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시즌 합병하며 토종 OTT 1위로…넷플릭스 잡은 디즈니는 수익성 중심 변화 예상

양지을 티빙 대표. 티빙
양지을 티빙 대표. 티빙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콘텐츠 확보와 가입자 수 증가에 나섰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계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한국 토종 OTT 티빙과 시즌이 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한때 4000억원 수준까지 거론됐던 왓챠의 기업 가치는 크게 줄었다.

해외 OTT 기업들도 변화 중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를 봐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다. 전체 구독자 수에서 넷플릭스를 앞선 디즈니는 물러났던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불러들이며 리더십 재건에 나섰다. 디즈니의 추월은 OTT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격변기를 지나고 있는 OTT 시장 변화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OTT 합종연횡 : 콘텐츠 동맹 맺고 M&A로 외형 키워 12월 1일 토종 OTT업계에 새로운 최강자가 탄생했다. KT의 시즌을 품은 CJ ENM 자회사 티빙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한국의 OTT 통합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거대 자본력과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쩐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OTT에 맞서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가입자 분산이 독이 되기 때문이다.

티빙은 지난 7월 시즌과의 합병을 발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0월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다. 공정위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이유는 두 기업을 합쳐도 한국의 OTT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합 티빙의 점유율이 1위인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합병으로 추정되는 티빙의 기업 가치는 약 2조3000억원 수준이다. 넷플릭스(약 165조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토종 OTT 사업자 중에서는 웨이브(점유율 14.37%)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된다.

티빙은 외형 확장에 앞서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콘텐츠 공동 제작과 글로벌 배급 및 라이선싱 등의 협력 계약을 했다. 티빙 내에 ‘파라마운트+관’을 열고 파라마운트+의 작품을 티빙 내에 공개하고 파라마운트+를 통해 티빙 작품을 해외에 유통하고 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11월 한국 OTT 산업 행사에서 “미디어와 OTT 산업은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라며 “개별 기업이 승자 독식하는 구조보다 각 분야에서 잘하는 곳들을 모아 연합하면 훨씬 더 빠르고 명확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의 말처럼 OTT 합종연횡은 시장의 성공 공식으로 통한다. 그동안 글로벌 OTT 사업자들 역시 콘텐츠를 확보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M&A로 외형을 키워 왔다.

HBO맥스를 운영하는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4월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서비스하던 디스커버리와 합병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보도 전문 채널 CNN, 드라마 ‘왕자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 채널을 통합한 새로운 OTT 거인의 탄생이었다. 합병 계약금은 430억 달러다. 당시 환율로 약 53조원 규모였다. 3분기 기준 전체 가입자 수는 9490만 명을 기록했다. 워너브러더스는 두 플랫폼을 합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자사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를 강화하기 위해 할리우드 제작사인 MGM을 85억 달러에 인수했다. MGM은 ‘007시리즈’ 등 4000여 편의 영화와 1만7000여 편의 TV 프로그램을 보유한 스타 제작사다.

아마존은 MGM 인수 이후 본격적으로 콘텐츠 시장 확보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은 매년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극장에서 개봉할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과 글로벌 OTT 모두 당분간 성장 위주의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 가입자 수 확보 경쟁
한국과 해외를 가리지 않고 OTT 사업자들이 목숨을 거는 것은 가입자다. 가입자 수가 곧 시장점유율이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하는 구독료가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또 새로운 가입자를 유입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간다. OTT업계가 콘텐츠 출혈 경쟁을 이어 가고 다른 플랫폼과 손잡는 이유도 가입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티빙은 시즌을 품으며 1402만 명의 잠재 고객을 얻었다. KT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가입자 1402만 명에게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탑재되면 기존 가입자를 제외하더라도 가입자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티빙은 합병 이후 시즌제나 스핀오프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IP에 집중하며 콘텐츠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10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가입자를 80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후 일본·대만·미국 등 주요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의 OTT 사업자 중 유료 가입자 수를 공개하는 곳은 없다. 통상 월간 활성 사용자 수로 점유율을 추산한다. 유추가 가능한 곳은 쿠팡이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월 4990원) 회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900만 명이다. 이들은 쿠팡 로켓배송과 함께 OTT인 쿠팡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의 성장이 곧 쿠팡플레이의 성장인 셈이다.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콘텐츠도 확보하고 있다. ‘SNL코리아’와 오리지널 콘텐츠 ‘안나’가 흥행했고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스포츠 중계로 가입자 수를 확보했다.

글로벌 OTT 시장도 가입자 경쟁이 치열하다. 3분기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추월하고 가입자 수 1위에 올랐다. 디즈니+와 디즈니 산하 OTT 서비스 가입자 수를 모두 합치면 2억35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넷플릭스가 3분기에 발표한 총 가입자 수 2억2300만 명을 웃돈다. 3. 미국도 한국도 쌓여 가는 적자
M&A 이어지고 떠났던 CEO 복귀…OTT 전쟁 ‘2라운드’
외형 성장과 시장 파이에 집중하고 있는 OTT업계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막대한 투자로 적자가 쌓여 가고 있다. 최후의 승자가 남을 때까지는 계속될 싸움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고 가입자 수도 2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광고 요금제 도입 등 새로운 수익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광고 요금제는 월 5500원으로 베이식 요금제(9500원)의 반값 수준이다. 그 대신 1시간에 4~5분 정도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광고 없이 구독으로 좋은 콘텐츠를 즐기자’는 넷플릭스의 기존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는 전략이었다. 넷플릭스는 다음 분기부터 구독자 전망치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디즈니+ 역시 3분기 구독자 수가 늘었지만 손실 폭은 커졌다. 디즈니+가 속한 월트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의 3분기 손실이 14억7000만 달러(약 2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2배를 넘어섰다. 디즈니+ 출시 후 3년간 월트디즈니 스트리밍서비스사업부의 손실 합계는 8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발표 사흘 뒤 밥 체이펙 전 디즈니 CEO는 감원을 발표했다. 그러자 디즈니 이사회는 11월 20일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CEO를 갈아 치웠다. 그 자리에는 2021년 12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던 로버트 아이거 CEO를 복귀시켰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 CEO를 지낸 아이거는 디즈니 왕국을 건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픽사·마블·루커스필름·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하고 시장점유율도 5배 늘리는 등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웠다. 디즈니에 복귀한 아이거 CEO는 임원 감축 대신 채용을 동결하고 확장에 주력했던 스트리밍 플랫폼의 사업 방향도 다시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거 CEO가 재등장한 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디즈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48%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합병한 워너브러더스 역시 3분기에 구조 조정 비용 등을 반영하면서 23억 달러(약 3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지금까지 1000여 명을 구조 조정한 데 이어 영화 부문 인력을 최대 10% 감축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왓챠가 위기를 맞았다. 신규 투자 유치 실패로 자본 잠식 상태가 이어지면서 콘텐츠 경쟁력과 이용자 수 감소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왓챠는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선보인 왓챠는 2020년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D를 유치했다. 한때 한국의 대표 토종 OTT로 불렸지만 다른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 경쟁 속에서 도태되며 2020년부터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왓챠의 자본 총계는 325억원 적자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왓챠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추진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업계에 기업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콘텐츠 경쟁력이 약하고 가입자 수도 적은 상황이어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