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불참 택할 전망…신기술 발표보다 시장 대응에 총력
완성차업계는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참가한다. 내년에 열리는 CES 2023에도 메르세데스-벤츠·BMW·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대거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다만 한국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는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신기술 발표보다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 등과 같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CES로 미리 보는 업계…현대차 ‘불참’ 벤츠·BMW·GM ‘참석’12월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2009년 최초의 단독 부스를 설치한 이후 매년 격년으로 참석해 왔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CES 자체가 100% 온라인 전환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전시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홈페이지에서 내년 CES에서 부스 운영 예정인 기업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 업체 정보’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현대(HYUNDAI)’를 검색하면 △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 제로원 △현대오일뱅크 △현대테크놀로지 등 4개 기업의 부스 정보만 나온다. 제로원은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플랫폼이다.
12월 1일 기준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현대차와 기아의 부스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은 1년 전부터 CES를 준비한다”며 “CES 개막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현대차 관련 정보가 없다는 것은 불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부스 자리가 확정된 상태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신기술 발표보다는 사업 안정화 등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CES 2023 참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내년 CES에 참석한다. 이 밖에 도요타·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 등도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한다. CES 홈페이지에서 전시 업체를 검색하면 이들 기업 모두 전시관 자리를 부여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CES 2023에서 기조연설도 한다. 집세 회장은 공식 개막 전인 1월 4일 열리는 미디어데이에서 ‘최종 디지털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주제로 미래의 모빌리티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언급하면서 BMW의 사업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CES 2023 모빌리티 관련 전시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진행되고 약 300개 업체가 참가한다. CTA 측은 “CES 2022보다 다양한 기업들이 현장에 와서 최신 자율 주행 기술, 전기자동차, 개인 이동 기기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율 주행, 커넥티드카 등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응식 정속 주행 시스템(ACC), 충돌 방지 기능, 차로 안내 기능 등을 포함해 도로를 안전하게 하는 기술과 콘셉트카·커넥티드카·자율 주행차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CTA는 CES 2023 미리 보기 영상을 통해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고, 더 스마트하게 교통수단이 변화하는데 이것이 미래 모빌리티’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그 중요한 CES 왜 빠지나…시장 대응 집중할 듯완성차업계가 ‘CES’에 등장한 것은 모빌리티 기술, 전자 장비(전장) 등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다.
CES는 이름부터 ‘가전 전시회’인 만큼 그간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됐지만 2003년 GM이 업계 최초로 단독 부스를 운영하고 2009년 현대차가 완성차 업체 둘째로 단독 부스를 설치하면서 업계에서도 CES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완성차 기업이 CES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후 메르세데스-벤츠·BMW·폭스바겐·도요타 등 주요 업체들도 CES에서 부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완성차가 CES에 참석하면서 ‘가전 전시회’보다 ‘미래형 기술 전시회’라는 성격이 짙어졌고 업계에서도 글로벌 중요 행사인 ‘북미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등과 같은 수준으로 CES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현대차가 이끌어 왔다. 현대차는 매년 CES에서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서도 단독 부스를 운영하고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를 공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20년에는 전시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날개 15m, 전장 10.7m의 개인용 비행체(PAV)를 전시하면서 삼성전자 등 CES 메인 부스만큼 관심을 받았다. 현대차는 CES를 통해 자동차보다 ‘이동’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지속 선보이면서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내년 CES에서는 현대차 또는 기아의 부스를 방문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CES보다 시장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또한 올해 발생한 다양한 이슈로 CES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CES 부스 준비에 평균 1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다음해 CES 참석 여부를 직전 CES 직후 확정 짓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봉쇄로 인한 부품 차질,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급난, 올 하반기 미국 IRA 도입 등 연이어 이슈가 발생하면서 CES 2023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시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가장 큰 현안인 미국 IRA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 주 전용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북미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SK온·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급 협약도 맺었다. 당장 12월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 일부 라인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한다. 미국에서 조립·생산하는 전기차만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