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베스트 프랙티스 - CDL

[ESG 리뷰]
싱가포르에 위치한 CDL의 지속가능센터.사진 제공=CDL
싱가포르에 위치한 CDL의 지속가능센터.사진 제공=CDL
싱가포르 부동산 기업 시티디벨롭먼츠(CDL)는 지난 1월 코퍼레이트나이츠가 발표한 ‘2022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탄소 집약적 부동산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상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기업이 청정 에너지, 지속 가능 솔루션, 인프라 관련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랜드마크 건물 보유
CDL은 1948년 설립된 싱가포르 최대 기업 홍룽그룹의 자회사다. 홍룽그룹 창업자 궈팡펑은 중국 광둥성 출신으로 철물 잡화점에서 시작해 군수 물품을 공급하며 사업을 키웠다. 홍룽은 1965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룽으로 분리됐고 궈팡펑의 아들 궈링밍과 궈링주가 싱가포르 홍룽을 물려받았다.

싱가포르 홍룽 자회사인 CDL은 부동산 자산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투자 회사로 거듭났다. 전 세계 29개국에 104개 지점이 있고 부동산 전 영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호텔 자회사 M&C(Millennium & Copthorne Hotels)는 전 세계 호텔 13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다. 세계적으로 CDL이 보유한 부동산은 4만8000채에 이른다.

CDL의 지속 가능 경영은 1995년 당시 궈링주 부회장이 시작했다. 궈 부회장은 1995년 CDL 전무에 임명된 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성명을 발표하며 기업의 첫 지속 가능성 비전을 제시했다. 건축과 건설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시대였다.

궈 부회장은 싱가포르 미디어 ‘에코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했고 우리는 1995년 ‘건설하는 대로 보존한다(conserve as we construct)’는 비전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비전은 지금까지 CDL의 지속 가능 비전으로 유지되고 있다. 도시 건축의 패러다임 전환
CDL은 현재 싱가포르 도시 건축의 친환경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궈 부회장은 1990년대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소장을 역임하며 업계 전체의 지속 가능 경영을 이끌었다. 그는 싱가포르가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도시가 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부동산 개발과 오피스 인테리어 부문에서 친환경 표준 인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도시 건축물 2500개 이상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궈 부회장은 싱가포르 건축 부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환경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지만 그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환경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에도 공들이던 때라 업계의 충격은 매우 컸다.

CDL은 궈 부회장이 사망한 후에도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계속 이어 갔다. CDL은 2009년부터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행해 왔다. 2017년에는 전략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목표를 세웠다. CDL은 기업이 보유한 여섯 부문의 자본, 즉 금융 자본과 조직 자본, 자연 자본, 제조 자본, 인적 자본, 사회 및 관계 자본을 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달성한다. 크게 3가지 큰 틀에서 지속 가능 전략을 세우는데 첫째, 지속 가능한 도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둘째, 환경 영향을 감소시키고 셋째, 공정하고 안전하고 포용적인 일터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 중 14개와 일치한다.

먼저 지속 가능한 도시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싱가포르 내 친환경 건축 비율을 높이고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한다. 2030년까지 CDL이 소유·관리하는 건물의 90%에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로, 2021년 기준 85%를 달성했다. 현재 싱가포르 내 건물 114개가 친환경 건물 인증을 받았다. 민간 개발사 중에서는 가장 많다. CDL은 친환경 건축을 위해 매년 평균 2건의 혁신 기술 채택을 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환경 영향 평가를 위해서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 및 중간 연간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진행 상황 등을 추적해 분기별·연간으로 보고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스코프 1(직접 배출), 2(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 부문 탄소 배출량을 63%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구매 상품과 서비스에서 나오는 스코프 3(공급망 등 총 외부배출)의 탄소 배출량도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당 41% 줄일 계획이다. CDL의 2022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대비 탄소 배출 42%를 감축했다. 에너지 집약도는 2007년 대비 48%, 물 사용은 2007년 대비 56.9%, 폐기물은 2016년 대비 29% 감축했다. 모두 기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상업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3400만 달러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했다.

부동산 개발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건축 자재의 탄소를 24% 줄이는 것이 목표로, 신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탄소 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CDL은 2030년까지 스코프 1과 2의 탄소 배출 감소 목표를 63%로 높일 예정이다. 안정적 직업 환경을 보장하는 것도 CDL 지속 가능성의 중요한 축이다. CDL의 부정부패 사건과 CDL 운영 및 직접 공급 업체 전반에 걸쳐 노동자 사망률, 직업병, 주요 상해 및 경미 상해 빈도의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CDL의 지속가능 건축 조감도.사진 제공=CDL
CDL의 지속가능 건축 조감도.사진 제공=CDL
동남아의 환경 리더
CDL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동남아시아의 환경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DL은 세계녹색건축위원회(World Green Building Council) 소속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탄소 제로 건물 협정에 서명했다. CDL은 “이러한 약속을 통해 CDL이 직접 관리·운영·통제하는 신규·기존 소유 자산을 순탄소 제로로 운영하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보상하면서 신규 개발에서 최대한의 탄소 감축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건물은 친환경 기준과 에너지 효율을 위해 개선하고 새로운 건물은 탄소 제로의 ‘그린 빌딩’으로 짓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CDL은 2010년부터 1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글로벌 100대 기업에 올랐다. 2021년 40위에서 2022년 5위로 도약했다. 부동산 기업으로는 4년 연속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평가에서도 기후 관리와 물 안보 부문에서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기업인 CDL의 지속 가능 업적이 두드러진 것은 도시 국가라는 싱가포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 규모 자체가 친환경 도시 개발을 대표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모델로 기능한다. 싱가포르 정부의 기후 정책과 도시 개발 부문의 친환경 인프라는 필수 요소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지난 2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약속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탄소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공시 보고를 위한 규제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적 정책과 함께 CDL의 지속 가능 행보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기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0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