발표하며 “아이오닉6가 전체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며 “아이오닉6 출시를 기점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하이브리드차를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도 인기다. 한정판으로 제공된 ‘아이오닉6 퍼스트 에디션’은 11월 영국·프랑스·노르웨이·네델란드 등 유럽 5개 시장에서 예약 판매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2500대가 완판됐다.

잇단 인기몰이에 북미 시장에서의 반응도 기대된다. 아이오닉6는 내년 상반기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6를 미국 시장에 공개했다. LA 오토쇼는 세계 3대 모터쇼(프랑크푸르트‧제네바‧디트로이트)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연말에 행사가 진행돼 다음 해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꼽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아이오닉6는 스포티한 이미지와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배터리 옵션, 충전 속도 등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품목을 두루 갖춰 다른 전용 전기차 모델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RA는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한다. 아이오닉5나 EV6 등 기존 모델들도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의 내년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6만 대 이상으로 잡았다. 2023년 전체 전기차 판매 목표(30만 대)의 20%다.
11월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 사장이 아이오닉6와 N Vision 7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11월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 사장이 아이오닉6와 N Vision 7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