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즈니스 확장에 구심점 역할…메타버스 개발의 핵심 콘텐츠로 꼽혀

나이키는 메타버스 디지털 쇼룸 '나이키랜드'를 오픈했다. (사진=나이키 유튜브 갈무리)
나이키는 메타버스 디지털 쇼룸 '나이키랜드'를 오픈했다. (사진=나이키 유튜브 갈무리)
무언가를 더 잘하고 싶으면 결심만 할 게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움직일 수 있게 주변을 세팅하면 열심히 하게 된다. 자유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게임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에서도 새로운 정보기술(IT)과 비즈니스가 쏟아지고 있다. 게임 콘텐츠는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1) 메타버스의 중심이니까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이 2024년까지 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간스탠리는 8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이 역대 플랫폼 중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이며 메타버스 개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볼거리·놀거리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주는 콘텐츠는 게임 만한 것이 없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와 엑스박스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영화·음악·글 등 콘텐츠보다 게임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최신 IT가 투영되기 때문이다. 실제와 같은 사실적인 그래픽, 스킨이나 아이템 구매를 통한 추가 수익 포인트, 사용자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캐릭터와 환경 커스터마이징,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내는 해결 방법, 사용자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엔딩 옵션, 사용자가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텔링, 다른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이 모든 것이 집약된 콘텐츠다.

다른 경쟁 콘텐츠는 이 가운데 일부만 할 수 있다. 게임 콘텐츠가 있는 한 사용자들은 계속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스토리를 접하게 된다. 접속할 때마다 이용할 때마다 스토리가 이어지면서도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니 참으로 매력적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사실적인 그래픽’은 게임을 통해 사용자들의 대리 만족 욕구를 풀어준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기능이다.

나이키는 메타버스에 나이키랜드라는 디지털 쇼룸을 열었다. 나이키랜드는 실제 본사를 본떠 공간을 디자인한 신발·의류 업체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미니 게임을 즐긴다. 나이키가 브랜드 콘텐츠를 게임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이미 포트나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스킨케어 브랜드 SK-II는 중국에서 증강현실(AR) 팝업 소매점도 열었다. 영화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애니메이션 게임 시리즈도 여기에서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022년 8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가 3억2000만 명을 넘었다. 그중 90%가 10~20대다. 신한카드는 금융권 최초로 제페토 내에 가상 공간 월드맵을 만들고 여기에 미니 게임 공간도 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Z세대가 가장 많이 모인 곳에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022년 8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가 3억2000만명을 넘었다. (사진=제페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022년 8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가 3억2000만명을 넘었다. (사진=제페토)
(2) 비즈니스 확장 기회가 있으니까한국타이어는 게임 업체와 이색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2월 넥슨 온라인 레이싱 게임인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 라이더’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풍선·전자파 밴드 등 제휴 아이템을 출시했다. 게임 속 대기 공간과 게임 화면 곳곳에 한국타이어 브랜드 로고를 배치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한국타이어 이미지를 계속해 노출하고 전달했다.

사회적 연결망, 소셜 네트워크 기능도 있다. 10대, 20대들은 별도 메신저 없이 게임 속에서 가상 소셜 행사 참여, 새로운 이들과 대화, 관심사 정보 주고받기, 커뮤니티 형성을 다 한다. 게임 플레이어끼리 미니 게임을 하기도 하고 가상 콘서트에 가 보기도 하고 쉬면서 수다도 떤다.

향후 출시될 게임들은 특정 하드웨어에 얽매이지 않는다.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만 있으면 된다.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되는 요즘,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 업체, IT 업체, 콘텐츠 서비스 업체도 게임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는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가상현실(VR) 판교랜드는 스마트폰으로 매장을 360도로 볼 수 있는 VR 백화점이다. VR을 통해 이 매장에서 저 매장으로 이동하고 VR 쇼룸에서 진열 상품을 본다. 그리고 가상 공간 중간중간에 미니 게임도 야무지게 배치돼 있다. 사람들은 놀이하듯 즐겁게 쇼핑을 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공간의 범위, 콘텐츠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모빌리티와 게임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자동차 차체 자체가 커다란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되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 시대가 도래하면서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가 사라지면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자동차 레이아웃이 가벼워지고 차체 유리를 다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을 때 탑승자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테슬라도 차량 스크린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이용하도록 추진 중이다. 테슬라 시어터라는 화면으로 고화질의 영화도 제공해 영화관이 되려고 한다.

BMW는 아마존 스마트TV 플랫폼인 파이어 TV 내장 스크린도 탑재했다. 뒷좌석에 31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들어있다. 이런 전도유망한 새로운 스크린 먹거리에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최우선 순위로 심어지게 된다.(3) OTT 업체들의 컬래버레이션 니즈가 있으니까넷플릭스는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 사용자가 게임을 하는 시간도 넷플릭스는 자기들이 가져오고 싶은 것이다. 게임과 넷플릭스 동영상 콘텐츠 사이를 연계한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다. 넷플릭스가 잘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게임 사이 연계는 기존과 다른 멀티 엔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스.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게임으로 만드는 사례는 많다. 반대로 인기 게임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사례도 많다. 이미 시나리오가 탄탄함이 입증됐고 시장의 반응도 확실하니 실패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콘텐츠 초기 제작비·시간·노력에 들어가는 모든 리소스가 줄어든다. 이미 확보된 팬이 있으니 흥행 가능성도 높다. 이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처럼 아예 오리지널 게임을 스스로 만들 계획도 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에게 추가 혜택 개념으로 모바일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트위치로 방송을 시청하던 이용자가 크리에이터가 방송하는 게임에 바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트렌드는 게임과 드라마 콘텐츠 연계에 대한 계속되는 시도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